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후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국빈 방미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미동맹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 동맹"이라며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 의회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우리의 동맹은 정의롭다"며 "평화의 동맹이자 번영의 동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것이다.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경제적 역량에 걸맞는 책임과 기여를 다 할 것"이라고 선언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라는 제목의 40분 분량의 영어 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자유'로, 모두 46차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가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해야 한다"면서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하겠다"고 역설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허위 선동', '거짓 정보'로 위협받고 있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지목하며 한미가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향해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우리나라 대통령이 미 의회 연단에 서는 것은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는 만큼 양국의 굳건한 동맹을 되새기고 함께 지향할 미래 동맹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의 공동 가치에 기반한 동맹의 70년 역사를 돌아보고 양국이 당면한 도전 과제를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을 거론하며 "1950년 한반도는 자유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충돌하는 최전선이었다"며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함께 번영해나가고 있다"며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의 전방위적인 '업그레이드'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며 "70여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와 자유의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은 이제까지 6차례 있었다. 이승만·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빈 방문 당시, 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은 실무 방문 당시 각각 미 의회에서 연설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 의회 연설에서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하고 한반도 평화 비전, 동북아 협력 프로세스 등을 강조한 바 있다.
40여분 간 진행된 이날 연설은 의원들의 열띤 환호 속에서 진행됐다. 박수는 56번, 기립박수는 무려 23번이나 이어졌다. 때문에 당초 30분 정도로 예상됐던 연설은 십여분이나 길어졌다.
영화 '탑건'의 '메버릭'과 '미션 임파서블'을 좋아한다고 하자 환호성이 터저나왔고,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명예롭게 예우하는 미국 정부와 국민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하자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의원들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중간중간 미소지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연설 후에도 의원들이 모여들어 윤 대통령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느라 10여 분 이상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미소 지으며 일일이 악수하면서 응대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연설이 끝난 후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 참석해 영접위원단으로 선정된 31명의 美 상하원 주요 의원 등과 담소를 나눴다. 의원들은 이날 연설이 한미동맹의 성공적 역사를 축하하고,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보여준 기념비적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해리스 부통령 내외와 블링컨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국빈 오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다음 행선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클러스터가 있는 보스턴이다. 먼저 28일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디지털 바이오 분야 석학과 대담한다.
이어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의 클러스터 혁신 가속화와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하버드 대학교 연설에 나선다.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최근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과 대응 방안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지난 200년 간 미국이 이끌어온 경제적·정치적 자유의 확대 과정을 회고하고, 디지털 시대의 자유의 양면성에 대한 생각이 연설에 담겨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보스턴 일정을 끝으로, 29일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