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매수권 준다지만…각양각색 전세사기에 정부대책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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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전세사기 주택 경매시 피해자·LH에 우선매수권 주는 특별법 제정 추진
자산 여유있는 피해자엔 효과적이나 이미 빚뿐인 임차인에게는 엄두내기 어려운 지원책
특별법 악용해 낙찰금 높이거나 전국 곳곳서 계속해서 늘어나는 피해자수 감당할지도 미지수
전셋집에서 쫓겨나야 제공받을 수 있는 지원대책들…보호대상 적은 최우선변제 제도도 구멍
전문가 "장기적으로는 최우선변제권 범위 넓히고 단기적으로는 관련 내용 고지 의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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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전세사기 주택이 경매·공매로 나올 경우 낙찰 우선매수권을 피해자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 부여하는 한시적 특별법 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살던 집에서 내쫓길 수 있는 우려를 해소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손해를 입더라도 살고 있던 임차 주택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 피해자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지만, 피해자 개인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 보편적인 해결방안이 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정, 피해인에 우선매수권 주는 한시적 특별법 제정 추진…LH가 대신 매입해 공공임대로도 제공 가능


국민의힘과 국토교통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23일 오후 전세사기 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당정은 지난 20일 당정협의회 당시 추진 의사를 밝혔던 임차 주택 경매시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 주택을 낙찰받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임차 주택을 낙찰받을 때는 관련 세금을 감면하고, 낙찰 받을 여력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서는 장기 저리의 융자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고 있는 집의 매입을 원하지는 않지만 사정상 이사를 가기는 어려운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LH 등 공공이 피해자를 대신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공공임대 형식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특별법에 담기로 했다.


자산 여력있는 임차인에게는 내쫓길 위기 모면에 도움될 전망


당정이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이번 특별법은 주거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피해자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해자 중 일부는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세사기 피해액과 별도로 가지고 있는 자산의 여력이 있는 피해 가구의 경우 제3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갈 경우 해당 주택에서 쫓겨난 채로 낙찰대금이 선순위 채권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그냥 지켜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박 정책위의장은 "피해자대책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시고,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 아파트의 동 대표라고 하신 분이 있는데, 그 동에 120가구가 살고 있고 그 가구가 다 같은 뜻이라고 했다"며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재산 대부분 전세금에 썼거나 대출로 전세 구한 피해 가구에게는 엄두 내기 어려운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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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있는 재산을 전부 전세자금으로 넣어놓고는 겨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거나, 이미 기존 전세 보증금도 대출로 마련한 피해 세입자들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낙찰가가 시세의 절반에 가까운, 아무리 저렴한 가격이라고 하더라도 매입을 하기에는 엄두가 안 나는 액수인데다, 정부가 최저 0%대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더라도 결국 재산이 아닌 빚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융자를 받아서 (살던 주택을) 사는 경우 만약 가액이 올라가면 이번에 피해를 본 보증금도 사실상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에 안정적으로 살게 되면, 현재 임대료 시세로 환산했을 때 상당한 금액이 사실상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 정도 금액이면 사기로 떼인 돈의 실제 가치 정도가 거의 충당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집값 하락으로 전세 보증금도 못 찾고 살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는 일을 한 차례 겪은 피해자들에게는, 새로 빚을 내 살던 집을 사서 오랜 기간 살다보면 집값이 올라 결국 손해 입은 금액만큼을 보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에 긍정적으로 호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특별법 제정으로 인한 우선매수권 제도를 악용해 입찰대금을 높여 부르는 방식으로 선순위 채권액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이나,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들의 연이은 사망사건 소식 등 전세사기 사태에 놀라 전국 곳곳에서 자신도 전세사기 피해자라며 신고에 나서고 있는 인원들이 급증하고 있는 등의 변수에 대한 대응책이 없는 점도 우려의 지점이다.

뒤늦은 피해지원제도와 실효성 낮은 최우선변제…전문가 "표준계약서 개정으로 최우선변제 여부 고지 의무화해야"


특별법 제정을 통해 피해자들이 살던 집에서 나와야 하는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이와 동시에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제도에 대한 개선 노력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전세사기 범죄를 근절하겠다'며 각종 지원책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피해자들의 신속한 지원을 위해 발급해주겠다던 전세사기 피해확인서 제도나 긴급 주거지원, 금융지원 등의 서비스는 경매가 끝나야만 제공을 받을 수 있어 피해자들로부터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피해자 사망사건과 경매 중단 조치 검토 등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후에야 피해확인서 발급 시기를 경매 개시 후로 앞당기고, 발급 방식도 기존의 우편·대면에 온라인 방식을 추가하기로 했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만들어졌지만 보증금 한도가 낮아 실제로 보호할 수 있는 임차인 수가 얼마 되지 않는 최우선변제 제도의 개편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한 차례 하락기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집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의 경우 최우선변제가 가능한 보증금 상한액은 1억6500만원에 불과하다.

보증금이 인천 과밀억제권역과 경기도의 용인·화성·김포 등은 1억4500만원,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는 8500만원 이하여야만 보호 대상이 된다.

그나마 이에 해당한다고 해도 서울은 5500만원, 과밀억제권역은 4800만원, 기타 광역시는 2800만원 이하만 최우선변제를 받는 것이어서 피해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 중 지난 17일에 숨진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출신 A(31)씨와 지난 2월 28일 숨진 C(39)씨는 모두 보증금이 소액임차인 기준보다 높아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 못했다.

법무법인 평안의 최봉균 변호사는 "임차인이 최소한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되는 지를 계약체결 전에 알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권의 범위를 넓혀가되, 단기적으로는 최초 계약이나 갱신계약 시 중개인 등이 임차인에게 최우선변제권에 대해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임차인의 손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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