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 제공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0대)이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상태에서 국내에 다량의 마약류를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과거에도 박왕열이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으로 수감 중에 국내에 마약류를 들여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남경찰청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향정매매)로 20대 A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 등 3명은 지난 1월부터 2월 사이 국내에서 박왕열에게서 소매가격 5천만 원 어치의 엑스터시(100정)와 필로폰(10g) 등 마약류를 받아 국내 판매책들에게 공급·판매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박왕열에게 마약류를 건네 받은 경위는 지난해 12월 A씨가 필리핀 교도소에서 박왕열을 직접 접견한 직후다. 경찰조사결과 박왕열이 필리핀 교도소에서 만난 A씨에게 국내에 보관 중이던 마약류 일부를 성명불상의 마약상을 통해 던지기 수법 등으로 건네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2016년 10월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살한 혐의 등으로 징역 60년을 선고받고 필리핀 교도소에서 수감된 박왕열이 교도소 내에서 텔레그램 아이디를 바꿔가며 이들 일당과 마약류 판매를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된 A씨 면회 기록과 박왕열의 영상 통화 자료 등 비교적 확실한 물증을 경찰이 확보해놓은 상태다. 박왕열은 당시 교도소 내 조력자를 통해 휴대전화를 확보해 텔레그램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남경찰청 제공경찰은 이런 점에 비춰 박왕열이 2019년 10월 두번째 탈출부터 2020년 10월 최종 현지에서 붙잡히기 전까지 교도소가 아닌 세상 바깥에서 텔레그램으로 국내총책 바티칸킹덤 이모(20대)씨 등에게 마약을 공급했던 범죄 사실뿐만 아니라 그 당시 탈출 전 수감 중에도 국내에 또다른 마약상에게 마약류를 공급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다.
박왕열 경위를 살펴보면 2016년 11월 현지에서 체포된 뒤 2017년 3월 처음 탈출하고 2개월 만에 현지에서 검거됐다. 그리고 2019년 10월 두번째 탈출 전까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정도의 수감 기간에 국내에 마약류를 공급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수사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마약량은 훨씬 늘어나게 되고 처벌 수위도 강해진다.
법무부는 수년간 필리핀 정부 측에 박왕열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추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왕열 관련 추가 혐의가 포착되면서 국내 송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관계자는 "이번 사건 경우에 A씨 본인 진술과 영상 통화 내용 등의 근거에 비춰 박왕열이 텔레그램 아이디를 여러개 바꾸면서 국내에 마약 공급 판매를 주도한 것으로 본다"며 "박왕열에 대해서는 법무부 등 관계기관을 통해 국내송환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