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산불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 강릉시 제공강원 강릉시 난곡동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강릉시청 전 직원이 현장에 투입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불이나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 이어 오전 9시 30분 산불 대응 1단계가 발령됐고 강릉시는 전 직원을 산불 현장에 투입했다.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산불 당시 초속 30m 안팎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의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는 불 앞에서도 소중한 생명과 문화재를 지켜내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에너지과 주무관 A씨는 진화 작업 중 전소된 집 마당에서 화재를 피해 우물 같이 깊은 물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발견했다. A씨는 강아지를 구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망설임없이 직접 웅덩이로 뛰어들었고, 강아지를 웅덩이에서 끌어내 안정을 시킨 뒤 주인을 아는 이웃집에 데려다 줬다.
A씨는 "물웅덩이가 더럽고 사방으로 잔불이 튀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아직 살아있는 강아지를 그냥 지나칠 수 가 없었다"고 말했다.
산불현장에 투입된 공무원. 강릉시 제공
에너지과의 또다른 직원 B씨는 산불이 확산하면서 안현동 진화작업에 투입됐고, 긴박한 상황에서 급수설비도 없는 외양간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소들을 발견했다. 이에 즉시 소들을 구해내고 건초더미에서 피어나는 불길을 등짐펌프로 잡아내면서 크게 번질 수 있었던 화재 피해를 막아냈다
B씨는 "화재로 발생한 연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소들에게 등짐펌프에 있는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주었다"면서 "고통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대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도울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불길이 경포호수와 경포, 사천면 바닷가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릉시의 대표 문화재인 경포대를 사수하는데도 공무원들이 힘을 보탰다.
징수과장을 포함한 징수과 직원 4명은 산불 진행 방향이 경포대로 향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경포대 언덕에 위치한 소화전부터 찾았다. 이후 즉시 개방해 경포대 주변 소나무와 숲이 흠뻑 젖을 정도로 오전 내내 물을 뿌렸고, 경포대 누각 바로 옆에 위치한 소화전을 추가로 확인한 뒤 누각을 향해서도 연신 물을 살포했다.
산불로부터 경포대를 지키기 위해 불을 뿌리고 있는 공무원들. 강릉시 제공당시 불길이 인접해 대피명령이 있었음에도 소화전 호수를 이용해 경포대를 향해 물 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직원들은 "당시 경포 누각 지붕에도 불길이 튀었지만, 오전 내내 물을 뿌린 결과 물기를 가득 머금은 경포대는 산불 피해 없이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지만 경포대를 지켜냈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낀다"고 전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강한 바람이 불어 헬기도 뜨지 못해 진화작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곳곳에서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산불피해 복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강원 강릉시 경포 일원 펜션 밀집지역과 산림에 전날 대형 산불의 흔적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 황진환 기자13일 강릉시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주택 59동, 펜션 33동, 호텔 3동, 상가 3동 등 100동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명피해는 사망 1명, 경상 17명 등 모두 18명으로 파악됐으며 산불 영햑구역은 총 379ha(산림 170ha)로 추정된다.
현재 이재민 대피소가 꾸려진 강릉 아레나 1층에는 텐트 154동에 326명의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급식 및 응급구호 물품,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해 이재민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