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남자아이 입양한 부부…6형제가 만드는 행복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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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초저출생 문제가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까지 곤두박질 쳐 서울을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지역 소멸 위기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이에 부산CBS는 부산시 등 각계와 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부산캠프'를 구성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범사회 운동을 시작했다.

부산CBS는 생명돌봄 운동의 일환으로 출생과 양육의 기쁨을 누리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좋은 본보기들을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한다. 세 번째 순서로 다섯 아이를 입양해 모두 여섯 명의 아들과 함께 행복이 넘치는 가정을 꾸린 한 부부의 이야기를 전한다.

['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③]
5명 입양해 6형제 키우는 김미야·장희용씨 부부
"매일 21kg 세탁기 두 번 돌려" 험난한 육아와 살림
"그럼에도 행복한 이유는 바로 아이들 덕분…유일무이한 각자 개성에 놀라"
사랑하며 사는 법 알려준 6형제…"함께라서 가능한 순간"

김미야(48)·장희용(46) 씨 부부와 6형제가 함께 한 완전체 가족사진. 장희용 씨 제공김미야(48)·장희용(46) 씨 부부와 6형제가 함께 한 완전체 가족사진. 장희용 씨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②평균 출산율 3명인 교회…"아이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 덕분"
③다섯 남자아이 입양한 부부…6형제가 만드는 행복의 모양
(계속)

"딸깍" 아침 7시가 되자 미야 씨는 온 방을 불을 밝히고 아이 6명을 동시에 깨웠다. 한 명씩 따로 깨우다가는 모두가 지각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짜증을 쏟아내는 아이들을 달래며 옷을 입힌 뒤 주방으로 달려가 아침밥을 차렸다.

정신없이 아침을 맞이하다 보니 어느덧 시각은 오전 9시. 아이들이 우르르 집을 빠져나간 뒤에야 미야 씨는 한숨을 돌렸다. 21kg짜리 대형 세탁기가 두 번째 돌아가는 사이, 6살 막내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 뒤 천천히 장을 보러 나섰다. 6형제를 키우는 미야 씨 부부의 일상이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 5명 입양 배경은?


20년 전 부산의 한 교회에서 만나 결혼한 김미야·장희용 씨 부부. 2004년 첫 아이를 임신했지만 장애 판정을 받은 끝에 결국 유산되고 말았다. 그 후 6개월 만에 첫째 상민이가 찾아왔지만, 임신 12주가 되던 날 검사에서 또 다시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부부는 간절히 기도하며 "상민이가 건강하게 태어난다면 다른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약속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태어났다. 상민이가 3살 되던 해, 부부는 약속한 대로 입양을 준비했다. 그렇게 만난 둘째가 상준이다. 하지만 상준이는 형과 다른 자신의 출생에 대해 고민하며 "나는 실수로 태어난 아이"라고 자책까지 했다. 부부 스스로는 물론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셋째를 입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미야 씨는 "부모를 어떻게 만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존재만으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상준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두 번째 입양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부부는 이후에도 "어린 아이가 가정을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영유아 유기가 늘고 있다는 소식에", "한 영혼이라도 더…"라는 심정으로 세 아이를 더 입양했다.

김미야 씨 부부가 2013년 아이 3명을 입양했을 때 촬영한 가족사진. 이 사진은 홀트입양가족사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장희용 씨 제공김미야 씨 부부가 2013년 아이 3명을 입양했을 때 촬영한 가족사진. 이 사진은 홀트입양가족사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장희용 씨 제공

"곳곳에서 쏟아진 의심과 비난" 꽃길만은 아니었던 다섯 아이 입양


여덞 명이 함께 사는 일상은 부지런함이 필수였다. 집안의 모든 방과 거실은 작은 놀이방이 됐고, 부부는 빠듯한 살림과 육아의 어려움이라는 이중고에 허덕여야 했다. 혹시나 엄마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낄까 걱정한 미야 씨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이들을 기관에 맡기지 않고 모두 직접 돌봤다.

그는 "식구가 여덟이다 보니 방은 치우기가 무섭게 엉망이 되고, 빨래는 금세 또 쌓인다. 빨래를 개는 데만 매일 2시간이 걸린다"면서 "입양 초기 마구 우는 아이들을 달랠 때도, 아이들에게서 생모와 출생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부모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되고 싶을 뿐인데, 이들 부부는 주변의 오해와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야 했다. 미야 씨는 "입양 절차를 밟을 때부터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왜 자꾸 아이를, 그것도 남자아이만 데려오느냐는 의심과 비난에 괴로운 날도 있었다"며 "가까운 사람도 응원보다는 우려와 험한 말을 쏟아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딸이 '키우기 수월하다'거나 '대를 잇지 않아 그저 예쁘게 잘 키워서 시집 보내면 된다'는 생각이 남아있다 보니 입양 과정에서도 여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남아 기피 현상 때문에 남자아이를 입양한 건데,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오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아이들이 집에서도 다양한 놀이와 학습을 즐길 수 있도록 거실에 매트를 깔고 큰 책상과 피아노, 다양한 장난감을 마련해뒀다. 김혜민 기자부부는 아이들이 집에서도 다양한 놀이와 학습을 즐길 수 있도록 거실에 매트를 깔고 큰 책상과 피아노, 다양한 장난감을 마련해뒀다. 김혜민 기자

'그럼에도 행복한 이유' 아이 한 명 한 명이 세상 유일한 존재


이처럼 무수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이들' 덕분이었다. 부부는 아이들의 고유함과 유일함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감탄했다. 각자의 개성과 다양한 모습에 매료됐고, 가정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유일무이한 아이의 존재를 보고, 느끼고, 깨닫는 경험을 부부는 '황홀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예쁜 목소리를 타고난 첫째와 셋째의 노래는 부부를 행복하게 했다. 매번 무대에만 서면 긴장하던 셋째 상혁이가 전국성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타, 장학금까지 받아온 순간을 부부는 잊을 수 없다.

남편 희용 씨는 "셋째가 장학금을 받아와 '드디어 아빠 얼굴에 있는 점을 빼줄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란 것만으로도 기쁜데, 자신에게 맡겨진 일도 잘 해내니 너무 신기하고 보람도 크다"며 웃음을 지었다.

미야 씨는 "최근 우리 부부가 가게를 열었는데, 서로 장사가 잘 안 된다고 이야기하자 함께 양파를 까던 넷째 상현이가 불쑥 '매일 아침 밀키트 10개나 팔리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는데, 장사가 안 될 리 없다'고 말해 한참 웃었다"며 "상현이는 엉뚱하고 유쾌한 게 매력이다. 울기만 하던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신기하고 더 꼼꼼하게 지켜보게 된다"고 미소 지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6형제가 모두 모여 찍은 가족사진. 부부는 사진을 커다란 액자로 제작해 부엌에 걸어뒀다. 김혜민 기자크리스마스를 맞아 6형제가 모두 모여 찍은 가족사진. 부부는 사진을 커다란 액자로 제작해 부엌에 걸어뒀다. 김혜민 기자

사랑하며 사는 법 알려준 아이들…'함께'라는 귀한 순간 포기 못해


부부가 입양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더 불안해했다. 조금만 화가 나도 투정했고, 몸을 긁는 행동까지 보이기도 했다. 몸이 가렵고 옷이 더러운 것 같다는 말에 하루에 10번 넘게 옷을 갈아입힌 적도 있었다. 체구도 작은 아이들이 서럽게 우는 걸 보면서, 부부는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모두 채워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괴로웠다.

하지만 부부는 쉬지 않았다. 무한한 애정과 보살핌으로 아이들을 키웠고, 여기에 답이라도 하듯 아이들은 날이 갈수록 씩씩해졌다. 어느날은 둘째 상준이가 불쑥 "나는 행복하니 낳아준 엄마도 내 생각 안 하고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기특한 말까지 했다. 부부는 "언제 이렇게 속 깊고 따뜻한 아이로 자랐지?"하는 생각과 함께 큰 감동을 느꼈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확신한 순간이었다.

미야 씨는 "첫째 때는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 볼 여유가 없었지만, 둘째부터 여유가 생겼는지 아이가 예쁜 게 보이고 조금씩 '부모가 이런 거구나' 알았다"며 "첫 걸음마 시작한 순간과 처음으로 '엄마 아빠' 부르던 순간 모두 또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는 당연히 힘들지만, 사랑하며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건 보석 같은 아이들 덕분"이라며 "작은 손으로 안마해주고 안아줄 때, 하루 끝에 '감사해요', '사랑해요' 말할 때 이런 희귀하고 소중한 순간은 함께일 때만 가능하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부부는 "항상 평탄할 순 없다. 가끔 아이들이 엄마 뱃속에서 못 태어나서 슬프다는 얘기를 내게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출생 문제로 힘들어하면 같이 울어주고 고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나의 평생 숙제"라며 "부모로서 책임감은 점점 커지고, 미래를 낙관하기도 어렵겠지만 우리 여섯 형제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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