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추념식 앞두고 또…'공산폭동' 현수막에 유족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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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80곳에 보수정당 현수막 내걸려
유족 "화해와 상생 시대에 가슴 아프다"
오영훈 지사 "4·3 진실 공격받는 만행"
4·3연구소 "도민에 씻을 수 없는 모욕"

일부 보수 정당이 제주시청 인근에 내건 현수막. 고상현 기자일부 보수 정당이 제주시청 인근에 내건 현수막. 고상현 기자
"제주도민의 아픈 역사를 이런 식으로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2일 제주시청 인근에 내걸린 '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본 제주대 건축공학부 4학년생 백호진(26)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 현수막은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보수정당에서 내걸었다. 게시 기간은 4·3추념식 하루 뒤인 다음달 4일까지다. 제주시청 등 제주도 전역 80곳에 게시됐다.
 
이들 단체는 현수막을 내건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4·3이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한 후 민주당이 '4·3은 대한민국의 역사다'라는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4·3에 의해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피해를 입은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촉발 원인 등 역사를 바꿔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을 앞두고 '4·3은 공산 폭동'이라는 망언이 되풀이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서울 강남구 갑)은 3·8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아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4·3 유족과 지역사회에서 거듭 사과를 요청했으나, 태영호 의원은 "역사적 사실을 얘기하는데 뭐가 망언이고 뭐가 희생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재차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 황진환 기자
태영호 의원의 망언에 이어 관련 현수막까지 내걸리자 희생자 유족은 반발하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양성홍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은 "4·3 75주년을 앞두고 경우회와 화해와 상생을 하고 있는데, 좁은 지역에서 4·3을 폄훼하는 세력이 있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 김일성에 의해 4·3이 촉발됐다는 증거가 나오지도 않고 조사된 게 없다. 하루빨리 4·3을 폄훼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영훈 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태영호 최고위원의 4·3 망언에 이어 일부 보수 정당까지 4·3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현수막을 도내 곳곳에 설치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적었다.
 
"여야가 합의한 4·3의 진실과 가치가 공격받는 만행은 더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4·3연구소(소장 허영선)도 성명을 통해 "이들은 막말을 넘어 희생자와 유족은 물론 도민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감을 주고 있다. 4·3을 왜곡하는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에 의해 발간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는 제주4·3을 이렇게 정의한다.
 
'1947년 3월 1일(3·1절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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