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도 최첨단 시대…막무가내 관람객엔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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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0년 만에 열리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순천 전역은 박람회 준비가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7개월 간의 대장정을 앞두고 안전 대비에 각별히 나서는 이들이 있다.<2023정원박람회를 준비하는 사람들> 마지막 순서로 800만 관람객의 안전을 책임질 전태준 정원박람회 운영대행업체 대표를 만났다.

[2023정원박람회를 준비하는 사람들⑤]
안전·경호 운영 대행업체 전태준 대표
2013년에 이어 2023년 정원박람회도 맡아
대형 참사 이후 안전 대책 강화돼…최신 장비도 도입
유형별 시뮬레이션 교육 마쳐… 대통령 참석 대비 테러 훈련도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추억 만드시길"

국가정원 안에서 킥보드를 타고 순찰 중인 전태준 대표. 전태준 대표 제공 국가정원 안에서 킥보드를 타고 순찰 중인 전태준 대표. 전태준 대표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10년 만에 다시…" 78세 자원봉사자의 박람회 도전기
②"바닥에 핀 풀꽃이 일으켜줬죠" 어느 정원해설사의 화양연화
③나무가 좋아 하늘만 올려다 본 소녀, 국가정원을 품다
④'운동화 구멍 난 길바닥 인생' 정원 전도사로 나선 이유는
⑤안전관리도 최첨단 시대…막무가내 관람객엔 '미소'를
(끝)


"이태원 참사 이후 더욱 마음을 놓을 수가 없죠. 관람객 간의 작은 마찰에도 세심하게 대비하고 있습니다."
 

안전·경호 분야가 특화된 운영대행업체 이루컴퍼니 전태준 대표는 요즘 눈 코 뜰새 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람회를 십 여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이어 이번 박람회에도 참여하게 됐다는 전 대표는 그간의 이력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2014년 시작된 저희 회사는 순천에서도 안전·경호에 있어서 특화된 업체예요. 여수엑스포 빅오쇼, 나주농업박람회, F1 대회 등에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죠"
 
2023정원박람회의 안전 관리는 3군데가 소관한다. 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총괄하는 종합상황실, 유관기관, 그리고 운영대행업체다. 안전요원을 훈련해 투입하고 인파 조절 등 현장 관리는 실질적으로 전 대표 업체가 맡고 있다.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단연 강화된 안전대책이다. 특히 '인파 관리'와 '수상 안전', '야간 경비' 부문이 그렇다. TV에서 보던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의 여파는 전 대표에게 크고 작은 변화로  다가왔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재난법도 생겼고 박람회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어디든지 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진 측면이 있다"며 "특히 요즘 개최되는 행사를 보면 코로나 이전보다도 2배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에 인파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일이 최우선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 장비도 달라졌다. "2013년은 아날로그식이었다면 지금은 최첨단"이라는 게 전 대표의 말이다.
 
2023정원박람회에서 운영될 드론 시스템. 박람회 조직위 제공 2023정원박람회에서 운영될 드론 시스템. 박람회 조직위 제공 
이번 박람회에선 최첨단 인원 계산 시스템인 '스마트피플카운팅'이 사용될 예정이다. 실내 밀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를 방지할 장치다. 국가정원 식물원, 꿈의 다리, 순천만탐험관, 미디어아트 체험관 등 모두 6곳에 설치된다. '스마트피플카운팅'은 각 구역 출입구에 센서카메라가 설치돼 입구를 통과하는 인원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인원수가 적정하면 파랑, 위험 수준이면 노랑, 비상 상태면 빨강 등 단계적으로 색깔을 표시한다. 종합상황실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상태를 확인한다. 비상 상태에 이르면 그때는 안전요원을 투입시켜 입장을 통제한다.
 
전 대표는 CCTV처럼 실시간 중계가 가능한 '웨어러블 캠'도 이번 박람회장에서 사용된다고 했다. 안전요원 몸에 착용해 이동식으로 운영하는 웨어러블 캠은 고정된 CCTV의 사각지대까지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드론 3대를 시간별로 운영해 각종 수색이나 재난 발생 후 조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2013년보다 박람회장이 도심 속까지 확대되고, 관람객 유치 목표가 800만 명으로 두 배가 늘어난 만큼 안전요원, CCTV도 두 배 정도 추가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람회에 투입되는 안전요원은 285명, CCTV만 해도 총 266대가 설치된다.

이렇듯 각종 장비를 총동원하는 데도 긴장의 끈은 놓칠 수 없다. 특별히 사고 대비에 가장 신경 쓰이는 장소도 있다. 바로 '꿈의 다리'이다. 박람회의 동문과 서문, 국가정원 밖 박람회장인 오천그린광장을 이어주는 일자 모양의 통로인 이곳은 박람회 기간 한번에 많은 인파가 몰릴 수 있는 구간이다.
 
전 대표는 "출입 인원수를 제한하고 좌측, 우측 통행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안전 요원을 최대한 많이 배치할 계획"이라며 "관람차가 이동하는 동선도 사고 위험이 있어 안전 요원을 더 배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통제 못할 변수도 있다. 바로 '술'이다. 전 대표는 박람회장에서 발생했던 사고는 대부분 '술'로 인한 일이 많았다고 했다.

2013박람회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관람객이 다 나가고 폐장된 오후 8시쯤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더란다. 알고 보니 낮에 술을 마시고 취해 박람회장 어딘가에서 잠이 들었던 거였다.

또 한번은 단체 관람객 중 한 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야외에서는 휘황찬란하게 열린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한쪽에서는 안전 요원들과 경찰까지 모두 투입돼 실종자 수색에 나서는 긴급 상황이었다. 혹시 행사장 밖으로 빠져나간 건 아닌지 출입구마다 CCTV를 확인했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국가정원 안 호수정원에서 익사사고를 당한 건 아닌지 싶었다. 계속해서 실종자 찾기를 하고 있을 때 실종자로부터 무사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역시 술 때문이었다. 인파에 휩쓸려 박람회장을 빠져 나왔고, 순천역 한 숙소에서 잠이 들었다가 깼다는 것이다.
 
별의별 경험을 겪었다는 대표는 안전요원들과 시뮬레이션 교육도 했다. 사소한 시비로 인한 다툼, 미아 발생, 익사 사고 등 대비해야 할 사고 유형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람객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해달라'거나 '잠시 대기해달라'고 요청할 때 "왜 나를 못 믿냐", "경상도에서 왔다고 무시하냐"는 등 막무가내 식 반응을 보이면 가장 난감하다고 했다. 그럴 때면  그는 안전요원들에게 '무조건 웃으라'고 가르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며 "어르신들에게는 어머님, 아버님이란 호칭을 사용해서 친근하게 대하면 관람객들도 진정이 된다"고 한다.
 
2023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진행된 대테러훈련. 순천시 제공 2023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진행된 대테러훈련. 순천시 제공 
이번 박람회는 특히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이 크다보니 안전과 경호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유관기관과 대테러훈련까지 마친 상태다.
 
안전과 관련해 전 대표는 시민들에게 당부도 전했다.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위험한 모험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굳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거나,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일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도와주신다면 가장 안전한 박람회를 위해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갈 수 있는 편안한 박람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놓치지 않았다.

언젠가 드넓은 박람회장에서 안전요원들을 만난다면 이렇게 대하는 건 어떨까. "스마일"

2023정원박람회 안전관리자인 안전경호대행업체 전태준 대표가 국가정원 안 사무실에서 안전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2023정원박람회 안전관리자인 안전경호대행업체 전태준 대표가 국가정원 안 사무실에서 안전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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