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78세 자원봉사자의 박람회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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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0년 만에 열리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순천 전역은 박람회 준비가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7개월간의 대장정에 앞서 전국에서 몰려들 손님 맞이에 분주한 이들이 있다. 바로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다. <2023정원박람회를 준비하는 사람들> 첫 번째 순서로 올해 78세의 나이로 2013년에 이어 10년 만에 다시 정원박람회 봉사에 나선 강성재(78)씨를 만났다.

[2023정원박람회를 준비하는 사람들①]
78세 자원봉사자 강성재 씨
2013정원박람회·여수엑스포·평창올림픽 등 다수 참여
10년간 7천여 시간 봉사…1만 시간 목표
"박람회 관람객들에 행복 주도록 최선 다할 것"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준비중인 순천만국가정원에서 78세 자원봉사자 강성재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준비중인 순천만국가정원에서 78세 자원봉사자 강성재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봉사에 다시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감회가 너무 새롭습니다."

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던 순천만국가정원. 그곳에서 이번 박람회에 참가할 자원봉사자를 만나기로 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어르신이라고 해서 인터뷰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는데 그건 기자의 큰 착각이었다. 오히려 더 에너지 넘치고 살아있는 눈빛을 가진 분이 약속 장소에 등장했다.

주인공은 순천에 사는 78세 강성재 씨. 2013년에 이어 4월에 개막하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다. 두번 째 열리는 박람회 만큼이나 세월이 흘러 그도 10년 전과는 다르게 최고령 봉사자 축에 속했다.

이번 박람회는 4월부터 10월까지 장장 7개월간 대부분 야외에서 진행된다. 어지간한 체력이 아니고서는 버티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씨에게는 이번 박람회가 새로운 도전이자 기다림의 시간이다.

그는 사실 자원봉사에 '베테랑'이다. 2012년 여수엑스포를 시작으로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영암 F1 대회 등 국내에서 굵직한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는 대학 캠퍼스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두 시간 걸리는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하며 다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돌아오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인생에서 한번 경험하기 힘든 올림픽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힘든 줄도 모르고 지냈다. 특히 일주일 뒤 이어진 패럴림픽에서 관전한 장애인 선수들의 경기는 놀라움과 감동 그 자체였다. 또 패럴림픽이 열리기 전 주어진 일주일이란 휴가 동안 아내와 함께 했던 평창 여행 역시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2013년 순천만국가정원박람회에서 맡은 건 길 안내와 휠체어 대여 등 비교적 쉬운 업무들이었다. 다른 봉사자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국가정원 동문과 서문 앞에 주말마다 수십만 명의 관람객들이 몰려올 때면, 손짓, 발짓 다 써가며 현장 관람을 안내했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5월부터 8월까지는 박람회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엄마를 잃어버려 울고있는 아이의 엄마를 찾아 준 일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찍은 사진. 강성재 씨 제공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찍은 사진. 강성재 씨 제공 강 씨가 봉사를 시작한 건 지난 2012년부터이다. 34년 철도기관사로 근무하다 2004년 퇴직 이후 다소 무료한 시간을 보냈을 때였다. 그러다 먼저 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던 부인의 권유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됐다.

그가 계속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 때문이다. '스쳐만 가도 인연'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 도움까지 줄 수 있는 행복한 일이 어디겠냐는 것이 그가 자원봉사를 계속하는 이유이다.

"봉사를 통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돌봐주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며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휠체어에 태워 데려다 주면서 '이런 것이 봉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남을 도우면서 마음이 풍성해지는 느낌"이라며 웃음지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강 씨가 맡은 분야도 안내이다. 안내 업무는 한 가지 일에 국한되지 않고 7개월 간 국가정원 내·외부 안내, 책자 배포, 휠체어 대여 등을 번갈아 도맡는다. 이번에는 박람회장이 국가정원을 넘어 도심 전역으로 확장 돼 그의 봉사 영역도 넓어졌다. 이를 위해 지난 9월부터는 새로운 바뀐 박람회장을 공부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심폐소생술을 익히는 등 기본 교육을 받고 있다.  

강 씨는 "10년 전 박람회장과는 변화된 부분이 많아서 공부할 게 많다"며 "그래도 그동안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경험이 쌓여 이번에는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올해 순천만국제정원 박람회 관람객은 10년 전보다 2배 늘어난 8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느 때보다 더 힘들 법한 상황인데도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강 씨가 한 봉사활동은 7천 여 시간. 앞으로의 목표는 1만 시간을 채우는 일이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를 이어가는 게 남은 인생의 목표"라며 "2023정원박람회를 찾는 관람객들이 최대한 편하게 구경하고 박람회를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2023순천만정원박람회 포스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 제공 2023순천만정원박람회 포스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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