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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넷플릭스 '나는 신이다'가 얻은 것과 놓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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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다큐 및 영화가 종교와 믿음 아래 벌어진 성폭력 피해자를 이야기하는 방식에 관하여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보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기사에 앞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과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속 용기 있게 나선 모든 피해자에게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보낸다. 또한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피해자들의 '증언' 자체를 비판하고자 함이 아니며, 지금껏 피해가 반복되는 것이 피해자들의 증언의 구체성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 역시 말해두고 싶다. [편집자 주]
 
최근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사이비 종교'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뜨거운 감자다.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는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해 놓친 부분 역시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할 점이다.
 
'나는 신이다'(연출 조성현)는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 총 8부에 걸쳐 JMS 정명석,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여러 가지 사건과 피해자의 증언을 살펴본다.
 
특히 '나는 신이다'를 통해 JMS와 이재록이 얼마나 많은 여성, 심지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일삼았는지가 다시금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람들의 절실함과 믿음을 악용한 책임자와 집단이 저지른 비극이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방식 중에선 그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도 있다. 그것은 바로 피해자의 '증언'이 아니라 증언을 '재연'한 방식이다. '나는 신이다'는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방식의 하나로, 피해자의 증언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형식으로 재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넷플릭스·㈜팝엔터테인먼트 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넷플릭스·㈜팝엔터테인먼트 제공비판의 제기된 것은 JMS나 만민중앙교회 피해자들은 사이비 종교 피해자인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이나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이 공통으로 주의를 요하는 것 역시 바로 '재연'과 '구조적 문제'다.
 
범행 내용을 선정적으로 재연하지 않아야 하며, 특히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범행하는 장면을 그대로 재연하거나 실제 영상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희롱·성폭력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을 넘어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유발하거나 피해를 확산하는 조직 문화 및 사회구조적인 문제에도 주목하여 보도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 범죄자에 대한 분노와 복수 감정만을 조성해 처벌 일변도의 단기적 대책에 국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신이다' 속 범죄를 재현한 '영상'은 '사이비' '사실 증명' '반박'을 위한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에 대한 고민은 빠진 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피해자의 '증언' 자체는 전혀 성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다. 문제는 그러한 피해자의 증언을 '재연'하는 방식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증언을 다루는 방식은 같은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나 넷플릭스 다큐 영화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만 봐도 알 수 있다.
 
근본주의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FLDS)의 예언자 워렌 제프스의 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범죄를 고발한 '착한 신도',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미국 체조 대표팀 의사 래리 내서와 그를 비호한 미국체조협회를 폭로한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모두 피해자의 증언과 사건 당시 상황 녹취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착한 신도'나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는 굳이 재연 배우를 써서 상황을 재현해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진 않았다. 피해자의 증언만으로도 이미 당시 사건과 진실을 입증하는 데 충분하기 때문이며, '재연'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또 다른 형태의 미디어인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 역시 영화임에도 피해자들의 증언을 시각적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재연 방식 외에 '나는 신이다'가 놓친 점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로 이야기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사이비 종교의 폐해나 성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피해자가 그 피해 사실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알리지 않아서가 아니다.
 
개인 대 개인 혹은 개인 대 사이비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가 지금까지도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 하에 비호 아닌 비호를 받고 이어지는 이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위계에 따른 성폭력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 오롯이 개인에게 맡겨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 속 추기경이 신부들의 성폭력을 상습적으로 은폐한 증거를 찾아낸 기자 마이크(마크 러팔로)는 당장 기사를 내자고 하지만 로비(마이클 키튼)는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자고 한다.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반복되는 성폭력과 은폐에 마침표를 찍을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역시 직접 가해자에서 시작해 이를 묵인하고 은폐한 시스템과 시스템 속 조력자를 찾아나간다. 여기에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영화나 다큐, 보도의 지향점이 있다. JMS 사건이 반복되는 배경은, 과연 피해자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구체적으로 증언하지 않아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이비 교주의 성폭력 사건에서 '사이비 교주'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볼 수 있듯이 '가톨릭 신부' 등 우리가 '사이비' '이단'이라 부르지 않는 또 다른 종교로도 대체할 수 있으며,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처럼 권력형 성범죄의 또 다른 가해자의 이름을 넣어도 성립할 수 있다. 모두 위계에 따른 권력형 성범죄이자 가스라이팅을 통한 성범죄이기에 '믿음'을 악용하는 시스템, '이단'도 종교의 자유 아래 두는 국가와 사법 체계 등 사회 시스템을 살펴봐야 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이러한 여러 측면의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짚지 않는 한 사이비 종교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들의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복수의 감정, 분노에 그치거나 정명석이나 이재록 등과 같은 가해자 개인에 대한 엄벌에만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그렇기에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역시 성범죄를 보도할 때 지나친 공포감이나 범죄자에 대한 분노와 복수 감정만 조성해 처벌 일변도의 단기적 대책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알지 못해도, 이미 그가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가해자가 나쁜 사람이고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신이다'나 '착한 신도'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가 성 학대 묘사에 대한 경고 문구로 시작하는 것은 그만큼 피해자와 사건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신이다' 속 경고 문구가 더욱더 아쉽게 다가온다. 시청자의 분노와 이 분노가 향해야 할 진짜 목적지를 제시할 때, 우리의 분노가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경고 문구 형태를 빌린 선언을 담은 미디어의 고발이 제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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