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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결말과 메시지 위해 '자기 합리화' 선택한 '멍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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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스포일러 주의
 
가족을 만들고 싶어서 제일 먼저 떠올린 선택지가 현재의 가족을 타인에게 보내는 것이라면 우리는 얼마나 공감하며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화 '멍뭉이'가 가장 먼저 관객을 설득하고 넘어야 할 산이다.
 
동생 같은 반려견 루니를 위해 정시 퇴근에 진심인 민수(유연석)에게 결혼을 앞두고 견주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개 침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야심 차게 오픈한 카페는 말아먹고 인생 자체가 위기인 사촌 형 진국(차태현)은 민수의 다급한 SOS에 고심하다 집사 면접을 제안하게 된다. 그렇게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는 두 형제의 여정이 시작되지만, 느닷없는 멍뭉이들의 등장이 이어진다.
 
'청년경찰' '사자' 김주환 감독의 신작 '멍뭉이'는 견주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 두 형제가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견'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김주환 감독은 전작을 준비하던 중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강아지와의 이별을 경험했다. 이는 소중한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과 반려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고, 여기서부터 '멍뭉이'가 출발했다고 한다.
 
'멍뭉이'는 이처럼 좋은 계기에서 출발했지만, 영화의 시작점이 된 소재가 과연 얼마만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3년간 사귄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결혼을 결심했으나, 민수는 여자 친구가 개 침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안 민수가 가장 첫 번째 선택지로 꼽은 게 11년을 함께한 '동생' 같은 반려견 루니에게 새 집사를 찾아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감독은 반려인이 부딪히게 될 '현실'을 짚어보고자 했겠지만, 과연 '가족'을 만들기 위해 '가족'을 버리는 선택이라는 소재가 민수에게 최선이었을까.
 
심지어 극 중 주인공 민수는 반려견 루니를 굉장히 사랑한다는 설정으로 나온다. 비록 종(種)은 다르다고 하지만, 아버지 없이 홀로 아픈 어머니의 곁을 지키던 민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둘도 없는 가족이다. 어머니의 임종 순간에도 민수의 곁에서 슬픔을 어루만져준 존재가 루니다.
 
3년간 사귄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가족 없이 외롭게 지내온 만큼 가족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었던 주인공이라는 설정까지 더하며, 사람은 아니어도 분명한 '가족'이자 사랑하는 존재인 반려견 루니를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해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민수라는 사람은 자기에게 소중했던 존재라도, 그것이 사람이 아닐 경우 가족마저 쉽게 버릴 수 있다는 큰 오류를 더하게 된다.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이처럼 이야기의 출발부터 삐그덕거리는 '멍뭉이'는 영화를 시작하게 한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중심 소재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설득력 잃은 설정에서 시작한 영화는 마지막까지 아무런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가족을 만들고 싶었던 주인공이 선택한 게 가족을 버린다? 이런 전개가 '반려인 1500만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관객들에게 얼마나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려 했다지만, 사람은 아닐지언정 '가족'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자 하는 여정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사람'을 위한 영화, '사람'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한 영화일 수는 있어도 '멍뭉이'라는 제목처럼 극 중 상황 속에서 멍뭉이 루니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있었는지 역시 알 수 없다. 본인 반려견은 물론 여정 중 만난 유기견들을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맡기고자 하는 이들이, 유기견 이름을 모른다며 타인에게 화를 내는 장면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이 어이없는 여정의 시작도 시작이지만, 여정 과정에서 보여주는 유머 코드는 1990년대를 연상하게 만든다. 웃음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때때로 인물들의 대사는 캠페인을 떠올리게 한다.
 
오히려 이러한 '멍뭉이'의 여정이 주는 교훈이라면,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아들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한 생명이자 한 가족을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한 생명을 책임지기로 했다면 그 뒤에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될 요소를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매끄러운 과정은 아니지만, 영화 속 유기견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수 있는 장면을 넣은 것은 눈여겨볼 만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려 인구가 느는 만큼 늘어나는 유기견의 현실과 상황을 일깨우고, 유기견 문제를 재조명한 장면을 통해 관객들이 적어도 그 부분에서만큼은 공감하고 현실을 고민할 수 있길 바란다.
 
'멍뭉이'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들은 여덟 마리의 멍뭉이다. 민수의 동생 골든리트리버 루니, 래브라도리트리버 레이, 진국이 센터에서 데려온 유기견 퍼그 토르, 민박집에서 합류하게 된 강아지이자 실제로도 유기견이었던 공주, 박스에 담긴 채 발견된 네 마리의 강아지까지, 사랑스러운 멍뭉이들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 오히려 멍뭉이들의 사랑스러움과 진솔한 연기에 사람 배우들이 묻힐 지경이다.
 
112분 상영, 3월 1일 개봉, 전체관람가.

영화 '멍뭉이' 포스터. ㈜키다리스튜디오 제공영화 '멍뭉이' 포스터.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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