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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에서 치여도…여전히 강한 '여성 경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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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3월 8일은 115주년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투쟁에 나선 지 10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 사이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는 얼마나 신장됐을까요. CBS노컷뉴스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꿋꿋이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봤습니다.

[세계여성의날④]
여성 경찰관, 조직 내·외부에서 겪는 편견과 차별 多
경찰 아닌 '여성'에 방점 찍히다 보니…성희롱 겪는 경우도
전문가들 "여성 경찰관만의 강점 분명",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 없애야"

연합뉴스·어크로스 제공연합뉴스·어크로스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지금 소희'는 여전히 수화기를 놓지 않는다
②"뽀뽀해달라" 성희롱에 상처입는 요양보호사…"전문성 인정해달라"
③일터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청소노동자들…'숨겨진' 이들의 추가노동
④안팎에서 치여도…여전히 강한 '여성 경찰관'들

2019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여성 경찰이 취객에 밀쳐지고, 시민의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여경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오또케'라는 여성 경찰관을 비하하는 표현이 등장했다.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어떡해'만 연발한다는 여성 경찰관의 태도를 비꼬는 표현이다.
 
과연 여성 경찰관들은 그러한 비아냥을 들어 마땅한 존재들일까.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CBS노컷뉴스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1년 기준 전체 경찰관 14만여 명 중 여성 경찰관은 1만 9천여 명으로, 여성의 비율은 불과 13.6% 수준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여성 경찰관들은 조직 내외부의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여성 경찰관의 업무 능력을 무시하는 시민들의 태도에 상처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30대 순경 A씨는 "신고를 나가면 여성 경찰관과 이야기하기 싫다고 다른 남성 경찰을 불러달라고 할 때가 많다"며 "특히 주취자들이 심하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연합뉴스
A씨는 '여경 무용론'에 대해서도 "대림동 논란의 경우도 그렇고 현장에서 실제로 (위급 상황을) 겪어보지 않고서 무작정 욕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며 "물론 (해당 사건의 경우) 대처가 잘못됐던 것은 맞지만, 모든 경찰이 위급 상황을 자주 마주치는 것은 아니어서 당황하고 실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30대 경장 B씨도 시민들로부터 겪은 상처를 토로했다. B씨는 "남자 경찰관한테는 '경찰관님'이라고 하다가, 우리한테는 아가씨라고 하면서 ''아가씨는 빠져라'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다"며 "물론 민원인들이 술에 취해서 그런 거지만, 앞에서 말은 못 해도 우리도 속상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조직 밖에서뿐만 아니라,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여성 경찰관들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40대 경사 C씨는 "우리도 쉽게 들어온 게 아니라 (남성 경찰관들과) 같은 절차를 거쳐 경찰이 됐지만 동등한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며 "물론 타고난 체력이나 여건 때문에 (남성과) 차이가 있지만, 내가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는데도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우리 경찰서의 경우 형사 쪽도 강력계 쪽에 오래 있는 여성 경찰관은 한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여성 경찰관들도) 주취자 대응이나 강력 사건 현장 등에서 적극적으로 (업무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러다 보니 '여경들 일 안 한다, 적극적으로 대응 안 한다'는 말이 돌면서 '여경을 없애야 한다'고 하는 경찰관분들도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고충이 존재한다. 모든 여성 노동자가 그렇듯 여성 경찰관 또한 경찰관이 아닌 '여성'에 방점이 찍혀 '성적 대상'으로 대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A씨는 "본서에서 나이 든 남자 과장들이 회식을 할 때 꼭 옆에 여자 경찰관들을 앉혀 놓고 먹으려고 한다"면서도 "근무 평가와 관련이 있고 계속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쉽게 말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실토했다.
 
C씨 또한 "나는 동료이고 싶은 것이지, 여자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를 여성으로 보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며 "오래 같이 붙어 있다 보면 성비위가 생기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7일 경찰청이 발표한 '2022년 조직 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경찰관 중 약 32%가 최근 3년 새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남성 경찰관에 비해 약 5배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 또한 경찰 조직이 남성 중심의 조직인 만큼 여성 경찰관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고려대학교 김윤태 사회학과 교수는 "업무 성격상 물리력, 신체적인 활동들을 중시하는 조직이다 보니 여성 조직원이 들어와도 그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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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찰관들은 '여성'이기에 경찰관으로서 강점을 나타낼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성 경찰관들은 '여성'이기에 할 수 있는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직업인으로서의 보람을 찾고 있었다.

A씨는 "여성 피해자들이 여성 경찰관을 따로 찾을 때, 집회 현장에서 여성 집회 참가자들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여성 경찰관들을 투입해서 안전하게 집회를 마무리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C씨는 "스토킹범에게 살해당한 모친의 딸에 대해 유가족 구조금을 알아봐 주고 심리 치유를 도와주는 등 1년 가까이 피해자 지원을 이어 나갔다"며 "진심이 통하고 그분이 회복되어 가는 걸 보고, 그분이 도움을 청할 때 뭔가를 알려줄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참 기억이 많이 남고 중요한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B씨도 "여성 경찰관으로서, 여성 피해자들이 약자인 위치에 있을 때가 많은데 그것에 대해 좀 더 그들의 시선에서 공감해줄 수 있는 점이 있다"며 "피해자들의 입장(여성의 입장)에서 피해자들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경찰관들이 겪는 차별과 배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경찰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교수는 "경찰이 물리력을 쓰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경제 범죄나 아동 범죄, 여성 대상의 성범죄에 있어서는 오히려 여성 경찰관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물론 여자 경찰관 중에서도 남자보다 무술이나 격투 등 물리력 행사를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가부장적인 편견을 걷어내고 경찰 업무 및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순천향대학교 오윤성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시민들도 여성 경찰관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여성 경찰관을 남성 경찰관과 같은 경찰관, 같은 직업인, 같은 공무원으로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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