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어크로스 제공"아무리 귀중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제일 밑바닥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우리는 진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옛날에는 유령이라고 그랬는데…" 한 여성 청소노동자는 스스로를 '유령'이라고 불렀다.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는 중장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저임금·단시간 노동자로 내몰리는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 노동구조의 단면을 보여줬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추가노동을 하고, 대학당국의 청소노동자 감축으로 업무 부담이 불어났지만, 이들의 노동 가치만큼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었다.
"출근시간부터 시작하면 일 못해요"…하지만 인정받지 못한 '추가노동'
박진홍 기자
청소노동자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추가노동'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일터가 누군가의 발자국 하나로도 더러워지지 않도록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일을 시작했다.
이모씨는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4년째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계약상 오전 6시부터 업무를 시작해 오후 3시에 일을 마무리한다.
이씨는 "6시에 나오면 일을 다 못한다"며 "저는 교수님 사무실을 청소하는데 선생님들 중에 일찍 출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선생님들 계실 때는 방에 들어가서 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5시에 (병원에) 도착한다. 그때부터 일을 시작하면 8시쯤에 끝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는 이씨가 1~2시간의 추가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이 시간은 정식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추가노동'에 '늘어난 업무부담'까지…"10년새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하고 있어요"
연합뉴스서울 한 전문대학에서 11년째 청소노동을 하는 김모(68)씨는 대학 당국에서 계속 청소노동자 인원을 감축한 탓에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제가 들어갈 때는 미화원이 32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0년 동안 10명이 없어져서 22명이다"라며 "한 건물에 3명씩 하던 일을 두 명이서 하다 보니까 일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의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은 김씨의 고충만은 아니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등은 지난 2일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성여대가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덕성여대는 지난 1일 오는 2026년까지 정년퇴직하는 청소노동자 12명에 대해 충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박장준 조직부장은 "청소 구역을 줄이면 인원 감축에 협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청소하지 않는 공간을 학생이든 교직원이든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 할텐데 내부적으로 설득이 된 사항인지 의문"이라며 "세부 계획이 없는 인원 감축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청소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평가·보상 이뤄져야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가능" 조언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청소노동자들은 고용 상태도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여성들이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성차별적 노동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림대학교 신경아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에 대한 평가, 적절한 보상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중고령 여성 노동자는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청소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은 굉장히 길지만 그 시간 동안 전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급여는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그런 부분에서 청소노동의 특징을 고려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청소노동자에게 가중된 업무 부담에 대해서도 "청소노동처럼 표준화되지 않은 서비스 직무에서 육체적인 노동, 작업량이 충분히 커질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