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돈맥경화 풀리나…카드사 무이자할부 다시 쏟아진다

사라진 6개월 무이자…카드사, '할부' 기간 축소

"더보이즈 팬사인회 때문에 앨범 여러 장을 할부로 사려고 했는데 6개월 무이자 할부가 없어졌어요. 돈이 부담되서 신용카드 할부를 이용하려는 건데 무이자 혜택이 사라져 수수료를 낼 거면 안사고 말죠."
 
아이돌 보이그룹 더보이즈의 팬인 이지은(가명·27)씨는 아이돌 팬사인회를 위한 앨범을 사기 위해 우리카드 무이자 할부 혜택을 이용하려다가 6개월 무이자 할부로 이용했던 카드 혜택이 사라진 걸 확인했습니다.
 
우리카드 뿐만 아니라 주요 카드사가 할부 개월 수를 단축하는 등 최근 카드사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무이자할부 혜택이 감소한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돈맥경화' 때문입니다.
 
'돈맥경화'란 돈과 동맥경화의 합성어로 '피가 몸속에서 제대로 순환하지 않는 동맥경화에 빗대어 돈이 시중에 돌지 않는 상태 혹은 개인의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즉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치솟고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얘기하는 것이죠.
 
카드사들은 은행처럼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를 통해 카드론(장기대출), 현금서비스(단기대출), 마케팅 비용 등을 마련하기 때문에 카드 혜택이 이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 겁니다.
 
카드사 업계에 따르면 자금시장 경색에 비용 부담이 커진 카드사들이 마케팅 지출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 영업에도 속도조절하고 있습니다.
 
카드 사용액 확대를 위해 제공하던 카드사들의 프로모션도 줄어들고 있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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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부터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은 쇼핑몰 등 유통점에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3개월로 줄였습니다. KG이니시스와 각 카드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하나카드를 제외한 8개의 카드사가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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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카드사 할부 및 리볼빙 잔액 현황'에 따르면 신한, 삼성, 현대, KB국민, 롯데, 우리, 하나, 비씨 등 8개 카드사의 할부대금 잔액(유이자+무이자)은 2019년말 30조1880억원, 2020년말 32조9491억원, 2021년말 37조7421억원, 올해 9월말 41조4845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위 자료에 따르면 3년 간의 카드사 할부대금 잔액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즉, 신용카드 거래 시 할부이용이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졸업과 입학 등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기간을 축소하면서 많은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큰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카드사의 혜택이 줄면서 할부 구입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소비도 줄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해 상반기까지 금리 상품과 차량구매 캐시백 등 고객 혜택을 제공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시중금리 상승에 못 버틴 카드사들이 차 할부 금리를 올리면서 자동차판매사의 영업이익에도 비상이 걸린 것입니다.
 
지난 해 11월 기준 국내 주요 카드사의 자동차할부 대출금리는 할부기간 60개월 기준 평균 연 6~7%대로 지난 3분기(7~9월) 평균 할부금리(3%대 중후반)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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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금융협회 공시 포털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그랜저(최저가 3716만원)을 현금 구매비율 10% 대출기간 60개월로 할부 구매할 경우 지난 2일 기준 최고금리가 우리카드(10.4%), 삼성카드(9.7%), 하나나카드(8.5%), 신한카드(7.2%), KB국민카드(6.5%), 롯데카드(6.3%)입니다.
 
이 카드 중 가장 높은 이율의 우리카드로 계산 시 총 상환액은 4303만1148원으로 이자만 958만7148원입니다. 현금비율 10%인 371만6천원을 훌쩍 넘는 비용인거죠.
 

카드사 신용대출 금리 급증…평균금리 9~17%

할부 뿐 아니라 카드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신용대출 평균 금리 또한 급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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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전문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기준 카드사의 신용대출 상품 평균 금리는 우리카드가 17.04%로 가장 높고 그 뒤로 하나카드(15.49%), KB국민카드(15.12%), 신한카드(14.96), 삼성카드(14.93%), 비씨카드(13.88%) 순입니다.

 여신전문금융채 금리, 반년만에 5.92→3.76%

하지만 올 들어 시장금리 상승이 멈추고 채권 시장이 안정되면서 카드사들의 '돈줄'인 여신전문금융채 금리가 반년 만에 3%대로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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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기준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3.76%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여전채 금리가 3%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죠.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초까지 연 2%대 초중반 금리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상되고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6%대까지 치솟았죠. 이맘때 쯤 카드사들의 자금난으로 인해 각종 혜택들이 축소됐던 것입니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혼란이 줄어들고 채권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여전채 금리는 3%대로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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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자, 카드사들은 다시 여전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타금융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1조487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여전채 금리가 6%대까지 급등했던 10월에는 순발행액이 마이너스(-) 3조4423억원이었으나 11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죠.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면서 지난해 말부터 자취를 감췄던 카드사 무이자할부 혜택도 기간 한정 형태로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카드사들이 6개월 이상 장기 무이자할부를 기간 한정 형태가 아닌 정기적 형태로 제공하기엔 당장은 무리입니다. 이전보다 낮은 금리로 여전채를 발행하더라도 높은 금리에 발행했던 여전채 잔여 물량이 아직 남아있어 무이자할부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기 까지 2~3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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