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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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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성과급 돈잔치'를 벌인 은행권을 겨냥해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향후 금융당국의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은행은 기준금리 인상과 예대마진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을 톡톡히 누렸다. 반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들은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라 생계형 대출 창구로 내몰렸다. 2023년 1월 현재 은행권은 왜 정부당국의 뭇매를 맞고, 서민들은 여기에 호응하는 지 CBS노컷뉴스가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은행은 '돈잔치' 서민은 '빚잔치'①]

연합뉴스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은행들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②금융당국, '돈 잔치' 점검 예고…은행 향한 연속 '견제구'
③사기업일까 공공재일까? 반민반관(半民半官) 은행 논란

국내 5대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한국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으로 역대 최대 이익을 거뒀다. 희망퇴직자는 6~7억원에 달하는 특별퇴직금을 받고 이직을 준비 중이다. 남은 직원들도 적잖은 성과급을 두둑히 챙겼다. 반면 일반 서민들은 대출금리 인상 폭격을 고스란히 맞았다.


"주변 사람들의 축하가 2년만에 악몽으로 바뀌었어요"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박종민 기자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박종민 기자
48살 남성 이모씨와 44살 홍모씨 부부는 지난 2021년 초반 서울 변두리에 있는 84㎡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내년 초 입주 예정인 해당 단지는 780세대 규모로 총 공급금액은 발코니 확장을 포함해 약 8억9천만원 정도였다.

이씨 부부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장만)이라기보다는 자녀 3명을 위한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이들은 청약을 넣을 때만해도 당첨될 지 몰랐다. 경쟁률이 100:1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부인 홍씨는 "청약 당첨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넣은 건데 당첨되서 너무 놀랐고 감격했다"며 "주변에서도 쉽지 않은데 당첨됐다며 엄청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2년이 지난 현재 이씨 부부의 근심은 깊어졌다. 공급금액 20%인 계약금 1억7600만원을 내면서 은행에서 5천만원을 신용대출 받았다. 당시 금리는 약 2.96%. 원금을 뺀 이자는 월 12만원 수준. 현재는 금리가 4.61%까지 올랐다. 이자만 매월 19만원 정도 납부하며 원금 상환은 1년씩 연장 중이다.

중도금 60%도 집단대출을 이용 중이다. 중도금은 6회에 나눠 납부하는 데 이달 초까지 4회분 3억5천여만원을 대출로 해결했다. 초기 중도금 대출 이자는 4.87%. 해당금리는 5회차부터 6.26%로 오를 거란 통보를 받았다. 중도금 이자는 입주 후부터 내야 하기에 현재 이자부담은 없지만 내년 초 입주가 시작되면 찾아올 '이자 폭탄'에 잠이 안온다. 입주시 낼 잔금 20%(1억 7600만원)는 현재 월세 100만원에 살고 있는 아파트 보증금 8천만원에 열심히 모은 '쌈짓돈'을 더해 납부할 계획이다.

이씨 부부가 입주하면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로 내야할 이자만 매월 300만원에 육박한다. 외벌이인 이씨의 월수입은 대략 500만원 정도다. 아이들 학원비와 양가 부모님들 병원비까지 부담하면 생활비도 빠듯하다. 홍씨는 "주위 사람들의 축하가 2년만에 악몽으로 바뀌었다"며 "입주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이자와 원금 상환이 걱정돼 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의 과잉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홍씨는 "은행분들이 서민들의 피눈물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은행 이익 대부분이 우리 같은 대출자들의 이자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인생 이모작을 꿈꾸며 지난 2021년 말 부산에서 에어비앤비 사업을 시작한 41살 유모씨도 은행에서 사업자금 수억원을 대출을 받았다. 한 달 이자는 100만원 정도였지만 사업이윤을 남길 수 있었고 대출금도 꾸준히 갚았다. 하지만 올해 1월 들어 금리가 4% 대로 오르면서 대출금을 상당히 갚았음에도 잔여 대출 이자는 2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유씨는 물가도 오르고 유지비용도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남는 게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에 금리우대를 문의한 유씨에게 창구 직원은 "대출금액이 적어 다행이다. 10억원 이상 대출이 있는 기업은 이자만 수천만원인데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는 것도 상황이 좋은 증거"라는 답변을 내놨다.  


은행권 매년 1조원대 성과급 잔치…서민들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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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대 최고 이익을 거둔 5대 시중은행들은 임직원들에게 1조원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생계형 대출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 커졌지만, 은행들은 대출이자로 '돈잔치'를 벌였다.

14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 1조193억원보다 3629억원(35%) 가량 늘었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 6706억원, 국민은행 2044억원, 신한은행 1877억원, 하나은행 1638억원, 우리은행 1556억원 순이었다. KB국민은행은 임원 1명에게 성과급 15억 78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통상 은행권의 성과급은 발생 년도 다음해에 성과 평과에 따라 확정 지급되는데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성과급은 사상 최대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자들에게 1인 평균 6~7억원에 달하는 특별퇴직금도 지급했다. 5대 시중은행 희망퇴직자는 2200여명인데 이들은 연차에 따라 최대 3년치 월평균 임금과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비 등을 특별퇴직금 형태로 수령했다.

은행권의 이같은 '돈잔치'는 기준금리 인상에 연동된 시중금리 상승과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 급증이 결정적이었다. 4대 금융지주(KB국민·우리·신한·하나)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39조6735억원으로 전년(33조494억원)보다 20%나 늘어났다. 이들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도 15조8506억원으로 전년(14조5428억원) 대비 9.0% 급증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은 딴세상 얘기…'그들만의 리그'로 서민들과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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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이 오히려 환영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간단하다. 대출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 입장에서 은행권의 호실적은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과거 외환·금융 위기 당시 금융권에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배경에는 은행들이 자금 공급이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다한는 대전제가 깔렸다. 당시 금융권 희망퇴직은 공적 기능 회복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의 희망퇴직은 이자장사로 얻은 수익을 직원들에 대한 복지로 변질됐다. 그만큼 금융소비자들과의 괴리가 커졌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대한 불투명성, 일명 '셀프 연임'에 대한 사회적 여론 악화와 정부 차원의 개선책 마련 움직임도 은행권이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는 평가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14일 "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원장은 "성과보수 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을 하겠다"며 "은행의 성과평가체계가 단기 수익지표에만 편중되지 않고 미래손실 가능성 및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토록 하는 등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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