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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은행들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②금융당국, '돈 잔치' 점검 예고…은행 향한 연속 '견제구' ③사기업일까 공공재일까? 반민반관(半民半官) 은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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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와 금리인상기에 맞물린 역대급 이자 수익을 은행이 사실상 독차지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적 시선이 적지 않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까지 같은 시각을 내비친 만큼 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견제 행보엔 더욱 탄력이 붙고 있다.
당장 윤 대통령이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다음날인 14일 당국도 준비해왔던 대응책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尹 "상생 금융" 주문에…당국, '은행 성과 보수 체계 점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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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임원회의에선 이날 은행권의 성과 보수 체계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적절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시장 안정과 취약 차주 부담 경감 등 사회적 지원 활동은 어느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 점검하라는 원장 지시가 나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고금리와 경기 둔화 등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들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이 지시했다.
한마디로 은행이 공적 역할엔 소홀한 채 '돈잔치'에만 과하게 치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보라는 뜻으로, 이 같은 현황 점검 지시는 전날 윤 대통령이 언급한 상생 금융 유도를 위한 첫 스텝으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해당 지시는 이달 초 금감원 업무 계획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려 더욱 무게가 실렸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성과 보수 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적시된 관련 규정 테두리 내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해당 법 제 22조에 적힌 '이연(移延) 지급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단기 성과에 국한해 성과급을 한 번에 몰아서 주지 말고 여러 해에 걸쳐 지급하라는 것인데, 과도한 성과급이 단기 실적 추구에 따른 미래 리스크를 높인다는 문제 의식을 기반으로 도입된 규정이라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사회적 지원 활동 점검은 은행권으로부터 과거 내역과 향후 방안을 받아 분석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최근 은행권이 향후 3년 동안 총 5천억 원의 자금을 모아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 금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은행 지배구조 개선까지…당국, '강경 드라이브'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전날 은행이 금융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은행이) 향후 금융 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수익을)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추진 중이다. 도입 현실화 시 금융위는 당국의 은행 점검 결과 예상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은행에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요구의 제도적 근거가 없었다.
은행에 이처럼 전방위로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당국은 보다 근본적으로 지배구조에까지 '메스'를 대겠다는 방침이다. 은행(지주)은 주인이 없는 대표적인 소유 분산기업인데다가 외환위기 때 대규모 공적 자금을 수혈 받았고, 엄격한 법적 인가 요건 하에 형성된 사실상의 독과점 체제를 누리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조속히 세부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내달 초 기업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예고했다. 올해 금융위 업무보고엔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의무도 명문화 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올해 1분기 중 마련해 입법 예고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금감원도 은행 이사회가 적절하게 구성돼 경영진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집중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전문성‧다양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사회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인사 추천권은 물론 경영진의 성과 평가‧보상 체계 수립 권한까지 지니는데, 이사회에서 다수를 점하는 사외이사 자리에 대표와 가까운 이들이 포진해 주요 안건에 찬성표만 던지는 'CEO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