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두 차례 강타한 대지진 사망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1만8500명) 때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9일 튀르키예에서 1만7134명, 시리아에서 3162명으로 총 2만296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도 훌쩍 지나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진 생존자의 90% 이상은 72시간 안에 구조된다. 생존률은 24시간 안에 구조하면 74%지만, 72시간은 22%, 5일째는 6%로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무너진 집에서 80대 여성이 9일 만에 구조된 바 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때도 16살 소녀가 15일 동안 잔해에서 생존한 사례도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현재 튀르키예에서만 최대 20만 명의 시민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가능성도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기준 11만명 이상의 구조 인력과 5500여대의 중장비가 피해 지역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전 세계 56개국에서는 6479명에 달하는 해외 구호대가 현지에 파견됐다.
현장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적 같은 구조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갇혔던 5세 소녀와 부모가 73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가지안테프에서도 지진 발생 76시간 만에 파괴된 건물 속에서 3명이 구출됐다. 하타이 지역에서는 잔해에서 66시간을 견딘 생후 7개월 아기가 구조됐다.
튀르키예 현지에 급파된 우리나라 긴급 구호대도 활동 개시 첫날 70대 남성, 40세 남성,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 총 5명을 구조했다.
연합뉴스세계보건기구(WHO)는 강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물과 식량, 연료 등을 구하지 못해 '2차 재난'의 위기에 몰려있다며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구호 물품과 자원봉사자 등이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눈과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 강추위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진 발생 지역 가운데 카르만마라슈는 영하 6도, 가지안테프는 영하 5도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최고기온은 영상 2도에 지나지 않는다.
오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12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병원 등 사회기반시설이 대부분 파괴된 데다 콜레라 등 치명적인 전염병마저 번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지원이 몰리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이날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6대가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넘어 반군 장악 지역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