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지면서 코스피를 이끄는 '대장주'로서 힘이 빠진 모양새다.
하지만 시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다지는 사이 새로운 주도주가 코스피 반등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매도 규모가 크지 않은 점도 기대를 키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삼성전자 시총은 334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2047조원의 16.3%를 차지한다. 7월 말 22.1%에서 5.8%p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 폭락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대에서 5만원대까지 30% 떨어졌다. 덩달아 코스피도 2700선에서 2500까지 8.61% 빠졌다.
이처럼 2000년 11월 이후 코스피 시총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은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도력이 약화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코스피는 대체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비중이 줄어도 코스피는 살아난 경우가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주도력 약화 이후 반도체 하락이 제어될 경우 코스피 상승세는 가능하다"면서 "반도체 시총 비중 하락이 다른 업종의 시총 비중 상승을 야기함에 따라 시장 영향력이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2.18% 하락하며 시총이 499조원에서 481조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비중도 23.7%에서 20.8%로 2.9%p 떨어졌다.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3000선에서 출발해 3300대에 육박하며 9.42% 상승했고, 전체 시총도 2098조원에서 2305조원으로 늘었다. 삼성전자가 빈자리를 금융과 철강 등 섹터가 대신하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2010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년 동안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연합뉴스삼성전자의 코스피 비중은 13.2%에서 10.6%로 2.6%p 감소했다. 시총이 122조원에서 131조원으로 늘었지만, 코스피 시총도 920조원에서 1228조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삼성전자 주가가 5.18% 오르며 코스피 25.88% 상승에 힘을 실었다.
따라서 최근 '4만전자'를 찍고 반등한 삼성전자가 5만원 중반대 안착한 가운데 조선과 기계, 2차전지, 바이오 등 섹터가 2500선을 회복한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2025년과 2026년 영업이익 기여도가 개선되고, 이익 모멘텀이 강한 업종에 조선과 기계, 2차전지, 인터넷, 바이오 및 중국 소비주가 있다"면서 "채권금리 및 달러화 하향 안정과 유럽‧중국의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이들 업종이 코스피 반등을 이끌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8월부터 본격화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삼성전자에만 집중된 점도 코스피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외국인은 8월부터 코스피에서 18조 736억원의 투자금을 뺐다. 삼성전자에서만 18조 4890억원을 순매도하며 사실상 삼성전자 매도에 집중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는 부담스럽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국내 증시에) 지난 8월 이후 4500억원, 미국 대선 이후에도 5300억원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 달러 강세 압박 속에서도 외국인이 방산과 운송, 원전 등 기계 및 산업재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