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서해 피격'을 '용공 조작'에 빗댄 검찰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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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여러 경위로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간첩 등 죄명으로 처벌된 사례에 대한 재심 절차가 현재까지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억울하게 처벌받은 분들이 명예 회복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티타임에서 검찰 관계자가 돌연 '용공 조작'을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월북했다는 결론 낸 것을, 군부독재 시절 무자비하게 남용된 국가 폭력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두 달 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검찰이 4·3사건과 권위주의 정권 시대 국민을 간첩으로 몰아 처벌한 것에 대해 바로잡고 있다. 이대준씨가 월북이라면 국가보안법 탈출죄, 간첩죄에 해당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단정적으로 하는 것은 유족들이나 우리 국민에게 굉장히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판단을 '오판'이라고 보고 있다. 자국민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 시스템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무리한 결론을 내렸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이씨가 배 위에서 실족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바다에 빠질 때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고, 당시 바다가 칠흑같이 어둡고 조류도 거셌다는 이유에서다. 이씨가 발견된 장소가 배에서 27㎞나 떨어져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일산 호수공원까지의 거리를 동력 이용 없이 (수영해서) 간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검찰은 앞서 서훈 전 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을 기소하면서도 '불법 용공 조작의 폐혜'를 콕 집어 명시했다. 이대준씨를 두고 행해진 월북 몰이를 용공 조작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월북자로 규정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월북자 가족'이라는 낙인을 남겨 심각한 피해를 준다. 국가가 개인에 대해 월북자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사법 절차에 준하는 충분한 조사와 신중한 판단,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의 이같은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원석 총장이나 서해 피격 수사팀의 말은 용공 조작과 무관한 제3자의 언어로 읽혀서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검찰은 국가 폭력의 주요 가해 당사자 중 하나다. 가해자였지만 제대로 된 사과는 최근에야 이뤄졌다. 과거 검찰의 부실 수사와 인권 침해에 대해 검찰의 수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2019년 과거사위 권고에 따른 문무일 총장이 처음이다. 당시 사과는 2009년 용산 참사 사태와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8건에 대한 것이었다.

뒤늦은 사과에도 군사 정권이 저지른 숱한 공작에 공안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적극 가담한 것에 대한 공식적이고 진실된 사과나 반성은 담겨 있지 않았다. 문 총장이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대법원이 간첩조작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해 '보복 기소'를 인정했지만, 검찰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검찰이 과거사 청산을 위해 아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제주 4·3 사건 △긴급조치 9호 사건 △태영호 납북 사건 △남북귀환 어부 사건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 등 직권재심 청구를 확대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이대준씨 월북 몰이에 용공 조작의 그림자를 비유하는 수사팀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항고 포기, 재심 무죄 사건의 항소 및 상고 취하, 조작 가담 검사들에 대한 자체 조사와 반성 등이 필요하다.

"한 명 월북몰이 했다고 세상이 전부 시끄러운데 수십년 동안 억울함을 풀지 못한 우리는 뭐란 말인가".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김춘삼씨가 최근 한 모임에서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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