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이하 건보) 재정을 우려해 보장성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에 제동을 걸었지만, 정작 정부 예산으로 지출해야 할 코로나19 관련 비용을 건보에 떠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치료비, 감염관리지원금, 진단검사, 신속항원검사비 등 코로나19 관련 비용은 총 4조9846억원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건보가 부담한 금액은 약 79%에 달하는 3조9297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건보 누적 적립금 20조2400억원의 19.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비용까지 감안하면 그 액수는 더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2647억원(총 3456억원), 다음 해인 지난해에는 2조1882억원(3조281억원)을 건보에서 부담했다. 건보 재정에서 지출된 코로나19 관련 비용은 최소한 6조3000억원이 넘는다.
야당 의원들의 요구로 내년도 예산에 애초 건보에서 부담하려던 입원격리치료비 1234억3500만원과 진단검사비 6900억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편성됐었지만, 최종안에서는 정부 원안대로 빠져버렸다. 내년에도 건보 재정에서 코로나19 비용을 충당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비용을 건보 재정으로 메우는 것은 타당한 걸까.
국가적 재난에 가까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이에 따른 비용은 현행법상 국가 예산으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67조를 보면 △감염병 환자 등의 진료 및 보호에 드는 경비△감염병 교육 및 홍보를 위한 경비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전문인력의 양성에 드는 경비 등은 국가가 부담한다고 나와 있다.
정부는 "코로나 관련 비용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결정으로 건보 재정으로 지원돼 국가부담 정산에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정심은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기구다. 건정심의 결정이 감염병예방법법보다 앞선다는 근거는 없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비용을 건보에서 부담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메르스 대응을 포함하면 감염병 대응에 사용된 건보재정은 약 10조 이상에 이른다"며 "이 비용의 환수를 위해 소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정애 의원은 "건보 재정을 필요할 때는 가져다 써 놓고 이제 와선 재정 악화를 운운하며 건보 보장성 확대를 흔들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