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대못 뽑혔지만 시장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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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구조안전 큰 문제없어도 주차난·층간소음 심하면 재건축 가능
조건부재건축 범위 축소하고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사실상 없애
서울 강남, 노원, 목동 등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단지 수혜기대
"규제 큰 틀 바뀌었지만 시장 여건상 재건축 거래 활성화 가능성 적어"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안전진단의 큰 걸림돌로 꼽혔던 구조안정성 점수 비중을 낮추고 주차 공간 부족, 층간소음 등 주거환경 점수 비중을 높였다. 아울러 '조건부 재건축' 판정 대상을 축소하고 2차 안전진단으로 불렸던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의무도 폐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초기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이 활성화와 이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안전진단 기준 대폭 손봐…재건축 가능단지 0개→35개


국토교통부는 8일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가중치를 각각 30%로 높여, 구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없어도 단지가 오래돼 불편하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2차 정밀안전진단'인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는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위임해 지자체가 요청할 때만 제한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사실상 폐지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이런 규제개선에 나선 것은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가 구조안정성 비중을 강화하고, 조건부 재건축 대상에 대한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하면서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부터 사업이 막히는 경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전국적으로 139건(연 49건), 서울은 59건(연 21건)에 달했지만 관련 기준이 강화된 뒤로는 지난달까지 안전진단 통과 건수가 전국 21건(연 5건), 서울은 7건(연 2건)으로 급감했다.

정부는 조건부 재건축의 범위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안전진단을 신청하면 평가항목별 점수 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점이 30점 이하인 경우 '재건축' 판정이 내려지는데, 앞으로는 45점 이하면 곧바로 '재건축' 판정을 받아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공공기관의 적정성 평가와 재건축 시기조정을 받도록 했던 '조건부 재건축' 판정 대상은 점수의 범위를 종전 30~55점에서 45~55점으로 대폭 축소한다.

국토부 분석 결과 2018년 3월 이후 현행 기준으로 안전진단 절차가 완료된 46개 단지의 경우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지만, 개선된 규제가 적용되면 46개 단지 중 26.1%(12개)는 재건축 판정을 받고, 50%(23개)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는 등 35개 단지가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안전진단을 수행 중이거나 2차 안전진단을 마치지 못한 단지에도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양천구 목동의 2만4천여 가구를 비롯해 노원, 강남, 송파, 강동구 등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의 200가구 이상 단지 가운데 2023년 1월 기준 건축연령이 30년 이상 된 단지는 총 389곳(안전진단 통과 단지 제외)으로 노원구(79개)가 가장 많았고, △강남(46개) △도봉(34개) △송파(23개) △강서·양천(각 22개) 순으로 노후 아파트가 몰려 있다.

자금력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 등 속도 낼 듯…"집값 자극할 가능성 적어"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전문가들은 역시 이번 규제 개선으로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집값 불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단지들과 안전진단 규제완화 발표를 기다리며 2차 정밀안전진단을 연기해온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의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지구단위계획이 통과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던 목동신시가지11단지와 노원구 태릉우성 등은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하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초구 삼풍아파트와 양재우성아파트 등과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안전진단 규제완화 발표를 기다리며 2차 안전진단을 연기해온 반포미도2차와 방배임광3차아파트 등도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재건축 사업 진행의 큰 걸림돌이 사라진 것은 분명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관련 규제 개선으로 재건축 시장이 활성화되고, 이에 따른 집값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심리가 위축되면서 지구단위계획 통과나 관리처분인가 등 과거 재건축 시장 호재로 꼽혔던 소식들이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아울러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일반분양 전까지 대부분 대출을 받아 진행하는 사업비 이자가 큰 폭으로 늘었고,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통상 무이자로 빌려줬던 이주비 역시 조합원들이 이자를 부담하는 등 조합원들의 부담도 늘어났다.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역시 상존해있다.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은 "재건축 사업에서 큰 의미가 있는 규제완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총평하며 "서울의 노후 단지뿐만이 아니라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 역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재건축 가격이 상승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역설적으로 시장 불안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런 규제 완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건축의 또 다른 규제의 한 축인 재초환이 남아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도 이후 정비구역지정,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착공, 준공 등 재건축 사업은 긴 시간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며 "재건축을 계획하는 단지들은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었을 때 사업에 속도를 내야 향후 재초환 규제완화가 이뤄졌을 때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작은 정책변화에도 호가가 널뛰기를 하던 올해 상반기와 달리 현재는 웬만한 정책이 나와도 호가와 거래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건축을 추진하던 기존 단지들에게는 호재이지만 이번 조치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상황은 계속 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2차 안전진단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긴 했지만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서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만큼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재건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주 및 입주 시기에 단기적으로 집값 급등이나 급락 등의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차제가 정비구역 지정시기를 정해 건축시기를 조정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1기 신도시나 과천 등 동일한 시기에 공급된 특정 지역 지자체에 너무 큰 권한이 주어질 수 있어 관련된 기준을 합리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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