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제주 짧아진 봄가을 뜨거워진 바다…기후위기 공포[영상] ②금요일 지구촌선 무슨일이…기후행동 나선 청소년들[영상] ③꿀벌 실종 미스터리…동행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영상] ④카누도 타고 쓰레기도 줍고…기후보호 이색활동[영상] ⑤이산화탄소 내뿜는 비행기 타고 휴가? 기후학교의 고민[영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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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크의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에서 한 학생이 플라스틱병과 쓰레기를 줍고 있다. 이인 기자독일 함부르크의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는 환경학교와 기후학교로 동시에 지정됐다.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50개의 기후보호 계획을 세우고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만들어 실천해 나가는 학교다. 에너지 절약과 하천 가꾸기 등의 실행 과제들이 있다.
학교 휴게공간에는 기후보호 등을 위한 목표들이 붙여져 있다. 바다생물을 지키자는 등의 표어를 학생들이 직접 쓰거나 그림도 그려 넣었다.
기후학교와 환경학교로 지정된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 건물에는 기후보호 등을 위한 목표들이 적혀져 있다. 류도성 기자
환경학교와 기후학교를 모두 담당하고 있는 김나지움 랄슈테트의 야니나 게바우어(39) 교사는 "교사와 학생은 물론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기후보호 계획 50가지를 세웠고 환경학교 프로젝트로는 학교정원 조성과 하천 가꾸기 등이 있다"고 말했다.
김나지움 랄슈테트의 학생수는 1100여 명이고 교사는 100여 명으로 함부르크 김나지움 학교 62곳 중 5위권의 규모를 자랑한다. 학교 건물은 50여 년 만인 지난 2017년 보수공사를 마치고 친환경 건물로 거듭났다.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는 지난 2017년 보수공사를 마치고 친환경 건물로 거듭났다. 이인 기자창문을 열면 난방기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고 사람이 없으면 조명도 스스로 꺼진다. 보온 단열 기능이 뛰어난 건물로, 열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해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관리자가 2층 사무실에서 한꺼번에 조명 등의 전원을 끌 수 있도록 했다.
김나지움 랄슈테트가 기후학교와 환경학교를 운영하고 건물을 친환경 소재로 바꾼 이유는 기후보호를 위한 실천이 학교 밖 지역사회로까지 퍼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게바우어 교사는 "교내 학생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길 바라고 학생들의 가족도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후학교와 환경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 플로리안 프랑켄펠트 교장. 류도성 기자플로리안 프랑켄펠트(55) 교장은 "기후보호를 위한 생각은 글로벌하게 하되 실천은 로컬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학생과 주민들이 지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 바로 학교와 동네에서부터 실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지움 랄슈테트에 기후보호를 위한 실천 프로그램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플라스틱병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를 한 학생이 냈고 학교에는 수거함이 따로 마련됐다.
독일에선 유리병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병과 캔을 반납해도 현금으로 돌려주는 반환보증금제, 판트(Pfand)가 활성화돼 있다. 판트 마크가 표시된 빈병과 캔을 대형마트에 설치된 기기를 통해 반환하고 영수증을 출력받으면 마트 계산대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보통 플라스틱병 1개에 0.25유로가 매겨져 4개만 반납해도 1유로, 우리돈으로 1400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의 로냐 라인하트(13) 학생이 플라스틱병을 수거함에 넣고 있다. 류도성 기자로냐 라인하트(13)는 "주운 플라스틱병이나 물을 다 마신 빈병을 수거함에 넣으면 한꺼번에 모아 마트에서 현금으로 교환한 뒤 환경단체 등에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게바우어 교사는 "수익금 사용처도 학생들이 직접 조사해 결정하는데 아프리카나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를 한다"고 밝혔다.
학교에는 또 쓰던 물건을 가져다 놓고 필요한 학생이 가져가게 하는 공간이 있다. 펠리나 포르탄(13)은 "자신에게는 쓸모가 없어졌지만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책이나 옷, 카드게임기 등을 갖다 놓기도 하고 그곳에서 동생들에게 필요한 장난감을 가져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의 펠리나 포르탄(13)이 물물교환 장소에서 물건을 보고 있다. 류도성 기자학생들의 선한 영향력은 곧바로 지역사회에 영향을 끼친다. 프랑켄펠트 교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기후나 환경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병을 모으고 수익금도 기부하면서 긍정적인 영향력이 지역사회로 퍼진다"며 "이런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는 방침에서 환경교육과 기후교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시작한 물물교환은 지역사회로도 퍼져 많은 주민들이 쓰던 물건들을 주고 받고 있다"고 게바우어 교사는 귀띔했다.
프랑켄펠트 교장은 "자전거 타는 것도 일상화돼 아이들을 자동차로 태워주는 부모도 드물고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학생은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등하교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나지움 랄슈테트에서 학생의 2/3, 700~800명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교사들의 절반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꽤 넓은데도 늘 꽉 찬다.
프랑켄펠트 교장은 "한 학생이 '친환경을 강조하면서 왜 교장 선생님은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냐'는 질문을 할 때 당황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마음에 흐뭇했다"며 "급히 이동할 일이 많아 승용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답을 해주면서도 다시 한번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의 교정을 가득 채운 자전거들. 이인 기자그는 이어 "지인 모임에서 미래를 위해 지구와 자연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하는 토론을 했었는데 어떤 분이 방학 때 비행기를 타고 휴가가는 것에 분노했다"며 "이산화탄소를 그렇게나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켄펠트는 또 "김나지움 랄슈테트의 학생들도 '우리가 꼭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가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부모에게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기후교육과 환경교육이다"고 밝혔다.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에서 페어트레이드를 가장 잘 실천한 학생들이 활동가로부터 상장을 받고 있다. 이인 기자
김나지움 랄슈테트를 찾은 지난 10월 28일은 마침 '페어 트레이드(Fair Trade, 공정무역)'를 가장 잘 실천한 학생들에게 상장을 주는 날이었다. 페어 트레이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불공정 무역구조로 발생하는 부의 편중과 환경파괴, 노동력 착취,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무역형태이자 사회운동을 말한다. 특히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아래 제품이 만들어지면 소비자들이 환경과 인권, 노동 등의 각종 사회문제를 고려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학생과 교사들이 기후위기를 고민하고 각종 과제들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의 동참도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