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후 첫 목소리 모은 유족들…"진정한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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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민변·핼러윈 참사 유가족 첫 기자회견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 6가지 요구사항 발표
유가족, 기자회견 도중 울다 쓰러져 실려나가기도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겹겹이 눌러오는 공포 속에서 뒤로…뒤로…뒤로… 꺼져가는 의식으로 붙들고 있었을 너의 마지막 절규에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차마 꽃조차도 미안하구나"

-22일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송은지씨 아버지가 읊은 시 구절. 김의곤 <미안하다 용서하지마라>-

 
핼러윈 참사 이후 처음으로 유가족들이 모여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TF와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철저한 진상 및 책임규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는 당초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 34명이 참석키로 돼 있었느나, 실제로 20여명이 자리했다.
 

배우로 활동했던 희생자 고(故) 이지한씨 어머니는 "아들이 12월 (작품) 방영을 앞두고 매일같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오직 그 작품에 온 신경과 정성을 쏟고 있었다"며 "아들이 밥 먹고 금방 온다더니 그날 죽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장관의 아이도, 회사원의 아이도, 시장 상인의 아이도 생명의 무게는 다 같지 않느냐"며 "과연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과장,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장관, 국무총리의 자식들이 한 명이라도 그곳에서 숨쉬기 어렵다, 압사당할 것 같다, 살려달라, 통제해달라고 울부짖었다면 과연 (용산경찰서장이) 그 거리를 설렁탕 먹고 뒷짐지며 어슬렁거리며 걸어갈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진단서를 꺼내 보이며 "사망일시도 추정, 이태원 거리 노상, 사인은 미상,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며 "어떻게 부모가 자기 자식이 죽었는데 사인도 시간도 제대로 된 장소도 알지 못하고 자식을 떠나보낼 수 있느냐"고 원통해 했다. 또 "술 한 잔 못하고 축구를 유난히 좋아했던 착하기만 했던 아들이 이젠 내 곁에 없다"며 "엄마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냐"며 비통함을 토로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유가족 중에는 오열하다 쓰러져 기자회견 도중 주변 부축을 받아 나간 이도 있었다.
 
연세어학당에 공부를 하러 왔다가 이번 참사로 사망한 오스트리아 국적의 고 김인홍씨의 어머니 또한 "(오스트리아에서 살면서) 외국인이라고 외면당하지 않게 아들을 키워왔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가르쳤다"며 "나라 이끄는 분들이 잘못 인정하지 못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게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인홍씨의 장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오는 28일 치러질 예정이다. 고 김인홍씨 어머니는 "억울하게 죽은 외국인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자식들에 대한 비통함을 토로하는 유가족의 목소리에 다른 유가족들도 함께 울먹였다.
 
희생자 이상은씨 아버지는 "대학 졸업과 함께 열심히 준비해서 미국 공인회계사를 준비해 '아빠 합격했어'라는 목소리가 핸드폰에 녹음돼있다"며 "딸을 보내고 이튿날 딸의 휴대폰으로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회사에서 좋은 소식이 날라왔는데 딸은 갈 수가 없다"고 애통함을 털어놨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책임자들을 강하게 꾸짖고 나선 유가족들도 있었다. 희생자 이민아씨 아버지는 "(책임자들이) 대규모 인파운집이 예상됐음에도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며 "미온적인 계획을 세운 행정안전부, 서울시청, 서울경찰청 등 관련부서는 모두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족들의 모임 구성이나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 확보도 없었다"며 "유족들에게 사고 발생 경과와 내용, 수습진행상황, 피해자들의 기본적인 권리 안내 등 기본적 조치조차도 없었다"고 말하며 참사 이후 정부가 유가족들에 대해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정부에 대한 6가지 요구사항을 전했다. 민변 측은 △정부의 진정한 사과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인 대책 마련 등 정부에 대한 유가족들의 6가지 요구 사항을 대신 전했다. 민변 측은 "해당 내용은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며 "추후 유족들과 더 소통하고 협의해 더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변 측은 2차 가해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고민 중인 유가족들도 일부 있으며 수사가 미진할 경우 법적 조치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민변 측은 "증거보전신청은 (이미) 한 단계고, 수사가 미진한 상황이 있다면 법적조치를 준비할 것"이라며 "최종적인 조치는 유가족과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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