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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사건 은폐"…이춘재 살해 유족에 2억2천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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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당시 경찰, 김양 살해 가능성 인지하고도 은폐"
유족 "지난 30년보다 소송 기간이 더 힘들었다"

김양 오빠인 김현민(왼쪽) 씨와 변호인 이정도 변호사(오른쪽). 정성욱 기자김양 오빠인 김현민(왼쪽) 씨와 변호인 이정도 변호사(오른쪽). 정성욱 기자
30여년 전 연쇄살인범 이춘재로부터 초등학생 딸을 잃은 유족이 '당시 경찰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억2천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수원지법 제15민사부(이춘근 부장판사)는 17일 김용복(71·사망)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김씨와 그의 아내(사망)에게 각각 위자료 1억원씩, 아들 김현민(45)씨에게 2천만원 등 총 2억2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작성된 경찰의 수사보고서를 보면 김양이 살해됐을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지만, 경찰은 단순 가출사건으로 종결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며 "이로 인해 유족들은 애도와 추모할 권리, 사망에 대한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유족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유족이 받은 고통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회복되기 어렵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김씨의 딸인 김모(당시 8세)양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30분쯤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이춘재에게 납치당한 뒤 살해당했다.

그러다 5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화성시 한 야산에서 김양이 소유하고 있던 물건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당시 김양의 시신으로 추정되는 일부 유골을 발견했다. 하지만 김양과의 연계 수사로는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이 사건은 단순 가출사건으로 종결됐다.

그러다 2019년 경기남부경찰청이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재수사에 착수했고,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춘재로부터 "김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는 자백도 받아냈다.

김양의 유족들은 2020년 3월 "경찰이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해서 사건에 대한 실체 규명이 지연됐다"며 2억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다만 얼마 뒤 김씨의 아내가 사망했고, 지난 9월에는 김씨마저 숨졌다. 결국 김씨의 아들이자 김양의 오빠인 김현민씨가 소송을 이어받았다. 이 사건 변호인인 법무법인 참본의 이정도 변호사는 이 사건이 김씨 부부의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며 손해배상 청구액도 4억원으로 높였다.

재판이 끝난 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고, 공소권도 없기 때문에 남은 억울함을 풀 제도는 국가배상소송이었다"며 "결과적으론 당시 경찰관들의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위법 수사행위가 인정됐고, 유족들의 인격권 침해가 인정된 부분 등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고, 또 청구 금액 전부가 인정되지 못한 측면에서는 아쉽다"며 "금액이 많고 적고보다는 국가 기관의 은폐에 따른 책임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남은 유족인 김양의 오빠 김현민씨는 30년을 기다린 것보다 소송 기간이 더 힘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조금 더 빨리 판결이 나왔다면 편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떻게든 죄를 물어야 한다"며 "가해자들이 사죄나 아무 말이 없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 언제라도 말을 하고 (이 사안을) 끝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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