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산모 44% 감소…장애인에 더 가혹한 '출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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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심도 있게 모색해 본다.

[인구위기와 공존⑬]거꾸로 가는 장애인 '출산 장벽'

21년 장애인 산모 828명…3년 전 1482명보다 44%↓
전체 가임여성 1천명당 산모 비중 4분의 1에도 못 미쳐
출산비용 더 높아…장애친화 산부인과 전국 21개 뿐

여성장애인 "출산‧돌봄 관련 지원 서비스 가장 필요"
정작 줄어드는 지원…장애친화 산부인과 예산 '0원'
장애인계 "지금도 열악한데 더욱 악화" 우려 목소리

▶ 글 싣는 순서
①청년도 노인도 불행한 '인구 디스토피아'
②놀이터엔 노인들만…"애 한 명도 안 태어난 마을도"[영상]
③"마을 하나씩 매년 사라지는 셈…20년 후가 두려워요"
④20여년 간 41개 학교 문닫은 신안…"공공인프라 길게 보고 심어야"[영상]
⑤지역 특색 살린 '살아보기'로 인구 유치…"가장 큰 걸림돌은 주거 문제"
⑥'과밀한' 경기도마저 인구위기 '빨간불'…"80대도 안아프면 일해야"
⑦가평 이사 간 목동엄마의 분투기 "주3일은 서울行"
⑧MZ세대 남녀 '동상이몽' 심화…멀어지는 결혼·출산
⑨현실판 '82년생 김지영' 도처에…"이기적이란 말이 이기적"
⑩'비혼 1세대'가 바라본 저출생…"'삼중 노동' 여성들의 파업"
⑪"육아대디 되니 아내와 '동질감'…평일 회식도 눈치 안 봐"
⑫"젠더 갈등, 연애에도 영향…여성 고용문제 풀어야 저출생 개선"
⑬3년 만에 산모 44% 감소…장애인에 더 가혹한 '출산정책'
(계속)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위기를 마주한 대한민국. 지역, 소득 등 각종 사회‧경제적 차이를 막론하고 모든 곳에서 이러한 초저출생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게 출산율이 저조한 집단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실이 올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여성장애인 출산 현황'을 보면 2021년 출산한 장애인 산모는 모두 828명이다. 3년 전인 2018년 1482명에서 654명, 약 44.1%가량 줄어든 수치다.

비장애인을 포괄한 전체 국내 인구집단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선명하다. 지난해 등록장애인 중 가임기 여성(15~49세)이 약 15만5천명인 점을 고려하면 가임기 여성 1천명 당 출산 산모는 5.3명꼴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임기 여성 1천명당 산모 수인 22.2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84명으로 한 가정당 평생 한 명의 아이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 속 장애인에게서는 이러한 인구절벽이 더욱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장애를 겪는 당사자들은 유독 저조한 출산율 원인으로 비장애인보다 더 높은 '출산 장벽'의 존재를 이유로 꼽는다. 일반 여성에게도 그 자체로 크나큰 불편과 고통을 동반하는 출산의 과정이 신체 또는 정신적 제약까지 존재하는 여성장애인에게는 적합한 병원을 찾고 오가는 문제까지 더해져 더욱 버겁다는 것이다.

이렇듯 출산을 위해 필수 시설이 구비된 기관을 찾아가야 하는 만큼 비용도 더 들 수밖에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장애 산모의 평균 출산비용은 192만2천원으로 같은 해 비장애 산모의 출산비용은 177만4천원보다 15만원 가량 많았다. 상급종합병원 등 상급의료기관 이용비율도 여성장애인은 25.7%로 비장애여성 15.5%보다 높았다.  

하지만 높기만 한 출산 장벽을 넘기 위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은 대체로 부족한 상황이다. 여성장애인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장애 친화적인 시설‧장비를 갖춘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전국에 21개소뿐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구, 인천, 세종, 강원, 충남, 제주 등 6곳에는 1개의 장애친화 산부인과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적은 숫자의 장애친화 산부인과마저도 정부의 지원 부족 등으로 점자로 된 의료기록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이송을 편리하게 하는 침대형 휠체어, 전동식 수술대 등을 갖추지 못한 곳들이 상당수다.


장애친화 시설 부족 외 금전적 지원도 여성장애인에게 태아 1명 당 100만원을 지원하는 출산비용 지원 사업이 거의 유일한 상황이다. 이조차 정부의 홍보 부족, 복잡한 행정 절차 등으로 지난해에는 성과달성 목표치인 지원율 80%에 10%p 미달한 70%에 그치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가장 지원이 시급하다고 체감하는 영역 또한, 출산‧돌봄 부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만 18~49세 여성 장애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 중 출산 관련 서비스(33.4%)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세부 항목 별로는 출산비용 지원(10.2%), 임신‧출산관련 교육 및 정보제공(8.8%), 여성장애인 임신‧출산 전문병원(7.1%), 산후조리 서비스(5.1%) 등이다. 출산 관련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자녀 양육 지원 서비스가 13.3%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한국 그 어느 집단보다 심각한 저출생을 겪는 집단인 장애인들은 출산과 돌봄의 정부 지원이 확충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이 부족한 지원마저도 대폭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와 건보공단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친화 산부인과 신규 개설을 위한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지원사업 또한, 올해 9억5900만원에서 내년 7억7900만원으로 1억 8천만원 삭감된 상황이다. 여성장애인 교육 지원 사업비 또한, 올해 18억500만원에서 내년도 17억 3400만원으로 7100만원 삭감됐다.

목표치 미달 등 실적 저조가 주 삭감 배경으로 지목되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오히려 출산‧돌봄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지원이 줄어들 시 장애인 출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애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는 "이번에 전국 지부를 돌아보면서 그나마 서울 같은 경우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조금 생기기는 하지만 지역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사회적 인식은 물론, 출산과 관련한 물리적인 환경 자체가 곳곳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렇게 예산이 감축되면 이런 지역의 경우 더욱 접근도 어려워지고 (출산 관련) 문제가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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