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 얼룩진 옷들이 놓여 있는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가 발생한 뒤 첫 주말에도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를 방문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이어졌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를 방문해 잃어버린 물품을 찾으러 온 시민들을 작접 만나 봤다. 6일 종합하면 유실물 센터에서 만난 시민들은 옷의 얼룩, 밟힌 자국, 짝 잃은 신발들을 보며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잃어버린 물품을 찾으려고 체육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실물을 찾은 손엔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봉투가 들려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20대 생존자 민성호씨도 잃어버린 신발과 선글라스를 찾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선글라스는 끝내 찾지 못했다. 민씨는 "당시에 많이 밟히고 찢기고 늘어나고 해진 옷들과 신발과 모자들을 보니까 그때 당시가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며 "너무 안타깝고 계속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민씨는 참사 이후 압좌 증후군을 겪었다며 왼쪽 허벅지를 보여줬다. 그의 허벅지엔 짓눌려 생긴 빨간 자국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지난 4일 유실물을 찾으러 온 시민이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신발들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 참사 당일 이태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인파에 휩쓸렸던 20대 황모씨는 더 많은 시민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일상생활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황씨는 "그때 그 사람 표정들이 떠오른다"며 "그때 내가 힘이라도 있거나 CPR을 잘했으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렸을 텐데 너무 죄송하다"고 말을 잇다가 눈물을 쏟아냈다. 황씨의 손엔 구조 과정 중 발에서 빠졌던 부츠 한 짝이 담긴 종이봉투가 있었다.
잃어버렸던 신발을 찾은 생존자 홍모(35)씨는 "이게 6일 전 일인데 6초 전처럼 너무 생생하다"며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이 아닌 이상 그 마음을 모두 알아줄 수 없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이어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죽는 걸 보고 지금 대중교통을 이용 못 하는 친구도 있다"며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가 마련돼 옷, 신발 등 잃어버린 물품들이 놓여 있다. 양형욱 기자 유실물센터를 방문하는 이들 중엔 아픔을 겪고 있는 생존자들을 대신해 잃어버린 물품을 찾는 시민들도 있었다.
최모(30)씨는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친구를 대신해서 유실물센터를 방문했다. 최씨는 한동안 주위를 돌며 유실물들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잃어버린 지갑을 찾지 못하고 돌아섰다. 최씨의 자택은 유실물센터 근방이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안 오려고 했다"며 유실물 센터 방문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얼룩 같은 거 보니까 마음이 아프다"며 "(참사) 상황이 떠오르니까 (유실물을) 보는 것도 죄송했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참사로 치료 중인 언니를 대신해 잃어버린 물품들을 찾으러온 20대 임모씨는 아직도 언니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임씨는 회사에 다니고 코로나19로 면회도 제한되다 보니 병문안을 아직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옷들이랑 신발이랑 다 꼬질꼬질해져서 얼마나 밟혔던 것일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 시민들이 유실믈을 찾으려고 방문한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일각에선 유실물 중 귀금속이나 지갑 등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유족들은 마주하기 힘든 가족을 잃은 슬픔을 뒤로 하고 유품을 찾으로 왔지만, 막상 귀중품들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은 많은 유실물들이 반환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당초 11월 6일 18시까지 운영 예정이었던 '이태원 사고 유실물 센터'를 13일까지 1주일간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관 중인 유류품은 '로스트 112'에서 검색할 수 있고, 연장 기간 중 유실물 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0시까지 운영된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세터' 입구에 조의를 표하는 꽃다발이 놓여진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