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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태원 닮은꼴 '홍대 거리'…참사 이후 부랴부랴 대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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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홍대 음식·클럽 거리 돌아보니…곳곳에 비탈진 골목
구청·상인회, 이태원 참사 이틀 뒤 길거리 돌아보며 재정비
시민들 "좁은 골목길 위험"…"이태원에 비해 분산돼 있어"

좁고 비탈진 홍대 거리. 허지원 기자좁고 비탈진 홍대 거리. 허지원 기자
한꺼번에 156명이 깔려 숨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은 폭 3.2미터에 경사도 10%로 좁고 가파르다. 오르막길 위쪽으로는 클럽과 술집이 즐비한데, 불법 증축물 및 무단 도로점용 시설물로 길이 더 좁아져 통행로 확보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CBS노컷뉴스는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좁고 비탈진 골목길이 있는 마포구 홍대 길거리를 돌아봤다. 홍대 일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상권이 활성화된 구도심으로, 클럽은 물론 술집과 음식점이 많아 젊은이들이 주로 찾고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는 등 이태원과 비슷한 특징이 있다.

마포구청과 홍대소상공인번영회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부터 거리에 위험한 곳을 점검하고 상가 불법 적치물을 도로에 내놓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구청은 미끄럼 방지를 위해 홍대 클럽 거리 경사로에 붉은색 포장을 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홍대 클럽 57곳 중 47개소는 자율적으로 휴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있는 마포관광안내정보센터와 관광경찰대에 따르면 홍대는 특정 시기라고 할 것 없이 금요일과 토요일 늘 인파가 쏠린다. 핼러윈과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더 많이 찾긴 하지만 평소 이태원보다 유동 인구가 더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다만 이태원과 달리 길목이 분산돼 있고 주말엔 일부 거리에 차량이 통제돼 보행이 원활한 편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그러나 이태원 참사 골목길처럼 폭이 4m가 채 안 되거나 가파른 길이 많아 사람이 쏠릴 경우 위험해 보이는 지점도 있었다. 또 클럽 거리에서는 차도 무단횡단이 잦아 위험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부터 KT&G 상상마당을 지나 클럽 거리로 이어지는 길에는 옷 가게, 음식점, 술집, 액세서리 가게, 타로 가게 등 상점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구청 단속에도 가게 바깥으로 진열대나 입간판 등이 나와 있고 불법 증축물로 보이는 구조물도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 홍대 즐겨 찾는다는 이창민(26)씨는 "주말 저녁 6시쯤 옷 가게 많은 길거리에 사람이 많아 잦은걸음으로 이동한 적이 있다"면서도 "다들 우측보행을 기본으로 해 엇갈리지 않았고 이태원과 달리 술집 골목이 아니라 바닥이 미끄럽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홍대를 찾았던 김민혜(26)씨는 "무료입장 클럽과 헌팅포차 등이 모여있는 거리는 입장 줄이 차도까지 길게 서 있고 사람들이 무단횡단해 위험하다고 느꼈다"며 "순찰차가 있긴 했지만 경찰이 직접적으로 통행을 안내하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은 클럽이 밀집된 구역에만 사람들이 노는데 홍대는 망원과 연남까지 상권이 활성화돼있어 인원이 많아도 분산된다"며 "이태원 사고 골목은 좁고 사람이 많아 원래 절대 안 간다"고 덧붙였다.

홍대 상인들은 이태원 참사 이후 밀집된 곳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좁고 비탈진 홍대 거리. 허지원 기자좁고 비탈진 홍대 거리. 허지원 기자
홍대 예술의거리 부근 좁은 비탈길에서 꽃집을 하는 김형근(32)씨는 "이태원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없었다"면서 "원래 주말이 되면 붐비는데 사건이 터지고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사람이 많아 핼러윈 때 놀랄 정도로 많았던 건 아니지만 빨리 걷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이태원 골목과) 구조가 다르긴 하지만 여기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상상하기도 한다"고 불안한 내색을 보였다.

홍대 클럽 거리에서 10년째 술집을 운영한 A(40)씨는 "이태원과 달리 홍대는 클럽이 대로에 있어 밀집되진 않는다"며 "주말 새벽 같은 경우 인도가 꽉 차 무단횡단이 많고 통행이 힘들긴 하지만 이동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대도 20~30년 전에 클럽들이 생기고 활성화되며 점차 규제가 세지고 도로도 정비됐다"며 "주차장거리가 없어지며 노점도 사라지고 소소한 문화들이 없어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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