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할러윈 압사 참사' 희생자의 발인이 진행됐다. 양형욱 기자"아이고 어떡해, 아이고 딸아…"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나흘째인 1일, 숨진 희생자들의 발인이 엄수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떠나보내게 된 유가족들은 허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서울삼육병원에서 진행된 발인식에는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 A씨의 유족과 지인 6~70여 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발인을 40분 정도 앞둔 시각, 유족 및 지인들은 빈소 앞에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유가족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운구 및 발인 절차를 다시 한번 체크했다.
식이 시작되자 애써 참아온 운구 차량 앞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A씨를 애도하는 목소리와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A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약 1년 반의 수험생활 끝에 희망하던 미국 공인회계사(AICPA)에 최근 합격했다. 이후 처음 놀러간 자리가 마지막 순간이 됐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딸의 죽음에 유가족들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관이 운구차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던 그의 아버지는 딸 이름을 외치다 이내 실신하는 듯 했다. A씨를 보내주기 위해 장지로 가는 버스 앞에서 일부 가족은 버스 못 타겠다며 버티기도 했다.
황진환 기자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취업준비생 20대 여성 이모씨의 발인이 진행됐다.
대학교 4학년, 취업이 어려워 휴학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이씨는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나들이를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날 취재진과 만나 "(딸이) 친구들과도 관계가 좋은 편이었고 활발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새벽 "아빠 놀러 잘 다녀오라"고 배웅받은 것이 그가 본 이씨의 마지막 모습 이었다.
발인을 앞두고 그의 대학 선후배들은 고인을 보내주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한 대학 동기는 "사고 당일 동기로부터 사고 소식을 접했고 어제(31일) 저녁에 빈소 왔다가 발인이라고 해 다시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괜찮아지겠죠. 시간이 지나면. 아직은.."이라고 말을 아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발인이 시작됐다. '하' 하는 깊은 탄식과 함께 이곳 저곳에서 오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신이 담긴 관이 운구차에 들어가기 전, 어머니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관을 붙잡은 채 오열했다. 아버지는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발인식을 찾은 이씨 유족의 친구 성모씨는 "사고가 나기 전에 (핼러윈) 파티 끝나면 가족과 삼겹살 구워먹자는 얘기를 했다더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는 "아직 남은 가족들은 실감하고 있지 못하다. 허망해 한다"며 "특히 사고 당일 같이 놀러간 친구 중에 현장을 빠져 나온 사람도 있다. 혼자 살아남은 것에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 156명(외국인 26명), 부상자는 151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관련 대응과 관련해 112신고 처리 등 경찰의 사전 대비와 관련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면서 신속한 감찰, 수사 등 강도 높은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또 이를 위해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