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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 국가 지체장애인에게 자립생활 기회 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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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국가 방문 생활실태조사 통해 동남아국가 장애인 자립생활 관심갖게 돼"
"2018년부터 필리핀 지체 장애인에게 전동스쿠터와 휠체어 전달"
"전동스쿠터 가판대 추가 설치해 지체 장애인 경제자립활동 기회줄 수 있어"
"사용기한 지난 전동 스쿠터와 휠체어, 목발, 아동 휠체어 기부해주길"

고관철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고관철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2년 10월 3일(월)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관철 센터장
 
◇박혜진> 시사매거진 제주 오늘은 특별한 분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지난해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고 장애인복지법 개정 운동을 통해 장애인 자립생활과 활동지원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헌신하고 있는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관철 센터장을 스튜디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고관철> 안녕하세요.  

◇박혜진> 센터장님은 장애인복지법 개정 운동과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제도에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시면서 지난해 아주 큰 상인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셨어요.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고관철> 저는 원래 사회복지를 전공했어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사실 저는 제가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싫었어요. 저는 장애인 복지는 안 하고 노인이나 청소년 복지를 전공해야지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에 있는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 근무할 기회가 생겼어요. 근무하다 보니까 내가 장애인인데 누구보다도 장애인에 대해서는 제가 모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제 자신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을 한 거죠.

 그러면서 제가 필요한 거는 누구보다도 제가 더 잘 알겠구나. 제가 갖고 있는 장애를 새롭게 보게 되면서 이걸 기반으로 다른 사람도 이해를 하자. 다른 장애인으로 조금씩 조금씩 넓혀가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장애인 복지라는 생각으로 바뀌더라고요. 처음에는 싫어했는데 나중에는 장애가 좋아지더라고요. 저를 사랑하게 된 거죠.

◇박혜진> 그래서 여러 큰 일들도 감당하게 되신 것 같아요.

◆고관철> 그런 셈이죠.

◇박혜진> 센터장님께서 지난해 큰 상을 타시면서 그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차근차근 되짚어보시면서 만감이 교차하셨을 것 같아요.

◆고관철> 제가 대학 졸업 뒤 2000년도에 제주도에 내려왔거든요.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 직원으로 입사를 해서 한 1년 정도 다니다가 자립생활센터를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라는 명칭으로 장애인들끼리 한번 만들어서 해보자 하고 처음 시작을 했어요. 그게 2003년도에요. 당시 자립생활센터가 전국에 많지 않았어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그때 만들었죠.

동료들과 같이 제가 사무국장 하다가 소장까지 하게 됐는데요. 장애인들이 만들어서 장애인들끼리 운영을 하고 장애인들이 회원을 모집하고 그런 거예요. 장애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그런 일종의 문화이자 프로그램이자 운동이었던 거죠. 그래서 이렇게 좋은 것을 우리만 하면 안 되겠구나. 전국적으로 이렇게 전파해야 되겠다.  그래서 제가 서울로 올라가 돌아다니면서 상담도 하고 지역에 있는 많은 장애인분들한테 알려드리고 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하게 하고 그러면서 많이 퍼져나갔죠.

◇박혜진> 센터장님의 영향으로 생긴 자립생활지원센터가 몇 군데 되나요.

◆고관철> 제가 만든 거는 5군데에요. 제주, 서귀포, 서울의 구로자립생활센터, 노원, 제가 지금 함께 하는 성동구 그렇게 5곳 센터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 센터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젊은 시절에 열심히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박혜진> 센터장님께서 또 버려지는 전동 스쿠터를 저개발 국가 지체장애인들에게 지원한 일들도 꽤 해오셨잖아요.

◆고관철> 시작은 2018년부터 시작을 했죠. 그런데 중간에 코로나가 있었잖아요. 코로나가 한 2년 있었고 올해 다시 시작을 하고 있으니까 사실 한 3~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전동 스쿠터라는 것이 장애인들에게 있어서는 엄청 중요한 이동 수단이에요. 우리나라도 장애인 복지가 제대로 안 돼 있던 시절에는 휠체어 하면 그냥 뒤에서 누군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요. 누군가 도와줘야 되는 혼자서는 갈 수 없는 환경이었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동할 수 없는 그러한 환경에서 장애인들이 살아갔었거든요. 그런데 자립생활 운동을 하다 보니까 내가 가고 싶은 대로 내가 마음대로 못 간다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들이 정부에다가 요구를 한 거예요. 전동 스쿠터와 전동 휠체어가 우리한테 필요한데 이건 너무 비싸다. 보험 적용을 시켜달라.
 
그렇게 요구를 해서 우리나라가 2005년, 2006년쯤 건강보험 적용을 하기 시작했어요. 중증장애인 특히 거동이 힘든 장애인들한테는 건강보험에서 거의 대부분 지원하고 소정의 개인 부담금을 내고 마련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러니까 장애인들의 삶이 바뀌는 겁니다. 못 가는 데가 없는 거예요. 자기 가고 싶은 여행도 많이 다니고 솔직히 지금은 제주도도 장애인들이 전동 스쿠터를 타고 전동 휠체어를 타고 놀러 오거든요.

삶의 공간이나 세상에 대한 인식을 하는 공간들이 엄청 넓어진 거예요. 그만큼 행복해진 거죠. 그런데 외국은 아직 그렇게 안 돼 있죠. 특히 저개발국은 집 밖을 나올 수 없는 그러한 여건에 사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에요. 특히 중증장애인들의 휠체어는 그냥 우리가 옛날에 쓰던 누군가가 밀어줘야 하는 수동 휠체어인데 그것도 감지덕지하면서 고쳐 쓰고 개조해쓰고 있더라고요.
지난 9월 필리핀 발렌주엘라시티 전동스쿠터 전달 현장.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지난 9월 필리핀 발렌주엘라시티 전동스쿠터 전달 현장.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혜진> 그런 모습을 직접 나가서 보시니까 이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셨던 거예요.

◆고관철> 제가 2015년과 2016년 여러 기관들과 같이 협력해서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3개국을 가서 장애인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생활실태조사를 하고나서 이분들에게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모색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나라의 장애인들이 우리가 경험했던 가난한 장애인들의 삶을 살고 있는 거예요.

그걸 확인하고 이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하게 된 거죠. 물질적으로 갖다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분들이 뭔가를 생계와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다가 전동 휠체어와 전동 스쿠터를 갖다 주자고 생각한 겁니다.

◇박혜진>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꽤 고가잖아요.

◆고관철>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지원을 해줍니다. 건강보험에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이동 지원에 필요한 보장구 보조기기를 해줘라 요구를 했고 그래서 전동 스쿠터와 전동 휠체어가 지원 대상에 들어간 거예요. 그런데 이거를 한 번 받게 되면 6년을 쓰게 되거든요. 6년 후에는 다시 재신청을 할 수가 있어요.

◇박혜진> 6년 후에는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는 거군요.  

◆고관철> 정부에서 사용 기한을 6년으로 한정한 거예요. 그런데 어떤 분은 험하게 타셔서 6년도 짧지만 어떤 분은 곱게 타셔서 6년 후에도 충분히 쓸 만한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배터리만 교체를 하면 어디서든지 똑같은 성능을 발휘하는 휠체어들도 꽤 있는 거죠. 그런데 보통 6년이 돼서 휠체어나 스쿠터를 버리고 교체를 하니까 나머지는 버리거나 아니면 고물상에 팔거나 고철 쓰레기가 꽤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이걸 이동 지원으로 우리가 받았으니까 이것을 수리해서 저개발국에 갖다 주면 특히 전동 스쿠터는 옆에 조립식 가판대 같은 것들을 달면 충분히 물건을 올려놓고 팔 수가 있는 형태로 충분히 만들 수가 있거든요. 배터리를 교체해서 그분들한테 갖다 주고 거기에 비용을 약간만 들여서 리노베이션 하면 충분히 움직이는 가판대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9월 필리핀 발렌주엘라시티 전동스쿠터 전달 현장.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지난 9월 필리핀 발렌주엘라시티 전동스쿠터 전달 현장.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혜진> 저개발 국가에 있는 장애인들이 이걸 통해서 이동도 하고 거기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겠군요.

◆고관철> 네. 우리가 한 번 갖다 주면 배터리라도 자기 돈으로 교체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싶은 거죠. 그래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전동 스쿠터 보급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에요.

◇박혜진> 최근에도 필리핀 발렌주엘라시, 세부의 코르바도시에 지원협약을 맺고 오셨다고요.  

◆고관철> 네. 발렌주엘라시는 제가 처음 조사 갔었던 곳이기도 한데요. 마닐라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노원구나 부천 정도의 외곽 도시죠. 외곽 도시니까 장애인들이 마닐라에 중심에 있는 장애인들보다 훨씬 더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아요. 그곳 장애인 단체와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는데 그 단체와 시청과 결합해서 저희들이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박혜진> 그동안 도움을 준 전동 스쿠터나 휠체어가 얼마나 되나요.

◆고관철> 전동 휠체어 1대, 전동 스쿠터 6대입니다, 그리고 민다나오라는 지역이 있어요. 제 아내가 민다나오 출신인데 고향인 발렌시아 시티에서 연락이 왔어요. 하반신을 못 쓰는 장애아동이 있는데 아동용 휠체어가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그 지역은 아동용 휠체어가 없어요. 다 성인용 휠체어에 아동도 그냥 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아동용 휠체어가 필요하다는 소식에 기부를 받았어요.

그때 어떤 분이 자기가 쓰던 아동용 휠체어가 있는데 깨끗해서 기부해 주겠다고 해서 기부를 해줬어요. 그래서 그거를 제 몸에 맞지 않았는데 이거를 그냥 들고 가면 화물로 처리되기 때문에 화물비용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제가 장애인이니까 제가 타고 가면 화물비가 안 나와요.
 
◇박혜진> 그러면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아동용을 타고 가신 거에요.

◆고관철> 네. 그래서 아주 그냥 몸을 엉덩이만 밀어놓고 타고 간 거죠. 그래도 그걸 전달해 줬는데 2020년 1월이었어요. 그러다 얼마 전 그 어머니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걔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그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고요.

◇박혜진> 너무나 감격스러웠겠네요.

◆고관철> 그럼요. 그러면서 그 친구가 찍은 동영상을 보내주더라고요. 2020년에 그 친구가 엄마 등에 업혀서 시청에서 휠체어를 처음 받았을 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어요. 근데 2년이 지난 지금 동영상으로 보내준 동영상을 보니까 아주 휠체어 운전도 잘하고 막 웃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줬더라고요. 너무 뿌듯했습니다.

◇박혜진> 그 휠체어가 아니었으면 그 아이의 엄마나 아이나 굉장히 많이 힘들었을 텐데요.

◆고관철> 그럼요.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었을 수도 있어요. 매일 어머니나 누군가가 업어야만 다닐 수 있으니까요. 옛날에 우리도 그랬거든요. 장애인들이 업혀서 다니다가 결국 집안일이 너무 바쁘니까 학업을 중단해 집에서만 생활했던 기억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도 그럴 수 있었던 친구인데 휠체어가 그래도 삶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혜진> 정말 뿌듯하셨겠어요.
필리핀 지체장애인과 전동스쿠터 전달후 사용법 설명중.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필리핀 지체장애인과 전동스쿠터 전달후 사용법 설명중.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관철> 네. 그래서 전동 스쿠터나 전동 휠체어도 그러한 변화를 저는 충분히 주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희들한테 다 쓰시고 기한이 지난 휠체어나 스쿠터를 갖고 계신 분은 연락만 주시면 저희들이 가지러 갑니다. 전국 어디든 갑니다. 기한이 지났지만 배터리만 바꾸면 굴러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연락주시면 저희들이 어디든 가서 갖고 오고요.

특히 아동용 휠체어 같은 게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장애 아동들이 상당히 많아요. 아동용 수동 휠체어라도 괜찮습니다. 또 목발도 우리나라는 가볍고 품질이 좋아요. 목발 같은 것도 주시면 저희들이 활용해서 그분들에게 맞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언제든지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혜진> 이 선한 일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고관철 센터장과 얘기 나눠봤습니다. 바쁘신데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고관철>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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