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한 25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 취재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오전 10시까지 출석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통령 측은 전날 공수처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과 함께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윤창원 기자'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환 요구에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나오지 않으면서 조사가 무산된 가운데 오는 27일 예정된 헌법재판소 첫 변론준비기일에 눈길이 쏠린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관련 접수 통지 등을 수령하지 않았지만, 관련 서류가 관저에 도착한 지난 20일에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예정한 기일을 열기로 했다. 윤 대통령도 당장 수사기관의 수사보다는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져 적극 대응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尹 또 불출석…공수처, 체포영장 청구할까?
윤창원 기자
26일 공수처 등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의 이른바 '성탄절 조사'는 끝내 불발됐다. 내란 수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인 윤 대통령이 전날 오전 10시까지 공수처 청사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는 공수처의 2차 소환 요구에도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 출석에 대비해 사전 질문지를 준비한 공수처는 예정된 오전 10시 이후에도 '시간을 두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결국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조사가 무산되면서 공수처는 향후 수사 방향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애초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와 관련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모양새다.
앞서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1일 윤 대통령 신병 확보와 관련해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있고 체포와 관련해서도 검토하겠다"며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공수처 관계자는 전날 윤 대통령 불출석 직후 "체포영장은 너무 먼 것 같고 고려할 게 많다"며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고, 좀 더 봐야 한다"고 이전과 대비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통상 수사 기관은 피의자가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조사한다. 윤 대통령은 앞서 검찰의 소환 요구까지 더하면 세 차례 수사기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반적이라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에 접어드는 게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공수처 기류 변화는 현실적인 문제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강제수사가 이뤄진 전례가 없는 만큼 섣불리 체포영장을 청구하기가 쉽지 않다. 체포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도 있다. 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도 경호처와의 마찰 등이 불가피하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한두 차례 추가 소환을 요구하는 방안도 딱히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추가 소환 요구에 나서더라도 수사기관에 출석할 의지가 없는 윤 대통령이 응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고 소환 조율에 실패한다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다. 공수처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헌재, 27일 첫 변론준비기일 연다…대리인 없이도 진행 가능
류영주 기자공수처가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시계'는 예정대로 돌아갈 전망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번째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27일 그대로 열기로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서류를 계속 수령하지 않자, 우편서류가 관저에 도착한 20일 정상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하고 기일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헌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 위임장은 앞서 헌재에 제출됐다. 헌재는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외 6곳이 선임됐다"고 밝혔다.
반면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은 아직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사들이 대리인단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를 공식화한 인물은 없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꾸려지지 않았지만,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변론준비기일에는 피청구인 당사자나 대리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기일 진행에 법적 문제가 없다.
윤 대통령 측이 출석하지 않아도, 청구인인 국회 측에서 출석해 증거를 모두 제출하고 절차에 따라 기일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는 절차에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출석하지 않는 등) 심판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결국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불이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앞서 헌재가 지난 24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계엄 포고령 1호와 함께 국무회의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헌재가 요구한 답변서나 의견서 등의 서류들은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리는 오는 27일까지 내야 하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 서류 수령부터 거부한 만큼 헌재가 요청한 서류들이 제때 제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