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권영세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을 재정비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수도권 중진의 권영세 의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검사 출신이자 윤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내는 등 '친윤'(親尹)계로 분류됨에도 '전략기획통'으로 꼽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인사란 해석이 나온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비대위가 이를 진두지휘하는데, 비대위원장으로 물망에 올랐던 다른 후보들에 비해 권 의원이 적임자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지난 대선 선거대책본부장과 사무총장을 겸임하며 윤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운 바 있다.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에 후보를 내고 국민들께 뽑아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라면, 최소한 '내란 옹호' 행보부터 중단해야 한다. 지금껏 국민의힘은 말로는 "계엄은 잘못"이라면서도, 대통령 탄핵·특검에는 반대하는 등 사실상 내란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비대위가 출범하면 계엄 선포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물론, 윤 대통령을 당에서 제명하고 내란죄를 수사할 특검법을 선(先) 발의하는 등 변화·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계엄이 잘못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게 공당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권영세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하지만 권 의원의 지명 후 첫 일성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게 맞는지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면서도 "권한대행의 탄핵 기준은 대통령에 준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한대행의 탄핵 기준은 대통령인데, 대통령 권한인 임명권 행사는 불가하다는 모순된 주장이다.
더군다나 헌법소원을 심사할 헌법재판소에서도 이미 입장을 통해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다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다며 억지를 부리는 모양새다. 탄핵 시간끌기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내란 옹호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5일 권 의원은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논란과 관련해선 "탄핵 요건은 대통령 권한에 준해야 해 200석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탄핵 요건은 대통령 기준에 맞춰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인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인정할 수 없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에 이유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박 대통령이 직무 정지가 아니라 궐위 상태가 되기 전까진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했고, 탄핵이 이뤄진 뒤에 비로소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주장과 똑같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권영세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앞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임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대법원도 이날 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신임 대법관 임명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권 의원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 관련 권한쟁의는 필요 없고,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직접 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에서 권한쟁의가 필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한다. 권한쟁의 심판 청구 기준에 일관성이 없고, 유불리에 맞춰 입맛 따라 하겠다는 점을 자인한 꼴이다.
이를 두고 '권영세 체제'가 공식 출범하더라도 '계엄 옹호', 나아가 '내란 비호'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모순적 주장 속에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지연'이라는 일관된 목적이 깔려 있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말로는 "계엄은 잘못됐다"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계엄 해제에도 대다수가 불참했고, 탄핵은 당론으로 반대한 데다, 내란 특검도 위헌적이라며 반대 취지의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추후 비대위원과 당직 인선에서 쇄신·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을 내세우거나 대국민 사과 등으로 호소하더라도, 윤 대통령 제명이나 내란 특검법 발의·찬성 등 실질적인 행동과 병행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 의원은 '비대위가 조기 대선 준비위원회 성격인가'란 질문에는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하고 있다"며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오지도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기 대선을 전제로 이상한 결정을 내렸다가 번복한 일이 있지 않냐"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