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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몸' 된 中전기버스 수입사와 운수업체…공정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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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명 전기버스 수입사의 수상한 대출
국내 운수업체에 23억원 상당 자금 제공
운수업체 인수해 자회사로 흡수한 사례도
돈으로 엮인 운수업체는 수입사 버스 구매
'한몸'이 된 종속관계…사라진 공정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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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암리에 이어져온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의 뒷거래가 CBS노컷뉴스 연속보도로 속속 드러난 가운데, 이번에는 수입사가 구매자인 운수업체와 한몸처럼 움직인 정황이 추가로 파악됐다. 경영 환경이 어려운 운수업체에 돈을 빌려주거나 아예 회사를 직접 인수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둔 것이다. 자본으로 얽힌 사실상의 '종속관계'를 형성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행태가 국내 전기버스 시장 내 공정 경쟁을 무너뜨릴 여지가 크다고 우려한다. 성능이나 안전·가격 등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자금을 댄 수입사의 입김에 따라 전기버스 구매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막대한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시장 특성상 불투명한 뒷거래는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전기버스 수입사의 '수상한 대출'

26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중국 유명 전기버스의 공식 수입사인 A사는 현재 경기지역 한 운수업체에 20억원 넘는 돈을 대출 명목으로 제공한 상태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해당 운수업체가 A사로부터 빌린 돈은 단기차입금 3억5450만원과 장기차입금 23억원이다. 금융권이 대부분인 차입처들 사이에서 전기버스 수입사로는 A사가 유일하다.

전기버스 업계에서는 수입사가 운수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A사에서 돈을 빌린 운수업체의 경영이 최근 어려운 건 맞다"며 "그렇다고 제조사나 수입사가 특정 운수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건 본 적이 없다. 신용상태가 좋지 않으면 더더욱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A사의 전기버스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20억원 넘는 돈을 빌려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감사보고서상 해당 운수업체가 A사에 장기미지급금으로 잡힌 금액은 24억원 상당이다. 명목은 차량할부이고, 상환기간은 2027년까지다. A사의 전기버스를 그만큼 외상으로 사들였다는 뜻이다. A사에서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운수업체가 A사의 전기버스를 구매한 게 아니냐는 의심과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자본 앞세운 수입사…운수업체와 '한몸'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스마트이미지 제공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스마트이미지 제공
대출에서 그치지 않고 A사가 아예 인수한 운수업체도 있다. 충북 청주지역의 한 운수업체로, A사는 지난 2021년쯤 해당 업체를 사들였다. 현재 A사의 지분율은 100%다.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로 사실상 한몸인 구조다.

인수 이후 해당 운수업체는 A사의 전기버스를 주로 구매하면서 점유율 확대의 교두보로 역할했다. 충북지역에서 중국 전기버스를 처음으로 운영한 곳도 이 운수업체라고 전해졌다. 모회사인 A사와의 거래도 활발해 지난해 해당 운수업체가 A사로부터 매입한 유형자산만 31억원이 넘고, 주고받은 돈만 15억원에 달했다.

특히 이 운수업체는 A사의 전기버스 판매와 관련해 정부보조금 수급에 필요한 연대보증도 제공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해당 운수업체가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A사에 제공한 보증 금액만 146억6400만원으로 나타났다. A사가 수입하는 중국 전기버스의 주요 판매 활로이자 특수관계자로서 자금 지원 역할을 톡톡히 해온 정황이다.

돈으로 엮인 종속관계…공정은 어디로

업계에서는 A사가 대출과 인수라는 자본을 앞세운 방식으로 운수업체들과 엮이면서 결국 전기버스 선정·구매 과정의 투명성이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정부는 건전한 시장 경제를 기대하며 전기버스 거래를 업체들 간 자율 경쟁에 맡기고 있는데, 모회사·자회사 또는 채권·채무 등 종속관계로 얽힐 경우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구매자인 운수업체의 합리적 판단보다는 판매자인 수입사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될 공산이 큰 것이다.

전기버스 사업에 막대한 공공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현실은 이같은 우려를 더욱 가중시킨다. 시민들의 발이 돼준다는 이유로 혈세를 들여 운영중인 버스 사업이 공익보다는 사익에 치중할 경우 공공성은 담보되지 못한 채 상당수 혜택이 특정 업체의 배만 불리는데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 "통상의 입찰 과정에서도 이해상충을 방지하고자 모회사·자회사 혹은 채권·채무 등 특수관계는 배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중국 전기버스 수입사의 행태는 결국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구조 속에 우리 국민의 혈세가 부당한 곳에 쓰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산업 간 경계를 분명히 하거나 금산분리 등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를 막는 것 모두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려는 취지가 강한데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버스 수입사는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A사는 부정한 거래나 위법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청주지역) 운수업체를 인수한 건 수도권에 영업처가 밀집돼 있다 보니 향후 시장 확장 차원에서 발판을 마련하고자 당시 매물로 나온 회사를 사들였을 뿐"이라며 "국고 보조금을 편취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다른 운수업체에 자금을 대출한 사실에는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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