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공룡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코스모스토리]

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제공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가끔씩 뉴스를 통해 지구를 근접해서 날아간 소행성 또는 혜성의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몇십만km 근접해서 날아갔다는 우주 천체는 밤하늘에서 바라보면 아주 작은 별이 빠르게 이동하는 것처럼 보여서, 우주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존재마저 인식되지 못하고 지나가곤 하죠.
하지만 지구는 태양계 내외부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우주천체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이 천체들을 추적·관찰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지 지구와 충돌궤도에 위치한 천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드시 '우리는 안전하다'고 안심할 수 있다는 걸 뜻하진 않습니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일 뿐,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위치에서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과거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이 한 개의 소행성 충돌로 멸종했던 것처럼, 우리도 까마득한 우주 어딘가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소행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998년 미국 의회는 태양계에서 지구로 접근하는 1km이상의 모든 천체 중 최소 90%이상 탐지 및 범주화 시킬 것을 나사에 요청했고, 나사는 제트추진연구소(JPL) 내 지구근접천체 탐사팀(현 Center for NEO Studies, CNEOS)을 조직했습니다.
태양계서 발견된 소행성 분포. 흰색 원이 지구궤도다. NASA/JPL-Caltech태양계서 발견된 소행성 분포. 흰색 원이 지구궤도다. NASA/JPL-Caltech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일이라서 동기부여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사팀은 새로운 지구근접천체를 발견할 때마다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 관측소에서 운영되는 소행성센터(Minor Planet Center, MPC)에 보고했습니다. 데이터는 전세계의 천체 관측자료를 활용해 지구근접천체를 식별해 자료를 모았습니다.
관측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첫 시작부터 약 20여년이 지난 2018년까지 1만 8천여개의 천체를 발견했습니다. 단순한 수치로 계산하더라도 매일 5개 이상의 천체를 발견한 꼴입니다.

인류의 첫 소행성 방어 실험 성공

밤하늘에서 관측되는 디디모스(Didymos) 소행성. NASA JPL DART Navigation Team밤하늘에서 관측되는 디디모스(Didymos) 소행성. NASA JPL DART Navigation Team
소행성을 발견하고 관찰했다면 다음은 지구로 날아오는 천체를 방어해야겠죠.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천체를 바라볼 순 있지만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면 그보다 끔찍한 상황은 없을 것 입니다.
지난 27일 인류는 SF영화에서나 접했던 우주천체 궤도 수정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중 소행성 방향 수정 실험, 다트(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DART) 미션으로 불리는 이 실험은 소형 큐브 우주선을 약 1100만km 거리에 떨어진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에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공전 궤도를 바꾸는 실험입니다.
DART 미션 개념도. 나사 제공DART 미션 개념도. 나사 제공
등속운동을 하고 있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알려진 것은 '충돌 항로 수정' 입니다. 당구대에서 움직이는 공이 다른 공과 충돌해 이동하는 방향이 바뀌는 것처럼, 소행성도 우주 항해 도중 인공위성과 충돌하면 이동 방향이 바뀔 것이니까요. 충돌한 에너지가 크면 클수록 변화치 또한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실험이 설계됐습니다.
다만 이번 소행성은 단일 물체가 아닌 지름 약 780미터 규모의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와 그 주변을 공전하는 지름 약 160미터 규모의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 쌍성계 소행성이죠. 다트 미션은 여기서 '디모르포스(Dimorphos)' 소행성과 충돌해 공전 궤도를 바꾸는 실험을 했습니다.
DART 우주선이 충돌하기 2.5분 전 DRACO 이미저가 촬영한 소행성 디디모스(Didymo, 왼쪽)와 디모르포스(Dimorphos)의 모습. NASA/Johns Hopkins APLDART 우주선이 충돌하기 2.5분 전 DRACO 이미저가 촬영한 소행성 디디모스(Didymo, 왼쪽)와 디모르포스(Dimorphos)의 모습. NASA/Johns Hopkins APL
그렇다면 나사는 왜 쌍성계 소행성을 실험대상으로 삼았을까요? 다트 미션의 실험 배경에는 소행성의 근접 형태가 숨어 있습니다.
지구를 지나가는 소행성은 일정주기를 거쳐 지나가는 것과 일회성으로 지구를 지나가는 소행성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태양계 내에서 지구를 포함한 단일 또는 복수의 천체의 중력 영향을 받아 공전하는 항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성간우주에서 항해를 하다가 우연히 태양계로 진입해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경우입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지구 근처에서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마치 '디디모스(Didymos)' 주변을 공전하는 '디모르포스(Dimorphos)'의 관계 처럼 말이죠.
또한 충돌 실험 이후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를 궤도의 변화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 관련 데이터를 얻기에도 용이합니다.
이중 소행성 방향 수정 실험(DART) 미션 상상도. 나사 제공이중 소행성 방향 수정 실험(DART) 미션 상상도. 나사 제공
전자의 경우 소행성의 공전궤도가 우주항해 도중 주변 천체의 중력영향을 받아 조금씩 항로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 언젠가는 지구를 지나가는 항로에서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충돌 궤도로 진입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간우주를 지나던 소행성이 태양계로 진입했을 때 운이 나쁘게도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로 진입할 수도 있겠죠. 다트 미션은 이러한 상황을 방어하는 행성 방어 실험입니다.
나사는 미션을 설계하면서 다트 위성의 질량과 이동속도를 감안해 '디모르포스(Dimorphos)'의 공전주기를 11시간 반에서 10시간으로 90분 가량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예측치대로 궤도 수정에 성공한다면, 현재 인류는 심우주에서 지구로 돌진하는 100미터급 소행성 방어 능력을 증명하게 됩니다.
또한 다트 미션은 지구에서 쏘아올린 위성이 항법장치를 통해 심우주까지 날아가 지름 160m의 작은 천체와 충돌시켰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다트 인공위성은 8.5미터의 태양광 패널을 탑재해 무게는 610kg, 충돌 속도는 시속 2만 2천km(초속 6.1km, 음속의 약 18배)에 달했습니다. 충돌위치는 소행성 중심에서 17m 정도 벗어난 지점에서 이뤄졌는데요. 얼마만큼 항법장치가 정확했고 잘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DART 우주선이 충돌 직전 전송한 이미지.  NASA 유튜브 캡처DART 우주선이 충돌 직전 전송한 이미지. NASA 유튜브 캡처
날아오는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소행성의 운동방향과 각도, 그리고 날아오는 속도를 계산해 우리가 변화시키고자하는만큼 항로를 조정시켜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물체의 부피와 질량이 크면 클수록 변화시키기 어려워지겠죠. 또한 지구 근처에서 항로를 바꿀려면 그만큼 움직여야 하는 방위각이 커야 합니다. 당연히 그만큼 요구되는 에너지도 클 겁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천체를 상대한다면 그만큼 작은 힘으로 약간의 방위각만 변경시켜도 됩니다. 심우주에서 실험이 진행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충돌 현장을 관측한 허블과 제임스 웹

DART 우주선이 디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하는 상황을 관측한 허블우주망원경의 이미지(왼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이미지. NASA, ESA, CSA, Jian-Yang Li (PSI), Cristina Thomas (Northern Arizona University), Ian Wong (NASA-GSFC)DART 우주선이 디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하는 상황을 관측한 허블우주망원경의 이미지(왼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이미지. NASA, ESA, CSA, Jian-Yang Li (PSI), Cristina Thomas (Northern Arizona University), Ian Wong (NASA-GSFC)
인류 최초의 소행성 방어 실험이 진행될 당시 지구 궤도에 떠있는 허블우주망원경과 라그랑주 2점에 위치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도 관측을 진행했습니다. 나사는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두 우주망원경이 디모르포스(Dimorphos)와 다트위성이 충돌하는 순간을 관측한 자료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관측은 허블과 제임스 웹이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한 첫 사례입니다. 빌 넬슨 나사 관리자는 "웹과 허블 망원경은 NASA에서 우리가 항상 진실이라고 알고 있던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함께 일할 때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라며 "전 인류는 웹, 허블, 그리고 지상 망원경으로부터 DART 임무와 그 이후를 발견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제임스 웹은 충돌순간부터 약 5시간 동안 수차례 관측을 진행했습니다.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에 담긴 이미지에는 충돌이 발생한 중앙에서 분출된 물질이 퍼지면서 발생한 빛의 기둥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제임스 웹은 이동하는 물체를 관측하는 본래 스펙 속도보다 약 3배 빠르게 이동하는 소행성을 관측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DART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 후 허블우주망원경이 22분, 5시간, 8.2시간 뒤 관측한 이미지. NASA, ESA, Jian-Yang Li (PSI); image processing: Alyssa Pagan (STScI)DART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 후 허블우주망원경이 22분, 5시간, 8.2시간 뒤 관측한 이미지. NASA, ESA, Jian-Yang Li (PSI); image processing: Alyssa Pagan (STScI)
허블 또한 충돌시점에서 8.2시간 후까지 수차례 관측하면서 천체의 밝기 변화를 관측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허블의 이미지에서 충돌 후 밝기가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이 밝기는 충돌 후 8시간이 지남에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향후 허블은 3주 동안 디디모스(Didymos)와 디모르포스(Dimorphos)를 관찰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충돌하면서 발생한 먼지 구름의 팽창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또한 나사는 두 우주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결합해 디모포스 표면의 성질, 충돌로 인해 얼마나 많은 물질이 분출됐는지, 얼마나 빨리 분출됐는지, 그리고 팽창하는 먼지 구름의 입자 크기 분포에 대한 과학적 자료를 수집할 전망입니다.

인류는 공룡과 다른 길을 걸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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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구에서 번영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우주로의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단일 행성종족으로 지구를 벗어나 정착할만한 행성을 발견하지도, 그곳에 도달할 기술을 확보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7일을 기준으로 우리는 과거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과 커다란 다른 점을 가지게 됐습니다. 공룡은 행성방어 시스템이 없고 우리 인류는 가지게 됐다는 점이죠.
나사의 행성과학 부문 책임자 로리 글레이즈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소행성 충돌로 부터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제임스 웹을 비롯한 우주 관측 장비를 대체할 차세대 기체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이 기체들이 롤아웃되면서 가져올 놀라운 관측정보를 접하면서 지구와 태양계, 그 너머에 존재하는 천체들의 분포와 정보를 습득하게 될 것입니다.
'글로벌 킬러'라고 불리는 소행성, 그 존재를 조기에 발견할수록 인류가 지구를 지켜낼 확률도 증가하겠죠. 그 찬란한 미래가 다가오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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