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 큰 사고 날라…'아르테미스' 중요한 까닭[코스모스토리]

편집자 주

'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식과 터전을 넓히는 '인류의 노력'을 바라봅니다.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 '코스모스토리' 시작합니다.

말레이시아 상공에서 중국 창정 5B호가 추락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말레이시아 상공에서 중국 창정 5B호가 추락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달 31일 오전 1시 45분경. 말레이시아 상공에서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매우 특이한 형태를 한 유성우처럼 보이는 물체가 낙하하는 현상이 밤하늘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사람들은 하늘에서 빠른속도로 이동하는 이 물체를 한동안 바라봤는데요. 이 물체는 인도양 상공에서 낙하궤도에 진입해 필리핀 남서부 해상(북위 9.1도, 동경 119도)에 충돌했습니다.
언뜻 보면 매우 아름다운 우주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자 및 각국 천문 기관 관계자들은 숨죽이며 이 현상을 바라봤습니다.
이 낙하물의 정체는 얼마전까지 논란이 됐던 중국의 창정5B 로켓의 잔해입니다. 로켓에서 분리된 잔해가 대기권에 낙하하는 건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난 6월 21일 발사한 누리호도 분리된 잔해가 바다로 낙하한 바 있죠.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에서는 저마다 로켓을 개발해 발사하고 있고 지구에 떨어지는 로켓 잔해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창정5B의 잔해 낙하에 세계의 이목이 모였을까요.
바로 통제되지 않는 고중량의 물체였기 때문입니다.
발사되는 창정 5B호. 바이두 캡처발사되는 창정 5B호. 바이두 캡처
로켓들은 여러 단계로 분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추가 가속을 하고 더 높은 궤도로 올라갑니다. 소모된 연소탱크를 분리해 질량을 줄여 가속을 하면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당수의 궤도진입용 로켓은 지표면에서 일정한 고도까지 동체를 올려보내는 저단부와 목표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엔진과 화물 또는 사람을 탑재한 캡슐을 포함한 상단부가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로켓의 저단부는 지구 궤도 이전에 분리돼 바로 공해상 낙하를 진행합니다. 로켓 잔해를 예상 가능한 지점에 정확히 떨어뜨리기 위해서입니다. 이어 로켓 상단부는 지상의 통제 상태 하에서 대기권 재진입을 위한 점화를 시도하기 때문에 공해상에 낙하되도록 설계하는 편입니다.
보통 동체의 규모가 큰 로켓은 발사단계에 따라 정확히 추진부가 분리되고 로켓잔해가 해상에 추락하도록 발사위치와 비행 프로그램을 맞춰서 설정합니다. 대형 로켓발사는 분리된 잔해가 커 대기권에서 모두 연소되지 않고 지표면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표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안정적인 비행 궤도 설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중국의 창정 5B호 로켓 잔해 낙하 예측 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중국의 창정 5B호 로켓 잔해 낙하 예측 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중국의 창정5B도 총 중량이 837t에 해당하는 대규모 로켓입니다. 이만한 발사체에는 정밀한 궤도 계산과 통제 시스템으로 지표면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안전조치가 다소 미흡했습니다.
창정 5B는 중국의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켓으로 탑재한 모듈이 성공적으로 중국 궤도 전초기지에 도킹됐습니다. 그 후 발사체 추진부가 분리되면서 잔해가 발생했고 이 파편들이 지구 궤도를 돌다 중력에 이끌려 임의의 지점에 추락하게 됐습니다.
파편이라고 하면 대기권에서 모두 연소될 것처럼 여겨지지만 문제는 크기에 있습니다. 우주정거장 모듈을 운반한 만큼 무게 20톤·길이 31m·직경 5m로 추정될 정도로 그 크기는 거대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팔컨9' 로켓의 1단 공중량(연료를 채우지 않은 무게)이 22.2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물체의 크기가 짐작됩니다.
이처럼 지구 궤도를 돌다가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에 연소되는 궤도 자유낙하 방식은 잔해가 물체가 대기권에 모두 소멸될 정도로 소형 물체일 경우에만 사용됩니다. 하지만 창정 5B와 같이 대기권에 모두 연소되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의 물체가 궤도 자유낙하 방식을 사용하면 지표면까지 낙하물체가 도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제공
잔해가 바다에 떨어진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원인미상의 변수로 인해 낙하지점이 바다가 아닌 인구밀집 도시가 된다면 거대한 재앙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작은 크기의 운석이 지구와 충돌해 만들어진 크레이터를 보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 짐작하게 됩니다.
여러 천문기관에서는 창정 5B의 낙하 궤도를 '북위 41.5도에서 남위 41.5도 사이의 궤도 중 어느 한 지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범위는 남극을 제외한 대륙이 포함돼 있고 전세계 주요국가와 도시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대한한국 전역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처럼 낙하범위가 광범위하게 예측된 이유는 잔해가 지구 궤도를 돌고 있고 자유낙하시 비행에 영향을 줄만한 대기상태가 얼마만큼 형성돼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아 맑고 변수가 없는 상태의 대기가 형성돼 있다면 예측한 지점에 떨어지겠지만 난기류 등 변수가 발생한다면 낙하범위와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당시 추락 예상 시점을 '지난달 31일 4시 5분'에서 오차를 6시간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과거의 발사에서 보완되지 않은 중국의 안일한 대응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창정 5B의 위험한 운용에 대해 국제사회는 비난을 쏟아냈고 중국 당국은 수습에 나섰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발사체 추진체는 재진입 과정에서 대부분 타버리고 파괴되도록 특수 설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거짓임이 판명났습니다. 실제로 낙하 잔해들이 바다에 떨어졌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기권에 모두 연소되지 않았던 것이죠. 그나마 바다에 잔해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중국 정부에서 창정5B호에 대한 안정적인 후처리 등은 설계당시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창정5B호가 발사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죠.
필리핀 어부들이 발견한 중국 창정 5B호 로켓 잔해. 필리핀 연안경비대 제공필리핀 어부들이 발견한 중국 창정 5B호 로켓 잔해. 필리핀 연안경비대 제공
지난해 4월 29일 중국 원창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창정5B호는 우주정거장의 메인 모듈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이때 당시 임무를 마친 로켓과 통신이 끊겨 통제상태가 됐고 약 20톤 가량의 이 물체는 몰디브 북쪽 인도양 아라비아해로 낙하했습니다.
이번 낙하사고와 비슷해보이는 건 착시현상일까요. 통신 단절상황을 분석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기술 보완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습니다.
창정 5B의 첫 발사는 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2020년 5월 6일 처음 발사된 이 로켓은 중국의 차세대 우주선과 화물회수용 캡슐의 시험 버전을 탑재해 발사했습니다. 이 로켓은 지상 발사에서 8분 8초 뒤 저단부와 분리돼 목표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발사체 상단 잔해물 중 일부가 지구 재진입 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떨어져 건물이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코트디부아르 마호누 마을에서 발견된 창정 5B호 로켓 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코트디부아르 마호누 마을에서 발견된 창정 5B호 로켓 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즉 중국은 2020년 첫 시험 발사에서 2021년 발사까지 2번의 보완 기회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안정화를 이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물론 로켓 기술은 한두번 쏘아 올렸다고 쉽게 메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같은 측면에서 과거의 미숙한 실패경험이 있다면 이를 개량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발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궤도 발사체의 통신 단절로 여러국가가 하늘에서 잔해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도록 만들었다면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는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을 외면하기만 한다면 우주진출이 가속화되는 지금 국제적인 외면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이상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우주쓰레기 낙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달게티 목장에 떨어진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의 부품. 연합뉴스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달게티 목장에 떨어진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의 부품. 연합뉴스
중국에서 불안한 로켓 운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우주쓰레기의 지구낙하 사례가 중국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난달 1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달게티 목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 파편들이 추락했습니다. 당시 금속으로 이뤄진 괴이한 모습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낙하물에 외계인 우주선 파편이라는 말까지도 나왔지만, 호주 우주항공국의 조사로 미국 스페이스X의 미션 도중 떨어져 나온 부품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페이스X는 로켓을 재활용하는 회사라고 알려졌는데 어떻게 이런 낙하물이 발생한 것일까요. 사실 현재 재활용되는 부분은 로켓의 가장 큰 부분인 저단부 1단 로켓 부분입니다. 그 이상의 2단부와 화물을 보호하는 덮개는 지구 궤도 또는 우주공간에 버려지고 있죠.
이번에 발견된 낙하물중 하나는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지구 궤도 비행을 할때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였습니다. 크루 드래건 캡슐은 사람 4명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고 다시 지구로 귀환하는데 이 과정 도중 떨어져 나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컨셉 이미지. 스페이스X 제공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컨셉 이미지. 스페이스X 제공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떨어지긴 했지만 낙하물이 지표면까지 추락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스페이스X는 100차례가 넘을 정도로 우주에 수많은 위성을 수송했지만 드래건 캡슐은 비행 횟수가 두자리조차 되지 않습니다. 아직 미션수행 케이스가 부족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지수인 것이죠. 우주인 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우주에 보내겠다는 목적을 가진 회사인만큼 아직 기술의 개발이 더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는 인류를 화성까지 보내겠다는 포부를 자주 표현합니다. 달을 넘어 화성까지 가는 목표도 좋지만 그만큼 탐사 도중 발생할 오염에 대한 대책도 같이 고민하고 기술개발에 앞장 서길 기대해봅니다.

지구를 넘어 확장된 우주개발 속 더욱 중요해진 우주개발 협약

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제공
인류는 반세기가 넘도록 우주를 향한 탐사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태양계 너머 인공위성을 날려보내고 밤하늘에 어디선가 보내오는 전파를 찾아 우주의 신비로운 장막을 하나씩 걷어내고 있죠.
특히 2022년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활동으로 우주를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고 인류의 달 복귀 계획인 아르테미스 미션이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서드파티 프로그램이 지구가 아닌 달과 그 너머의 지역에서 진행됩니다.
1969년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된 아폴로12호와 새턴V로켓(왼쪽), 오른쪽은 같은 우주센터의 발사대에 기립된 오리온 우주선과 SLS(SPACE LAUNCH SYSTEM)로켓. 연합뉴스1969년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된 아폴로12호와 새턴V로켓(왼쪽), 오른쪽은 같은 우주센터의 발사대에 기립된 오리온 우주선과 SLS(SPACE LAUNCH SYSTEM)로켓.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오는 12월에 달에 도착 예정인 달 궤도선 다누리 탐사 미션을 통해 아르테미스 미션과 더불어 달 진출에 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처럼 우주개발은 더이상 상상속의 활동이 아닌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까지 다가온 우리의 당면한 과제가 됐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진출할 것이고 우리나라 또한 발빠르게 진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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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우주개발에는 기본적으로 전세계 국가들이 지켜나가야할 우주규칙이 필요합니다. 바로 아르테미스 협정과 같은 규약 처럼 말이죠. 러시아와 중국이 포함되지 않아 미국 중심으로 이뤄진 달 탐사계획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만 협정이 생겨난 의의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현재 지구상의 국가는 저마다의 영토와 영공, 영해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우주처럼 미개척지역은 그러한 구분이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달의 경우만 보더라도 어떠한 구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범세계적인 규칙을 세워 탐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마치 과거 제국주의시절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종단과 횡단으로 탐사하며 지배했던 강대국의 영토확장 역사를 달에서 재연할지도 모릅니다.
전세계 인류가 역량을 모아 탐사하고 세상을 확장시켜 더 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된 단체로서의 우주진출이 필요합니다. 달에서 각 나라의 영토 각축전이 일어난다면 이보다 더한 비극도 없을 것 입니다.
아르테미스 협정 국가 목록.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아르테미스 협정 국가 목록.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아르테미스 협정은 우주탐사에 있어 10가지 규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목적(Peaceful Purposes), 투명성(Transparency),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긴급 지원(Emergency Assistance), 우주 물체 등록(Registration of Space Objects), 과학데이터 공개(Release of Scientific Data), 유산 보호(Protecting Heritage), 우주 자원 활용(Space Resources), 활동의 충돌 해결(Deconfliction of Activities), 궤도 잔해 및 우주선 처리(Orbital Debris and Spacecraft Disposal) 등 입니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탐사하는 우리는 하나하나가 모두 작은 존재이고 혼자서는 생존하기 어렵죠. 옛날부터 인류가 생존해온 방법은 혼자가 아닌 서로 돕고 모여 군락을 이루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단체로 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매커니즘은 우주에선 더 절실해집니다. 지구에서는 당연했던 중력과 공기, 적당한 온도가 없어 결국 서로를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마련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탐사를 해야만 우리가 자연에서 반사하는 피해를 보지 않을 거라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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