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출연 중인 임창정. 샘컴퍼니 제공 "공연 들어가기 전에 긴장도 많이 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커튼콜에서 관객이 박수를 쳐줄 때면 모든 걸 보상 받는 느낌이에요."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연예계 멀티테이너 임창정(49)의 복귀 소감이다. 임창정은 지난달 30일 개막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세 아이를 둔 이혼가장 '다니엘'과 유모인 '다웃파이어 부인' 1인 2역을 연기하고 있다.
임창정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까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연기를 하다보니까 첫 공연 무대에 섰을 때 스스로 '내 연기가 어색하구나' 느꼈다"며 "마지막 공연 정도 되어야 연기 감이 완전히 돌아올 것 같다"고 웃었다.
전체 공연의 3분 1 정도를 소화했다. 그는 "초반에는 이 공연을 추천해준 지인을 원망했지만 지금은 아껴가면서 한다"고 했다. "바퀴에 달린 하나의 톱니처럼, 제가 이 멋진 작품에 일조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배우 임창정. 샘컴퍼니 제공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관객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초연임에도 작품의 짜임새가 탄탄하고 재밌기 때문이다. 임창정은 "웃음과 감동이 공존한다. 가족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풀어낸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다니엘'(다웃파이어 부인) 역은 정성화, 양준모가 함께 캐스팅됐다. "두 배우보다 나은 점이요? 제가 가장 예쁘죠. (몸이) 아담해서 다웃파이어 부인으로 변신했을 때 귀여워요. 하하"
극중 '다니엘'은 아내에게 이 보다 더 무신경할 수 없는 남편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큼은 진심인 아빠다. 실제 5남매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인 임창정은 "다니엘은 좋은 아빠지만 전 그렇지 않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많이 못 놀아주고 교감이 부족하다. 아빠가 일하러 나가는 걸 싫어할 만큼 아이들이 아빠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작품 출연을 구두 약속하고 실황 영상을 봤다. '아차' 싶었다. "다니엘이 다웃파이어 부인으로 변신할 때마다 마스크와 의상을 30초 만에 갈아 입어야 해요. '내가 퀵체인지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됐죠. 체력이 안 되면 같이 고생한 동료들에게 민폐잖아요." 그래서 체력 관리에 열심이다. "잘 먹고 숙면하고 금주해요. 그런데도 공연 한 번 하면 2~3kg씩 빠져요."
연기 경력 30년이건만 공연 직전까지 파르르 떨만큼 긴장을 많이 한다. "퀵체인지 때 갈아입은 옷의 지퍼를 다 올리지 못해서 당황한 나머지 대사를 통째로 까먹은 적 있어요. 그런 실수를 하면 자괴감이 들죠."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공연 중 인터미션(쉬는 시간)은 물론 1분, 2분씩 짬날 때도 대사와 노래를 체크해요."
임창정은 "자다가 일어나도 술술 나올 정도로 자신 있는 대사도 잠깐 딴 생각하면 놓치기 십상이다. '연습밖에 없다'는 마음기짐으로 상대 배우 대사와 노래 반주를 녹음한 2시간 분량 파일을 틈날 때마다 듣는다"고 했다.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힘은 관객의 호응이다. "커튼콜에서 관객이 박수를 쳐줄 때면 '(임)창정아 고생했어' 얘기해주는 느낌이에요. 스스로 '오늘도 해냈구나' 성취감도 들죠." 그는 "루프 머신 연주, 복화술, 랩 등을 한꺼번에 소화해야 하는 장면이 있다. 처음에는 바들바들 떨고 실수투성이였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웃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계속 똑같은 역할만 들어와서 한동안 연기를 쉬었어요. 이젠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인상 깊은 단역이나 조연, 특히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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