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또 다시 '허위사실 공표(선거법 위반)' 혐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에는 친형 강제 정신병원 입원 의혹과 관련해 'TV토론회'에서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다면, 이번엔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과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국정감사'와 '방송'에서 한 말이 문제가 됐다.
2020년 당시 대법원은 토론회의 '즉흥성'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찍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 보냈다.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정도가 아니면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소 과장된 경우도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이를 의식해 공소장에 고의성 입증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지난해 9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관련해 "(김문기씨는)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면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2018년 대장동 사업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되고 난 후 재판 과정에서 김씨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은 이 대표가 방송에 출연하기 하루 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 전 처장이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등과 관련된 핵심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기에 진행자는 이 대표에게 친분이 있냐고 물어본 것이다.
이 대표는 12월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이라거나 "(검찰에 기소된 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을 좀 연결해달라고 해 그때 연결된 사람"이라고 답했다. 12월 27일 KBS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 12월 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에서도 유사하게 시장 때는 몰랐다가 검찰에 대장동 관련 기소를 받아 소개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여러 방송에서 이 대표가 거짓 발언을 했다고 나열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즉흥적인 게 아니라 고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변호사 시절인 2009년 6월부터 당시 A건설사에서 분당·평촌·강남의 리모델링·재건축·재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김씨를 알고 지냈다고 한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에서 리모델링 관련 사회 운동을 하고 있었다. 검찰은 두 사람이 2009년 8월 26일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세미나', 2009년 12월 1일 '공동주택 리모델링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등에도 함께 참여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2013년에는 김씨는 성남도개공 사업계획팀장으로 입사해 이 대표가 추진하던 위례신도시 사업과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검찰은 김씨가 2016년 1월 성남시장실에서 직접 이 대표에게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 개발 사업'을 보고하는 등 2016년 4번, 2017년 2번, 2018년 1번 등 합계 7차례에 걸쳐 이 대표에게 대장동 관련 보고한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 김씨가 2017년 3월 이 대표가 '제1공단 공원화 사업' 관련 기자회견을 했을 때 참석하는 등 이 대표가 참석·주관했던 행사 등에도 3차례 동석했다고 적시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 등과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확인되면 당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허위발언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도 허위라고 봤다. 당시 이 대표는 "국토부가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반영해야 된다는 의무 조항을 만들어 놓고, (백현동 용도변경을) 안 해 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며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4년 1월 성남시 등 지자체 28곳에 '지방 이전 공공기관 부지가 적기에 매각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긴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성남시가 '국토부 협조 요청이 혁신도시법에 따른 의무인가'를 묻는 공문을 보내자 "혁신도시법에 따른 요구가 아니며, 백현동 용도변경은 성남시가 적의(適宜) 판단하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 대표는 물론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업무를 담당하던 성남시 공무원들이 국토부로부터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당하거나 그와 관련한 압박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 대표가 먼저 자체적으로 4단계 용도변경을 검토해 이를 내부 방침으로 정한 후 그에 따라 용도변경을 한 것"이라고 했다.
2020년 파기환송 허위사실 공표 혐의 대법원 판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대표는 2018년 5월과 6월 두 차례 경기도지사 후보자 TV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 또 비슷한 질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저는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고, 못하게 막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실제로는 친형을 입원시키려고 지시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2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도지사직이 박탈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수원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토론 중 질문·답변이나 주장·반론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면,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소 과장된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평가해선 안된다고 판시했다.
당시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7대 5로 팽팽했다. 이 대표의 다른 사건 변호를 맡은 적이 있는 김선수 대법관은 사건을 회피하고 심리와 합의, 선고 등 모든 과정에서 빠졌다. 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박정화·안철상·민유숙·이동원·노정희·김상환·노태악 대법관이 이름을 올렸다.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5명의 대법관(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이 원심을 파기환송한 다수의견에 수긍하지 않았다. 36쪽의 판결문 가운데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17쪽에 걸쳐 소수의견이 실렸다.
소수의견에선 '허위의 사실'을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으로,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했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에 허위의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선거과정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예상하지 못하거나 유권자들이 알지 못하는 주제가 즉흥적·돌발적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면서 이 대표의 발언은 미리 준비한 자료에 의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발표한 것과 다름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