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전국노래자랑' 새 MC, 김신영이라는 '명쾌한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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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일요일의 남자' 송해 이어 KBS 대표 장수 프로그램 단독 여성 MC 발탁
"전국 어디에다 갖다 놔도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자평
김상미 CP "대중과 함께하는 무대 경험 풍부, 천재 방송인"
탁월한 진행 솜씨, 유머 감각과 순발력, 연기력 등이 강점
중장년층은 물론 그간 '전국노래자랑' 주력 시청층 아니었던 이들에게도 호기심 유발

KBS1 '전국노래자랑' 새 MC가 된 방송인 김신영. KBS 제공KBS1 '전국노래자랑' 새 MC가 된 방송인 김신영. KBS 제공지난달 29일 저녁, KBS는 자사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속보를 쏘았다. 방송인 김신영이 KBS1 '전국노래자랑'의 새 MC가 되었다는 짧은 내용이었다. 오랫동안 한 프로그램의 정체성 그 자체로 존재했던 고(故) 송해가 떠난 자리를 누가 맡을지는 방송가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다방면에서 탁월한 역량을 펼쳐 연예계에서도 '만능 엔터테이너'로 손꼽히는 그이지만, 방송사가 흔히 내놓을 '현실적 답안'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재주꾼' 김신영에게 그 자리가 돌아갔고, '누구보다 적임자'라는 평이 쏟아지는 중이다.

김신영은 MC 발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진행한 온라인 인터뷰에서 "너무 감개무량하다. 정말로 가문의 영광"이라며 "'전국노래자랑'(에 나오는) 많은 분들께 인생을 배우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신영은 인터뷰에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는 물론 북한 사투리로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가리는 음식이 없으며 있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면 그런 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이 힘겹게 농사지으신 것, 아주 맛있게 먹겠다"라면서 "제가 '먹방'(먹는 방송) 경력만 8년째"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국노래자랑'을 방송인과 예능인의 '꿈의 무대'라고 표현한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이 자리를) 여러분이 만들어 주셨다는 것"이라며 "전국 팔도를 다 가기 때문에 수면욕을 버려야겠지만, 다 할 수 있다. 다 받아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새 MC로 기용된 배경에 관해 김신영은 "솔직히 말하면 전국 어디다 갖다 놔도 있을 것 같은 사람"이고, "편하게 말하고 편하게 장난칠 수 있"는 점을 언급하는 겸손함을 보였다. 그러면서 "정말로 이런 복이 와도 되나 싶었고, 저에게 제의해 주셨을 때는 (제작진도) 무언가 뜻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해 봐야겠다'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신영이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제공김신영이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제공앞서 '전국노래자랑'의 김상미 CP는 김신영을 "TV, 라디오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계에서도 인정하는 천재 방송인"이라며 "어깨가 무겁겠지만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신영의 '자질'에 대한 제작진 신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이 어떤 프로그램이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전국노래자랑' MC는 '제가 웃기겠다' 이게 아니라, 여러분의 호흡대로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전국 팔도의 많은 시청자와 가장 가까이 소통할 수 있고, 향토 색깔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그 마음을 갖고 열심히 '성실함과 노력' 요것으로 여러분과 함께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신영, 다재다능 그 자체

같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연예인이 아닌 이들이 매주 출연하는 '전국노래자랑'은 사실상 제작진과 MC에게 까다로운 프로그램일 수 있다. 하지만 김신영은 날마다 '보통 사람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직접 전화 연결을 해 대화를 나누는 라디오 진행자로서 10년 이상 활동한 베테랑 DJ다. 매체가 각각 TV와 라디오로 다를 뿐 특유의 친화력과 순발력으로 우리네 이웃들과 교감해 왔기에, '전국노래자랑' MC로서 충분한 준비 과정을 미리 거쳤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김신영은 거의 모든 종류의 방송을 경험한 프로 방송인이기도 하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에서 '행님아'라는 코너를 대히트시켜 데뷔 때부터 주목받은 것을 시작으로, 그룹형 리얼 버라이어티('무한걸스' '청춘불패' ), 토크 쇼('세바퀴' '승승장구'), 맛집 프로그램('식신원정대' '식신로드'), 연애 리얼리티('우리 결혼했어요'), 아이돌 프로그램('아이돌 스타 육상·수영 선수권 대회' '아이돌 브레인 대격돌' '주간 아이돌'), 음악 경연 프로그램('불후의 명곡'), 음악방송('쇼 챔피언' '위케이팝'), 다이어트 프로그램('빼고파')을 거쳤다.

마음 맞는 이들과 결성한 걸그룹 '셀럽파이브'를 통해서는 음원을 발매하고 음악방송 무대에 서는 등 영역을 넓혔다. 셀럽파이브는 역동적인 군무가 인상적인 '셀럽이 되고 싶어'와 청순가련 이미지의 '안 본 눈 삽니다' 등 상반된 분위기의 곡을 차례로 선보였고, 이후 '판벌려' '셀럽은 회의 중' 등 파생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찾기도 했다. '부캐릭터' 열풍이 불자 등산복을 즐겨 입는 '빠른 45년생'이라는 콘셉트로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주라주라' '오르자' 등 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김신영은 그동안 방송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앞세운 콩트 연기를 자주 선보였다. '무한걸스' 캡처김신영은 그동안 방송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앞세운 콩트 연기를 자주 선보였다. '무한걸스' 캡처뛰어난 무대 장악력과 순발력, 연기력도 김신영의 강점으로 꼽힌다. 김신영은 각 지역 사투리 특색을 뽑아낸 콩트 연기를 자주 선보였고, '해초 마사지를 은근슬쩍 권유하는 세신사' '동거인이 아파 바쁜 와중에 밥집을 운영하는 다소 억센 성격의 중년 여성' '자식들에게 언제 고향에 올 것인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면서도 내심 용돈을 바라는 할머니' 등 구체적이고 생생한 캐릭터 연기로도 정평이 났다.

최지은 칼럼니스트는 "김신영씨 특기 중 하나가 '밥집 아주머니' '시장에서 일하는 할머니' '레저업체 사장님' 등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모사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의미고, (김신영씨는) 이 사람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말하고 행동하는지 잘 파악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대 장악력도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다. 사실 '전국노래자랑'은 남녀노소 매우 다양한 인물이 출연하는 무대다. 보통 사람들은 연예인이 아니니까, 업계 종사자들이 주고받는 암묵적 합의에 익숙하지 않다. 긴장해서 말을 잘 못 하기도 한다. 그때 김신영씨라면 그런 즉흥적인 상황에서도 친화력을 바탕으로 대화를 잘 이끌어가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부연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김신영씨의 장점은 놀라운 모사 능력, 가요에 대한 해박한 지식, 고고한 척하지 않는 대중적 취향, 넘치는 아이디어, 그리고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 등일 텐데, '전국노래자랑'에서 이런 역량이 잘 발휘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더 폭넓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나왔다. 손 평론가는 "김신영씨가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전국노래자랑의 전통을 이어' 가면서도 밀레니얼 패치를 장착할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본다. 김신영씨가 쓰게 될 새로운 '전국노래자랑'의 역사가 궁금하다"라고 전했다.

김신영은 올해로 20년차 경력을 지닌 희극인이자 활발히 활동 중인 방송인이다. 미디어랩시소 제공김신영은 올해로 20년차 경력을 지닌 희극인이자 활발히 활동 중인 방송인이다. 미디어랩시소 제공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이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중장년 시청자들을 생각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줄 수 있는지를 전부 고려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드신 시청자들에게도 딱히 큰 거부감이 없지만, '여성 MC'라는 반전을 줄 수 있는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게 아닐까. 보다 더 친숙하게 다가가면서도 현재의 감수성에 맞는 진행을 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최지은 칼럼니스트 역시 "'와, 진짜 김신영이 한다고?' 하면서 '전국노래자랑' 본방송을 보지 않았던 이들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떻게 진행할지 저도 되게 궁금하다. (김신영의 MC 발탁이) 잠재 시청층의 주위를 환기하는 효과도 있었던 거로 보인다"라고 바라봤다.

예상을 깬 KBS의 선택

김신영이 탁월한 자질을 갖춘 만큼, '적임자에게 제자리가 갔다'라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수긍했다. 다만 다소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KBS에서 김신영을 '전국노래자랑' MC로 발탁한 것 자체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뒤따랐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방송 3사 중 가장 오래된 장수 방송이자 여전히 시청률 6%대를 유지하고 있는 주말 예능 강자 '전국노래자랑'. 그 중심에는 역시 송해씨가 있었기에 누가 후임으로 오더라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KBS는 영리하게 '30대 여성 MC'라는 선택을 내렸다. 대중 친화적인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세대를 두루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 기존의 팬덤에 새로운 시청자층을 더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쉬운 선택지도 없지는 않았을 텐데, 확실히 도전적인 결정이라고 본다. (방송계에) 여성 단독 진행자가 거의 없고, '전국노래자랑'처럼 오래된 프로그램은 안정적 시청층이 있어서 여성 진행자를 쓰는 게 쉬운 건 아니었을 것이다. 김신영씨가 가진 특색과 상징성이 있다고 해도, 하나의 도전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KBS 1TV '전국노래자랑' 녹화에서 새 MC를 맡은 김신영이 첫 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KBS 1TV '전국노래자랑' 녹화에서 새 MC를 맡은 김신영이 첫 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지은 칼럼니스트는 "한국 방송사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 관례상 남성이 있었던 자리는 정말 자연스럽게 남성에게 넘어간다. '1박 2일' 출연자가 사회적 물의를 빚고 하차하고 프로그램이 중단되기까지 했는데, 그다음 시즌에서도 여성을 기용해보는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다. KBS는 그 정도의 변화를 밀어붙일 만한 곳이 아닌가, 바깥에 있는 시청자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입장인 건가 싶었던 게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런데 이번엔 다른 후보 얘기 없이 김신영씨가 새 MC가 됐다고 바로 속보를 냈다. 무척 명쾌하고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여성들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도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 '누구보다 적임자'인 사람이 그 자리를 얻는 일이 일어나 신선했다. 이걸 속보로 냈다는 것 자체가, KBS가 보기에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소식이고, 한편으로 내부의 변화를 보여주는 제스처의 일환 아니었을까"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성 연예인은 연차가 오래될수록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나기 어려운 편이다. 김신영씨는 방송-연기-라디오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며 '이 사람은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해'라는 인정을 받은 상태에서, 전통 있는 프로그램의 MC가 됐다. 지금도 충분히 대중적이지만 (이 계기를 통해) 좀 더 널리 사랑받는 스타가 되리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김신영은 자기 고향인 대구에서 지난 3일 '전국노래자랑' 첫 녹화를 진행했다. 김신영이 MC를 맡은 '전국노래자랑' 본방송은 오는 10월 16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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