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잔고증명서 위조를 둘러싸고 벌어진 민사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 장모가 위조된 잔고증명서가 불법 행위에 쓰일 수 있다는 걸 예견하고도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21부(홍승면 이재신 김영현 부장판사)는 25일 사업가 임모 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수표금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4억 9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최씨는 2014년 동업자인 안모씨에게 약 18억원 어치의 당좌수표 5장을 발행했고, 안씨는 임씨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이 수표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최씨가 예금 7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통장 잔고 증명서를 임씨에게 제시했는데 이 증명서는 허위였다.
해당 수표도 안씨가 임의로 발행일을 수정했고 임씨와 관계가 틀어진 최씨는 수표에 대해 사고신고를 한 상태였다. 은행에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지 못한 임씨는 허위 잔고 증명서에 속아 돈을 빌려줬다며 최씨를 상대로 18억 3천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임씨 측은 "최씨가 거액의 예금을 예치한 것처럼 위조한 잔고증명서를 안씨를 통해 보여주게 했다"며 "잔고증명서를 믿고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최씨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5월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안씨가 허락 없이 수표를 변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확정 받았고 안씨가 돈을 빌리는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최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건 맞지만,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데까지 쓰일 줄은 몰랐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라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안씨가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제시해 돈을 가로채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최씨가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오랫동안 조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위조된 잔고증명서가 신용 또는 재력을 보여주고,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관련 정보를 얻는 용도로 사용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안씨가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언제든지 최씨 발행의 당좌수표와 함께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사용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최씨는 또다른 불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신속하게 회수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씨가 배상할 금액을 임씨가 빌려준 돈의 30%로 제한했다. 임씨가 최씨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고 안씨에게 수표 발행일 변경 권한이 있다고 믿었고 최씨가 잔고증명서 위조로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참작되어서다.
최씨는 이와 별도로 가짜 잔고증명서와 관련해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