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의 학문적 양심을 생각하는 교수들' 소속의 한 교수가 지난해 9월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박사 논문 재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대학교 교수회가 표절 논란이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박사 학위 논문을 자체 검증할지 등을 두고 찬반 투표를 하기로 했다. 다만, 지난해 김 여사 논문 관련 대응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의결 기준의 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된 바 있어 이번에도 현실화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 1일 국민대가 김 여사의 논문 4편과 관련한 부정 의혹 재조사 결과 박사학위 논문을 포함한 3편은 연구 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나머지 학술지 게재논문 1편은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하자 교수들 사이에서 반발 분위기가 일었다. 국민대 교수 모임인 '국민대학교의 학문적 양심을 생각하는 교수들'은 지난 7일 "국민대가 취한 그간의 과정과 이달 1일 발표한 재조사 결과에 깊은 자괴감을 느끼며 국민대 학생과 동문들에게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논문 조사와 관련 모든 위원회의 구성과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지난 10일 국민대 임홍재 총장이 전체 교수들에게 "연구윤리위원회 활동은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됐다"며 독립 기구에서 판단한 내용을 존중해달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 교수들의 반발이 더해졌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열린 교수회 임시총회에서는 자체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논문 표절 여부를 검증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교수회는 김 여사의 박사 학위 논문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재조사위원회 자료 공개를 요구할지, 자체적으로 검증할지 여부를 두고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총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안건들이 실행에 옮겨지기까지는 '의결 정족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수회는 "이번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의 김건희 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관련한 일체의 사회적 물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어떤 이유에도 본 건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의 근본 원인은 대학원 교육과 논문지도, 논문 심사 과정에서 사전에 걸러지지 못한 책임이 우리 교수들에게 있음을 통감하며 차후 유사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26일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들은 논의 과정에서 "총장이 전체 교수에게 보낸 학교 본부의 재검증위원회의 조사 결과, 표절이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된 표절률은 특정 프로그램에 의한 결과이며 '통상적으로' 혹은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으로 공감하기 어렵다"면서 "학교 본부의 재검증위원회 회의록과 최종보고서를 위원 이름의 익명화 후 교수회에 공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체 교수 회원 407명 중 76명이 온라인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74명이 위임장을 제출해 총 150명이 의견을 냈다. 다만 이번 회의 참석자 수가 의사정족수인 204명에 미치지 못해 빠른 시일 내로 총투표를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정하기로 했다.
정해진 안건들이 실제로 통과되기까지는 의결 정족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교수회는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부정 의혹'에 대해 의견 표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 바 있는데 당시 의결 기준이었던 '과반 참석, 3분의 2 이상 찬성' 기준에 미치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
교수회 회장 홍성걸 교수는 당시 "해당 사안은 중요 사안으로 회칙에 따라 과반 이상의 참석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의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교수회 일부 교수들은 "사실상 충족하기 불가능한 기준"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또 당시 투표 진행 과정에서 교수회장이 독단적으로 의결 기준을 과반 참석에서 3분의 2 이상 참석으로 높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교수들이 이날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지만 교수회가 나선다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자 이번엔 의결 정족수 자체도 투표에 부치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의결 정족수 투표가 교수회의 대응에 있어서 '마지막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대 교수회 회칙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학교의 장단기 발전계획' 등을 제외하고는 '출석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고 돼있는데, '김건희 논문 검증'은 임의 조항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국민대 교수회 회칙 제11조(의결방법) 2항에 따르면 "제10조 제1, 2, 5, 6, 7에 관한 사항은 출석회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있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학교의 장단기 발전계획'(1항), '중요 기관 및 시설의 설치 폐합 및 운영에 관한 기본방침'(2항), '학교예산 및 결산의 청문 및 의견 개진'(5항), '교수, 직원 인사에 관한 기본방침 청취'(6항), '기타 본 회의 목적에 관련된 중요 사항'(7항) 등이다.
교수회는 '김건희 논문 검증' 안건이 바로 제10조 7항 '기타 본 회의 목적에 관련된 중요 사항'에 해당하는지 따져보려는 것이다. 교수들이 투표를 통해 그렇다고 판단할 경우 의결 정족수는 과반수를 필요로 하는 '일반 안건'일 때와 달리 '3분의 2 이상'으로 높아진다.
홍 교수는 "(교수들이) 중대 안건이라고 주장하는데 의결 정족수를 일반 안건에 맞추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중요한 안건이면 회칙에 의해 3분의 2 이상으로 가결해야 하는 게 원칙이니 표결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교수회 총투표에서는 △익명을 전제로 한 김 여사 박사학위논문 재조사위원회 판정 결과보고서와 회의록 공개 여부 △교수회에서 김 여사 박사학위논문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검증 실시 여부 △본 사안에 대한 투표가 교수회칙 제11조(의결방법)에 따른 일반 사안(회원 과반수 참석, 과반수 의결)인지, 혹은 중대사안(회원 과반수 참석, 2/3 이상 의결)인지 여부 등 3가지가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