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검찰이 대장동 수사팀 전열을 재정비한 직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자들을 연일 소환 조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민간 사업자 선정 작업을 담당한 성남시청 소속 공무원 A씨를 최근 계속해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 초점이 윗선에 맞춰졌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現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배임 혐의를 강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 재판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의혹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혐의,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법정에선 아직까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배임 의혹 관련 내용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대장동 윗선 다시 보는 검찰… 대장동 재판은 어디까지 왔나
검찰 정기 인사 등을 통해 새롭게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를 살펴보고 있다.
성남시 도시주택국 도시계획과 소속 주무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방식이 민간 개발에서 민·관 개발로 바뀐 이유 △대장동 부지와 신흥동 1공단 분리 개발된 경위 등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새로운 검찰 수사팀이 수사 초점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배임 혐의에 맞춘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재판에선 이재명 전 시장의 배임 관련 내용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현재까지 재판 흐름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씨 등의 성남시 의회 로비 범행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황진환 기자현재 새로운 검찰 수사팀이 들여다보고 있는 '대장동 부지와 신흥동 1공단 분리 개발' 관련 내용은 이미 법정에서 나오기도 했다.
애초 대장동 개발은 이재명 전 시장의 공약에 따라 1공단과의 결합 개발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2016년 분리 개발로 확정됐다. 분리 개발은 김만배 씨 등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어 선호했던 방식이다. 결국 이 전 시장의 배임 혐의를 가를 수 있는 주요 내용인 셈이다.
다만 올해 5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 공판에서 재생된 '정영학 녹취'에선 유동규 전 본부장이 대장동과 신흥동 1공단 분리 개발을 주도한 정황이 나타났다.
이재명 전 시장이 자신의 공약대로 대장동 개발을 신흥동 1공단 부지와의 결합 개발로 진행하고, 대장동을 타운하우스 위주의 고급 주택 단지로 만들겠다고 언론에 밝히자, 유 전 본부장이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자들에게 설명하고 수습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당시 검찰이 공개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의 2013년 7월 2일 통화 녹취에서 남욱 변호사는 "(유동규가) 오늘 아침에 시장을 만났는데 (이재명 시장한테) '왜 베버리힐스 이야기를 꺼냈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라며 "(유동규가) '성남시장이 복잡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다른 녹취에서도 남 변호사는 "유동규가 '전문가 앉혀 놓고 일은 내가 결정해서 해야지. 형 믿고 일 하자'라고 말해서, 나는 '당연히 그래야죠'라고 말했다"라고 하기도 했다. 정영학 회계사도 김만배 씨에게 "제가 전략을 짰는데 유동규만 보시면 된다. 지금부터는 유동규가 킹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를 보면 남욱 변호사는 "내부적으로 (대장동은) 결합 개발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이재명 시장이 '멍청한 공무원들 때문에 뻘짓을 했다'라고 말했다더라. 퇴로를 열어야 하는데 그게 시의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을 결합 방식이 아닌 분리 방식으로 정하는데 유 전 본부장이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결국 이재명 당시 시장이 대장동 사업 내용을 직접 보고 받고 결재까지 한 것으로 나타난 상황이어서 배임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도 있다. (관련기사 : [단독] 정민용 검찰조사서 "대장동 문건, 李에 직접 보고·결재 받아")
50억 클럽에 곽상도 "난 몰라"… 김만배도 "허언이었다" 모르쇠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 원 규모의 뇌물 혐의 재판도 병합해 함께 심리 중이다. 다만 곽 전 의원은 현재까지 계속해 자신의 뇌물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아들의 퇴직금을 통해 김만배 씨로부터 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지난 4월 열린 첫 재판부터 "왜 구속돼 재판을 받는지 모르겠다"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곽 전 의원은 지난달 재판에서도 "(퇴직금에 대해서) 아들과 김만배 씨나 화천대유 사람들한테도 일체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김만배 씨가 왜 그렇게 (퇴직금을) 책정해줬는지 이 법정에서 처음 들었다"라고 부인했다.
돈을 수령한 곽 전 의원의 아들도 최근 재판에 몇 차례 출석했지만 자신의 돈일 뿐 아버지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곽 전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받은 돈을 놓고 은행 거래가 있을 때마다 부친과 전화했는데, 아버지 지시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것 아닌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지시를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고, (아버지와) 돈 관련 얘기는 한 적이 없고 전부 어머니 사망 이후 상속이나 정리에 관한 통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곽 전 의원 아들은 최근 재판에선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대화 자체가 많지 않았다며 퇴직금 50억 원은 아버지와 상관이 없는 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재판에선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데 도움을 주는 등 대장동 사업에 개입한 증언과 정황이 계속 나온 상황이다.
정영학 회계사는 지난 5월 재판에서 "제가 곽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이 많다고 말하니깐,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준 대가'라고 얘기한 것을 들었다"라며 "또 김만배가 (대장동) 사업계획서를 요약해서 곽 전 의원에게 가져가라고 했고, 내용도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남욱 변호사도 "김만배가 '상도 형이 하나은행 회장에게 전화를 해서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줘 우리가 당선될 수 있었다'라고 얘기했다"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김만배 씨는 최근 들어 "모두 허언이었다"라고 주장하며 재판에 혼란을 가하고 있다. '50억 클럽'이란 이름으로 관리한 사회 고위층들이 사실은 자신이 더 많은 몫을 챙기기 위해 만들어 낸 허구였다는 것이다.
김 씨는 지난 6월 공판에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전화해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줬다'는 정영학 회계사 진술에 대해 "농담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사회적으로 권력 있는 분들을 팔아서 얘기한 측면이 있어 죄송하다"라며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화천대유 직원들 인센티브를 공동으로 부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허언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자신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 다른 동업자들에게 돈을 더 지출하게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김 씨가 자신의 말 상당수가 허언이라고 주장하면서 재판에도 변수가 생겼다. 특히 이번 재판의 스모킹 건으로 통한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 자체를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 휴정기를 맞아 잠시 휴식에 들어간 대장동 관련 재판은 이달 10일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