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에서 이준석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를 수습하느라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27일은 당초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회견, 이른바 '도어스테핑'이 없었다. 오전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기 위해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전에 외부 일정이 있을 때는 출근길 회견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전날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윤 대통령이 외부 일정을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출근길에 진을 쳤다.
이에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이 외부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도어스테핑의 형식을 빌려 카메라까지 설치해 취재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 같다"면서 공개 브리핑을 열었다. 본인이 대신 적극 설명하겠다는 취지였다.
최 수석은 일단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들이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연한 기회에 노출된 문자 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거기에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건 조금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모시고 회의도 하고 했지만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 부정적인 뜻으로 언급한 바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참모들이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이 보낸 문자의 의미를 축소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것을 수습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시선이 많은 가운데 이같은 문자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명확하게 드러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 징계 결정 후 한 번 후폭풍을 겪고 이제 겨우 여파가 진정되는 국면이었기에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더욱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해할 여지 없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제 그만들 하고 민생을 돌보는 정치들 좀 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마당에 대통령도 사람인데 당대표가 화합적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지 않고 계속 내부 불화만 야기 시키는 것을 보고 어찌 속내를 계속 감출 수가 있었겠나?"라며 "이러다간 어렵사리 잡은 정권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런 문제는 참모들로서도 난감하다"며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그렇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할 수도 없는 영역"이라고 토로했다.
대통령실은 일단 논란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권 대행이 사과했고, 최 수석도 유감을 표명했기 때문에 수습할 수 있는 조치들은 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부터는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