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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평택항서 수익률 900% 올린 '사모님들'…해피아 연루 의혹[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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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나라 경제의 해외 무역의존도는 70%를 넘고, 수·출입 물동량은 99.7%를 차지한다. 항만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우리 정부는 2003년부터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항만 민자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기대와 달리 재벌과 고위 공무원 등의 부동산 투기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그동안 방치됐던 항만 비리들을 파헤쳐 고발한다.

[항만, 부동산 투기 놀이터 되다⑨]
분양 낙찰 실패 동방, 옆 구역 땅 매입
지분 쪼갠 회사들은 운영법인 주주사들
평택동방아이포트 주주사들 조직적 투기
동방 탈락 구역, 사모님들 개인 땅 거래
기업 경영진·해수부 고위층 출신 가족들
운영사 대표·임원에도 해수부 출신 포함

▶ 글 싣는 순서
① '나라 땅도 내 땅'…항만배후부지 손에 넣은 재벌가
② '350억 쓰고 1억5천만원 돌려받아'…민간에 다 퍼준 항만 개발
③ '평택항 특혜'의 핵심 키워드…규제 뚫은 '부대사업'
④ '과실? 묵인?' 알짜 배후부지 '개인소유권' 내준 평택시
⑤ 주차장·공터…평택항 배후부지엔 항만이 없다?
⑥ '투기세력 먹잇감' 된 평택항 배후부지…'비밀계약' 파문
⑦ 평택항 배후부지 비밀계약서에 등장한 '현대家 정일선'
⑧ '일부러 손해?' 평택항 배후부지, 수상한 '소유권 바꿔치기'
⑨ 평택항서 수익률 900% 올린 '사모님들'…해피아 연루 의혹
(계속)


평택·당진항(이하 평택항) 동부두의 운영·관리사인 ㈜동방이 배후부지 분양사업에서 낙찰 받지도 않은 구역을 무단 매입하는가 하면, 애초 낙찰에 실패한 부지까지 자사 임원 부인 등의 명의로 사들여 최대 1천% 가까운 차익을 남겨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동방과 지분 쪼개기를 한 구역의 기존 낙찰법인들은 모두 동부두 관리·운영사의 주주사들로, 사전에 분양 정보 등을 취득한 관계사들이 '조직적 투기'를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7일 CBS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동방 임원의 부인들과 함께 땅을 매입한 인물 중에는 전직 해양수산부 고위층의 부인이 포함돼 있는 데다, 당시 동방 경영진에도 해수부 출신들이 있어 연루 의혹마저 제기된다.

 

낙찰 실패에도 주주사들과 땅 투기…'도덕적 해이' 비판도

 
평택항 동부두 3개 선착장 배후부지 A·B·C구역의 분양대행사인 HDC현대산업개발 내부 문건(2006년)에 따르면, 동방은 C구역에 입찰했지만 경쟁 업체에 밀려 탈락했다. 동방이 제시한 ㎡당 분양단가(16만 509원)가 경쟁사(16만 1486원)보다 1천 원가량 낮았기 때문이다.
 
C구역 입찰에 실패한 동방은 배후부지 준공 시점인 지난 2010년 바로 옆 B구역의 토지지분 소유주로 재등장한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최초 낙찰 받은 두우해운·남성해운·범주해운·태영상선과 동방이 공동 소유주로 올라 있다. 낙찰업체와 토지 등기자가 일치하지 않은 것이다.
 
낙찰업체들은 '부지용도에 맞는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 또는 2개 이상 법인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라는 입찰자격 조건에는 부합했으나, 동부두의 운영·관리사이자 배후부지 분양사업 주체였던 평택아이포트㈜의 주주사들이다.
 
2005년 11월 설립된 평택아이포트는 배후부지 분양사업이 이뤄진 뒤 2008년 4월 동방을 운영사로 두는 관리운영계약을 맺었다. 이후 2010년 회사명도 평택아이포트에서 '평택동방아이포트'로 바뀌었고, 동방 지분율은 점차 늘어 최대주주가 됐다. 명칭에 쓰인 '아이'는 배후부지 분양대행사이자, 동부두 공동 건설사인 HDC의 자사 브랜드(현대'아이'파크)에서 따온 단어다.
 
더욱이 입찰 일정은 공고가 이뤄진 2006년 11월 3일부터 신청서·사업계획서 접수와 우선협상자 선정을 거쳐 매매계약 체결까지 보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속전속결이었다. 사전에 입찰 참여업체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두를 운영·관리하는 업체들이 배후부지 분양에 대한 내부정보를 사전 취득·공유함으로써, 계획적으로 땅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결국 동방은 C구역 입찰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자사와 연계된 주주사들과 공동으로 항만산업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알짜 배후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다. 동방 등 5개 법인은 분양가격 그대로 ㎡당 16만 496원에 땅을 샀다. 2010년 당시 공시지가보다 40% 싼 금액이다. 이에 따른 B구역 총 매입액은 58억 4천만 원 정도다.
 
이후 이들은 2017년 1월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설립된 서류형태 특수목적법인(페이퍼컴퍼니)인 케이케이엘피베어피에프브이㈜에 198억 원을 받고 땅을 팔았다. 차익은 140억 원에 달한다.
 
평택항 동부두 배후부지 B구역 일대에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 있는 모습. 박철웅 PD평택항 동부두 배후부지 B구역 일대에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 있는 모습. 박철웅 PD
업계 일각에서는 동방이 해운비리로 사법당국에 적발된 전력이 있는 만큼, 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방은 평택항에서 운영수입을 조작해 최소운영수입보장을 위한 국가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2014년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지난해 4월 같은 항에서 발생한 컨테이너 사망사고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도 동방이었다.
 
이처럼 비리 논란 등에 이어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증폭되고 있지만, 정작 회사 측은 오래된 일이라 실태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평택동방아이포트 관계자는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며 "근무했던 사람이 없어 배경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대 수익률 1천% 육박, 사모님들의 수상한 땅 거래

 
수상한 토지거래는 또 있다. 동방이 낙찰 받지 못한 C구역에는 자사 대표·임원의 배우자들은 물론, 전직 해수부 고위 공직자의 부인이 대신 땅 주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C구역 소유주는 최초 낙찰업체인 오케이물류㈜만 유지됐고, 나머지 지분은 ㈜우성엘에스·박장석 전 SKC 상근고문과 박○○·우○○·장○○씨가 나눠 가졌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항만 배후부지로서 항만·물류 관련 업종과 부지용도에 맞는 회사가 가져야 할 땅이 특정 '개인들' 자산으로 넘어간 것이다.
 
박씨는 동방이 100% 지분을 출자한 동방컨테이너터미널 사장 출신인 나승렬 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의 부인이다. 나 전 청장은 2003년 울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동방과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우씨는 김진곤 전 동방 대표이사 부회장의 부인, 장씨는 동방 전략기획실장의 부인이다. 김진곤 전 동방 대표이사 부회장은 김형곤 동방 회장의 사촌이기도 하다.
 
평택항 동부두 배후부지 C구역 일대 전경. 박철웅 PD평택항 동부두 배후부지 C구역 일대 전경. 박철웅 PD
이들은 C구역 내 축구장 2개와 맞먹는 한 필지(1만 2181.5㎡)를 각각 70.2%(우씨), 24.4%(장씨), 5.4%(박씨)의 지분율로 나눠 소유했다. 매입가는 우씨 13억 7천여만 원, 장씨 4억 8천여만 원, 박씨 1억 600여만 원 등 총 19억 6천여만 원이다.
 
부인들은 땅 매입 2년 만에 해당 필지를 케이에스피경기㈜(에이스메탈㈜의 전신)에 52억 3천여만 원을 받고 팔았다. 분양가의 3배 가까운 금액이다.
 
박씨의 경우 이 땅을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대출 받아 매입비용을 충당했는데, 본인 토지매입비의 75%에 해당하는 8천만 원을 빌렸다. 실제 투자한 돈이 2700여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자신의 지분율에 따라 2억 7천여만 원을 챙기면서 90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우씨와 장씨 역시 같은 은행에서 대출(우씨 33%, 장씨 75%) 받아 땅을 샀고, 둘의 실투자금(대출금 제외) 대비 수익률은 우씨가 300%, 장씨는 940%에 이른다.

 
기업 대표·임원과 고위 공직자 출신의 부인들 명의로 토지 소유권이 넘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막대한 차익을 거둔 사실이 투기 의혹을 더 짙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또한 부인들이 토지를 매입한 2010년 6월 이후 6개월 만에 해당 배후부지를 포함한 일대는 경기도 고시를 통해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기존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투기성 거래가 이뤄진 얼마 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제약이 사라진 배경도 석연치 않다.

 

배후부지 분양의 배후…'해피아' 연루 의혹 제기

 
배후부지를 손에 쥔 인물 중 나 전 청장 부인이 등장하면서, 이번 투기 행각의 배경에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해수부 출신 관료들이 어떻게든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뒤따른다. 이른바 '해피아(해수부 관료+마피아)'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전직 평택동방아이포트 경영진에는 해수부와 연계된 기관의 공직자 출신들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평택항 배후부지 분양사업이 진행됐던 2006년 당시 김모 평택아이포트 대표이사는 전 국립해양조사원장 출신이다. 김 전 대표에 이어 선임된 조모 전 대표이사도 전 부산해양청 조사과장이었다.
 
이 때문에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특혜 행정이나 개인 간 이익을 주고받는 데 이들 전직 해수부 관료들이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정학부 교수는 "입찰자격을 법인으로 정한 분양조건은 관할 관청에서 인·허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반해 분양했다면 그 과정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특혜 부분이라든지, 공무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이익을 취했는지 등을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양조건에 맞지 않았으면 감독기관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분양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계약을 취소하는 행정 조치를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김기홍 민주노총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도 "해수부, 평택지방해양수산청, 평택시가 국가부두를 민간을 통해 개발하는 데만 신경 쓰고 관리를 소홀히 한 게 원인"이라며 "관료들이 유착된 건 아닌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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