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재판에 나선 검찰이 공소장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오기하는가 하면, 증거 목록을 누락하는 등 초보적인 실수를 연발했다. 여기에 검찰이 신청한 증인까지 연이어 법정에 불출석하면서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까지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1일 공판은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에 대해 추가 기소한 배임 혐의 등에 대한 모두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에 제출한 공소장에 김만배 씨를 '피고인'이 아닌 '피의자'로 적어내 법정에서 구두로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이 김씨등을 추가 기소한 상황에서 공소장의 피의사실란에 수사기록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고 수정을 하지 않아 벌어진 헤프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다 보니 공소 요지를 읽는 과정에서도 검찰은 김씨를 피의자로 호칭했다가 피고인으로 정정하는 보기드문 모습이 등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변호사는 "수사 단계에서 내부적으로 보고한 서류에는 피의자로 적었을텐데, 공소장에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일반적으로 내부에서 다 검토하고 상급자들의 결재도 받을 것인데, 대장동 같은 중요한 재판에서 보기 드문 실수"라고 의아해 했다. 일각에서 대장동 수사팀이 추가 기소를 결정하고 작성한 공소장이 제대로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이한형 기자검찰의 실수는 재판부와 증거 목록을 살펴보는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통상 첫 공판기일 관례대로 남욱 변호사에 대한 증거 목록이 제출되야 하는데 이것이 누락된 것이다. 재판부가 이를 지적하자 검찰은 "조금 누락됐는데, 오후에 제출하겠다"라며 사태를 수습했다.
검찰측이 신청한 증인들의 불출석이 이어지면서 재판부가 주의를 당부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날 당초 검찰이 신청한 증인인 A씨에 대한 신문이 예정됐지만, A씨가 불출석하면서 공판이 1시간 만에 종료되기도 했다. 형사재판에서 증인 검찰과 변호인 가운데 증인을 신청한 측에서 증인 출석을 관리하는 것이 관례다. A씨는 계속해 법정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신청 증인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이날도 공전되자 재판부도 "검찰이 신청한 증인을 (신문)하는 과정이니깐, 검찰도 소환에 관심을 갖고 확인해달라"라며 "재판부에서 하는 것 외에도 (검찰도) 증인 출석을 체크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현재 대장동 재판의 공소 유지는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부장 김민아)가 맡고 있다. 지난 4일 개정된 검찰청사무기구규정에 따라 당초 2차장 산하에서 4차장 산하로 재편되면서 소속 검사만 19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부서로 확장·개편됐다. 부서 규모 만큼이나 대장동 사건 뿐만 아니라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입시·펀드 비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 등 굵직한 대형 사건들의 공소유지를 전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기소 등 사건이 병합됐고, 수사팀이 공판부로 옮겨가며 부서 이동이 좀 있었는데 인수인계 과정에서 약간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다만 공판 진행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