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39일 만인 4일 후보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다. 후보자 지명과 함께 법무법인 근무 경력과 관련한 이해충돌 논란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재직 당시 갭 투자 의혹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렌터카 매입 등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이 낙마의 결정적인 한방이 됐다.
김 후보자는 자녀 입시 의혹 등으로 정호영 전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지 사흘 만인 지난 5월 26일 윤석열 정부 두 번째 복지부 수장 후보로 지명됐다. 내각에 드물었던 여성인데다 경력 또한, 약사 출신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약청) 내 굵직한 자리를 두루 거쳐 처장까지 지냈고 이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도 역임해 임명까지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명 직후 곧바로 갭투자 의혹이 나오며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다. 식약청 차장이었던 2012년 세종시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받고서 실거주하지 않고 5년 뒤인 2017년 팔아 1억 5천만원의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다. 김 후보자는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았지만 계약기간이 안 맞아 부득이하게 팔았다'고 해명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 김 후보자가 정작 무료거나 저렴한 월세로 '관사'에서 살았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이른바 '관사 재테크' 논란으로 번졌다.
[관련기사=CBS노컷뉴스: 2022.05.31 [단독]김승희, '공짜 관사' 살며 3번째 주택 매입…'관사 재테크' 논란]연합뉴스김 후보자가 지명 직전까지 고문으로 재직했던 법무법인 경력과 관련해서는 이해충돌 논란이 쏟아졌다. 이 법무법인은 바이오·제약 소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곳으로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임기 종료 후 이곳에서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근무하며 자문료 1억 6천만원을 받았다.
복지부와 산하기관을 상대로 한 쟁송을 늘 대리하는 법무법인에서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직행한 것 자체가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김 후보자의 재직 시기 해당 법무법인이 복지부와 산하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만 선고 기준으로도 2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해충돌 논란은 한층 더 불붙었다. 김 후보자는 부인했지만, 해당 로펌은 식약처 관련 인허가와 소송을 위해 김 후보자를 채용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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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혹 속 위태롭게 직을 유지하던 김 후보자가 낙마하게 된 결정타는 의원 시절 정치자금을 렌터카 매입 등에 썼다는 이른바 정치자금 유용 의혹이다. 구체적으로 ①정치자금 350여만원을 들여 관용차량으로 쓰던 렌터카를 도색하고 이후 매입했다는 의혹 ②정치자금 1800여만원을 보증금 명목으로 렌터카 계약에 쓰고 이후 감가상각으로 '0'원이 되게 하는 조항을 넣어 애초부터 차를 인수하려 했다는 정황 ③남편 차량 보험료 30만원이 정치자금에서 사용된 사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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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의혹, 이해충돌 의혹은 공직 후보자로서 도덕성과 관련한 문제였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은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위법의 영역이다. 이러한 정치자금 의혹이 연속으로 제기되자 김 후보자는 대체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며 "실무 착오"라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취재가 이뤄지던 지난달 8일에는 렌터카 보증금을, 지난달 13일엔 배우자 차량 보험금으로 나간 34만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반납했다.
김 후보자는 단순 실수임을 강조했지만 선관위의 판단은 달랐다. 정치자금 사용에 관해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선관위는 해당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마친 뒤 지난달 24일 닷새 만인 29일 사실상 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 후보자는 선관위의 수사 의뢰가 위법으로 결론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선관위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해 수사의뢰를 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김승희)-교육부 장관 후보자(박순애) 검증 TF 합동회의에서 철저한 인사검증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정치자금 위반 의혹에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하자 이전까지 이어지던 '임명 강행' 기류에도 변화가 생겼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사퇴 또는 지명 철회를 요구하라며 압박의 강도가 높아졌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마저 "상당히 적절치 않다"(성일종 정책위의장)며 엄호가 더 이상 어렵다는 말들이 나왔다.
끝내 주말을 지나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자진 사퇴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고의적으로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며 고의적으로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정치자금이 개인차량 인수를 목적으로 쓰인 점 자체가 사적 유용이 될 여지가 충분해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물러나면서도 끝까지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항변은 다가올 검찰 수사를 대비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당 인수 특약 조항이 '손 글씨로 쓰여진 점'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의도를 갖고 삽입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의성은 없었다"는 해명에 물음표가 붙는 또다른 이유다.
한편 김 후보자의 낙마로 복지부는 장관 후보자 2명이 연속으로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됐다. 총리 후보자가 아닌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직 수행을 못 한 채 낙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 컨트롤 타워 공백은 공무원 출신으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권덕철 전 장관이 지난 5월 중순 퇴임한 후 한달 보름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