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환율…수출기업들은 왜 웃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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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환율 상승, 수출기업에 유리하게 작용?…미지수
원자재 가격 급등, 원가 부담 수익성 악화 우려
삼성 등 그룹들, 총수 위주로 위기 대응책 마련
"우리와 경쟁국 환율도 상승…가격 경쟁력 약화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7월 이후 약 13년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은 수출단가가 올라가는 긍정적 효과를 봤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이 겹친 현 상황에 수출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산업계 분위기다.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통적인 공식을 마냥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해 상품을 만들어 파는 구조 속에 환율 상승으로 얻는 이익보다는 원자재 수입 가격 인상에 따른 손실이 더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

자동차나 조선, 가전 등과 같은 수출 주력 산업군은 고환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겠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내추럴 헤지'를 상시 운영 중"이라며 "평소에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가동 중이라 환율이 장기간 급락하지 않는 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완성차업체보다는 부품업체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소재를 수입해 가공해서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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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부품업체들의 부담이 커진다면 결국 완성차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와 역외 생산 비중이 비슷한 상황에서 철강과 같이 원자재를 100%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다른 산업군과 양상을 달리 볼 수도 있다는 반응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지어 현지 생산과 판매를 늘리고 있어 환율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취지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 속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잇달아 열고 위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17일 최태원 회장 주재로 '2022년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했다. 삼성그룹도 사흘 뒤인 20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주재로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LG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계열사별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점검하는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음 달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고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난에 따른 완성차 생산 위축 타계책을 논의하고 시장 전략을 재점검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상호 경제정책팀장은 "과거에는 고환율 상황에 이르면 기업에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수입물가 부담이 너무 많이 뛰어 제조 원가 부담이 상당히 늘어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고부가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원자재도 비싼 게 많다"면서 "상승폭이 너무 빠르다 보니 감당이 안 돼 채산성 압박을 상당히 많이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미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다른 국가에서도 같이 오르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 환율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변별력이 없어 수출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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