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신호위반으로 사망한 70대 운전자에 대해 부당이득이라며 보험금을 환수하려고 했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공단은 사망한 운전자의 중대과실로 사고가 일어나 보험금을 환수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원은 중대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70대 운전자 A씨의 유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환수 고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청구 소송을 인용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20년 5월 새벽 5시 반쯤, 인천 중구에서 운전을 하다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했고,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과 충돌했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A씨는 2021년 8월 사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씨에게 지급된 보험 급여 약 5500만 원을 환수하겠다고 고지했다.
A씨 유족이 반발했지만 공단은 "교통사고 발생에 망인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어 보험 급여에 소요된 공단 부담금을 부당 이득금으로 환수 고지한 처분에 하자가 없다"라고 거부했다.
그렇게 시작된 법적 소송에선 A씨 유족이 승리했다.
법원은 "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교통사고가 망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망인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당시 만 77세의 고령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 비해 청각 및 시각 능력이 저하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처하거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다소 뒤떨어져 있었을 것"이라며 "교통사고가 발생할 당시는 비가 내리는 새벽 시간으로서 아직 시야가 밝지 않은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망인이 과속을 하거나, 음주 상태로 운전한 것이 아닌 상황에서 단지 신호를 위반했다는 사정 만으로 망인이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