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가족·지인의 확진과 사망 등이 많아지면서 국민 가운데 약 13%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올해 3월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실태조사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전국 성인 2063명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중수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올 1분기부터 처음 조사 항목에 PTSD를 포함했다. PTSD는 전쟁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지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과 공포감을 느끼는 질환이다.
이번 조사 결과, 전체 대상자 중 PTSD 위험군에 해당하는 비율은 12.8%로 집계됐다. 위험군은 총 5점 중 3점 이상인 경우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이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의 격리, 확진, 사망 등 충격적 사건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경우(총 1216명)는 위험군 비율이 21.6%로 치솟았다.
코로나19에 따른 다른 정신건강 지표는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절대 수치는 높게 나왔다.
우울위험군은 18.5%로 지난해 1분기(22.8%)이후 꾸준히 감소했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분기(3.2%)에 비해서는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지표는 연령별로 30대(26.7%), 40대(20.4%), 20대(18.6%)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성별로는 여성(20.3%)이 남성(16.7%) 보다 앞섰다.
또 소득이 감소한 경우(22.7%)가 소득이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는 대상자(16.7%)에 비해 6%p 높았다.
자살생각률 역시 지난해 1분기(16.3%)보다 낮아진 11.5%였지만, 코로나 유행 이전보다는 두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자살생각률 역시 연령별로는 30대(15.2%), 40대(13.3%), 20대(11.9%) 순이었고, 소득이 감소한 경우(15.2%)에 더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12.2%)이 여성(10.9%) 보다 높았다.
불안은 21점 만점 중 3.8점으로 2020년 3월 5.5점, 2021년 3월 4.6점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연구팀은 "우울위험군은 30대, 여성, 소득감소자가 높고 자살생각률은 30대, 남성, 소득감소자가 높다"면서 "최근 40대 우울위험군 비율이 상승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득감소, 실업률 증가, 돌봄공백 등 사회·경제적 문제가 정신건강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상회복 심리지원 강화…정신건강검진도 추진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상회복을 위한 심리지원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확진자 심리지원을 기존 국가·권역 트라우마센터에서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중심으로 전환해 지역사회에서 종합적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가족을 대상으로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전문상담과 애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유가족 등을 상대하는 대응인력을 위한 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20.30대 청년의 심리건강을 위한 '마음건강사업'을 시행하고 이를 위해 '청년조기중재센터'를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한다.
또 여성 대상의 '여성 마음건강 사업'과 '임신부 숲태교'를 지원하고,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을 위한 심리상담도 진행한다.
사회적 거리두가 해제되면서 '마음안심버스' 등 방문·대면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한 정신건강 검진 체계도 강화한다.
현행 정신건강검진은 일반건강검진의 하나로 우울증 선별검사만 10년에 1번 실시하고 있는데, 올 하반기까지 상담·치료로 이어질수 있도록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반건강검진 수준의 별도 정신건강검진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