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이 지난 사흘 동안 코로나19 의심 발열 환자가 30만 명 넘게 나오고 있지만 사망자는 0명이라고 밝히며 "뚜렷한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2년간 유행의 경험으로 나타난 코로나19 특성을 고려하면 북한의 주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한다.
26일 조선중앙통신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6시부터 25일 오후 6시까지 북한에서 사흘 동안 발생한 유열자, 즉 발열 환자는 모두 35만 5980명이다. 하루 평균으로는 11만 8660명 발열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 양성 여부에 따라 확진자를 판정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들과 달리 북한은 이러한 검사 체계를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발열 유무로 환자를 집계한다.
하지만 오미크론 환자 중 발열 환자는 10% 남짓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를 포함한 실제 확진자는 집계치의 10배까지 많을 수 있다는 추정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확진자의 규모보다 더 의아한 건 사망자 수다. 북한은 지난 4월 말부터 현재까지 누적 발열 환자 317만 380여 명에 누적 사망자는 68명, 환자 중 사망자 비율을 의미하는 치명률은 0.002%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최근 사흘간 확진자가 35만명 넘게 나왔는데 이 기간 사망자는 '0명'이라고 주장하며 방역정책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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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코로나19 치명률과는 동떨어진 수치다. 2020년 초 유행했던 코로나19 치명률이 국가 별로 편차가 있지만 1~15% 수준이었다. 이후 백신이 개발되고 여러 변이를 거쳐 오미크론 유행 단계까지 겪고 난 현 시점에 0.1~1%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1.2%, 영국 0.8%, 독일 0.53%며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우리나라가 0.13%다.
북한에 확산하는 코로나19가 오미크론이라고 하더라도 알려진 대로면 백신 접종률도 0%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며 코로나19 발생 직후 국경을 전면 폐쇄해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나 델타 등 타 변이 유행도 없어 면역 자체가 형성됐을 리 만무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열 환자가 코로나19 환자라면 이같은 치명률은 유행 2년 간 세계 각 국의 데이터로 입증된 바이러스 특징과 아예 다른 만큼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평가한다.
약국에 의약품 공급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연합뉴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 정확한 정보가 없다. 지금 나오는 것들이 믿을 수 있는 정보라고 보긴 어렵다"고 전제하며 "북한에서도 매일 사망자가 나올 텐데 코로나19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감별이 안 되는 수는 있다. 세계적으로는 공통된 질병 분류 체계와 기준에 의해 사망자를 정리를 하게 되는데 (검사체계가 없는) 북한은 아예 해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전부 코로나 환자라고 할 때 35만명에 사망자가 0명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엄청나게 양보해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치명률을 적용해도 최소 일정 기간 3~400명이 나오는 게 정상이다. 만약에 발열 환자는 있는데 정말로 사망자가 없으면 거기의 열병은 다른 것이다. 코로나19가 아닌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인 김신곤 고려대 의대 교수도 전날 북한의 코로나19 상황 관련 세미나에서 "북한의 사망자 규모는 감염질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납득이 어려운 수치"라며 "코로나19로 확진된 사망자 수만 추계한 것이거나 방역 차원의 통계관리일 수 있고 앞으로도 공식 보고에서 사망자 숫자는 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현재 북한이 발표하는 발열 환자 대부분이 코로나19 환자라면 실제 감염 환자는 이미 1천만명을 넘어섰고 향후 1개월 내에 북한 전체로 코로나19가 퍼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