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 날 시민이 마스크를 손에 든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 기자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손을 대야 하는 굵직한 방역 정책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조정에 따른 격리의무와 마스크 해제 문제다.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일관되게 주문했던 정책들이지만, 유지든 해제든 어떤 식으로는 가르마를 타야 하는 것들이다.
이 두 개의 난제는 국민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인 만큼, '과학 방역'을 내세운 새 정부의 방역정책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파급력 큰' 격리의무 해제 여부 "다음 주 논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1일 처음 열린 회의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다음 주 일상 회복의 '안착기' 진입 시점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한 일상 회복을 위한 대응체계에 따라 지난달 25일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은 2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한 달간 유예기간(이행 기간)을 두면서 확진자 7일 격리의무는 유지되고 있다.
당시 잠정적으로 이행 기간을 4주로 잡은 터라 1차 시한은 이달 23일이 된다.
정부는 지금처럼 하루 평균 10만명 이내로 확진자가 나오면 의료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격리의무 해제는 코로나에 걸려도 의무적으로 격리할 필요가 없게 되면서 확진자와 일반인의 동선이 매우 밀접하게 겹칠 가능성이 커진다. 경우에 따라 유행이 재반등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인수위에서 거듭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새 정부도 전 정부를 비판하면서 과학 방역을 내세운 상황에서 유행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추진하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의학계에서는 격리의무 해제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격리가 권고 사항이 되면 열악한 직장일수록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그러면 증상이 악화하고 후유증도 오래간다.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격리의무를 해제하려면) 정부가 학교나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병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 정부가 과학적 방역을 하려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의학계 내부적으로는 격리의무 해제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50인 이상 공연장' 실외마크스, 어떻게 정리할까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종민 기자정부는 격리의무 해제와 함께 실외 마스크 완전 해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는 산책, 등산 등 대부분 실외 활동을 하면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하지만 50인 이상 모이는 실외스포츠경기장이나 공연장 등은 함성을 지르는 과정에서 비말이 나와 전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아직 의무 사항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시설에 대한 마스크 의무 해제는 환기시설과 밀집도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식당·카페에 이어 대중교통 안에서도 취식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실외 마스크 완전 해제는 수순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49인이 모이면 벗어도 되고 50인이 모이면 안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면서 "이런 부분은 새 정부가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방역의 마지막 빗장인 실내 마스크는 '엔데믹'(풍토병화)에 가까운 상황에서나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가을과 겨울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실내 마스크 해제가 미칠 영향이 단기간에 제대로 분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실외 마스크를 해제해도 대부분의 사람이 쓰고 다닌다"면서 "국민이 여전히 감염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굳이 정부가 실내 마스크 해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