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은 왜 조기 사퇴 카드를 꺼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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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출석 하루 앞두고 돌연 사의
입법 저지 무력감에 靑 면담 거절까지
"전쟁 중 지휘관 잃어" 검찰 내부 당혹감
검사장들 "법 통과 막으려 최선" 진열 정비

김오수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김오수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반발해 1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3일 "사표 내는 것은 쉽다. 잘못된 제도의 도입을 막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들지만 당연히 책임지고 하겠다"라고 말한지 불과 나흘만이다. 이틀 전 국회에 가서는 "입법에 앞서 저에 대한 탄핵 절차를 먼저 진행해 달라"고 호소했었다.

그런 그가 주말 아침 돌연 사퇴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으로서 마지막 배수진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 움직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대통령 거부권을 염두에 둔 면담 요청에 청와대마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자 김 총장의 심경이 급격히 변했다는 것이다.

"전쟁 중 지휘관 잃어"…당혹감 감추지 못하는 검찰


김오수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김오수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
김 총장은 주변과의 별다른 논의 없이 개인적 고민 끝에 이번 조기 사퇴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검찰 내부는 갑작스런 총장의 사표를 두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한창 전쟁 중인데 지휘관이 자리를 비운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라고 하소연했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이미 '직을 걸겠다'고 했기 때문에 사표 제출은 시간 문제였다"라면서도 "끝까지 함께 싸워주기를 바랐는데 허탈한 심정"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조직 내부에서 제기된 지도부 책임론은 김 총장의 이른 사퇴 배경으로 꼽힌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자기 존재가 부정당했다 느낀 것 같다"라며 "(법무부) 차관을 하면서 검찰 조직 차원에서 반대한 개혁을 어렵게 만들고 시행까지 했는데 1년 만에 처음부터 다시 개혁한다고 하니 얼굴을 들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입장문에서도 차관시절 수사권 조정 작업에 참여했던 책임을 언급했다.

전국 지검장들은 이날 밝힌 공동입장문에서 김 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오늘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 남은 검사장들은 법 통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탄핵 호소한 날 여당은 개정안 제출…무력감 느낀 듯


검찰총장, '검수완박' 반발 사직. 연합뉴스검찰총장, '검수완박' 반발 사직. 연합뉴스
검찰총장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쓴 김 총장이 마지막 수단으로 조기 사퇴를 빼들었다는 풀이도 나온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출석을 하루 앞두고 사퇴를 공언한 시점이 눈길을 끈다. 김 총장 스스로도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장은 지난 15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앞두고 "저부터 탄핵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같은 날 검사의 업무에서 '수사'를 완전히 소멸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곧바로 국회에 접수했다. 지난 11일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나온 대책인 형사사법제도개선 특별위원회 구성 등도 완전히 무시된 셈이다.

청와대가 김 총장의 면담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점도 김 총장의 조기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지금은 이 문제(검수완박)에 대해 국회가 논의해야 할 '입법의 시간'이다"라며 김 총장의 요청을 완곡히 거절했다. 국회의 입법 과정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대통령 거부권을 요청하겠다던 김 총장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김 총장의 선택지가 확연히 좁혀진 것이다.

한동훈 장관 내정에 여론전 물거품…검찰, 진열 정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황진환 기자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황진환 기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점 역시 김 총장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윤석열 당선인이 한 부원장을 내정하자 여당 내 소수였던 신중론자들이 검수완박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결국 김 총장이 연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국회를 찾는 등 여론전을 벌인 수고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돼 적잖은 허탈감에 빠졌을 수 있다.

김 총장의 사직서가 박성진 대검 차장과 다른 고검장, 검사장 등 고위직의 '집단 사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당장 줄사퇴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검찰 간부는 "총장이 다른 누구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다. 남은 우리가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일들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김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지만, 대검은 차장 대행 체제로 전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검장들은 18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검사장들도 "법 통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진열 정비에 나섰다.

한동훈 후보자는 김 총장 사표에 대해 "절차를 무시한 입법폭주 상황에서 형사사법 업무를 책임지는 공직자로서의 충정으로 이해한다. 헌법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제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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