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병역비리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앞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됐던 의혹을 일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본인의 상세한 소명에 방점을 두며 여론 추이를 살피겠다는 입장인데, 의혹만으로 사퇴시킬 수는 없다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연상되는 상황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언컨대 자녀들의 문제에 있어서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한 행위도 없었으며 가능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자신이 고위직으로 재직했던 경북대 의대에 자녀들이 특혜 편입학 했다는 의혹에 대해 "학사편입 선발과정은 투명하게 이뤄졌다. 교육부 관련 지침에 따라 평가자는 윤리서약을 하고, 임의배정해야 한다"며 "또한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이름과 직장을 기재할 수 없고 위반 시 불이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서 실시한 신체검사 재검을 통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경북대병원의 2번의 MRI 검사와 병무청의 CT 검사를 거쳤고, 서로 다른 세 명의 의사가 진단을 한 것"이라며 일축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병역비리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 후보자는 편입학 의혹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철저한 조사를 받고, 아들의 병역판정에 대해서는 국회가 지정한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겠다며 결백을 강조했고, 자진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후보자는 "조사에서 부당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당연히 그에 상응한 조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윤 당선인 측은 후보자의 소명을 존중하며 한동안 여론의 추이를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이 언급한 '확실한 부정의 팩트'가 드러나지 않은 점도 영향을 줬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후보자 본인이 그렇게 한 점 부끄러움 없다고 하는데 막 끌어내리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느끼시기에 충분히 소명이 됐는지 살피며, 인사청문회까지는 기회를 줘서 한 번 더 현미경 검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기된 의혹만으로 즉각 사퇴시킬 수는 없다는 것인데, 이는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할 때 상황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조국 전 장관도 인사청문회 이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논문·장학금 등 논란에 관여한 바 없으며 검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뒤이어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추가 변수가 발생하지 않으며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까지 마쳐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임명 취지를 설명했다.
윤 당선인 측은 당시 상황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당시에는 정경심 교수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시를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위법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조민 씨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조민 씨는) 명확한 학력 위변조 사건이 국민 앞에 확인됐다"고 했고, 인수위 관계자도 "(정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명확한 범범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확한 위법 행위를 기준으로 임명 여부를 판단하려는 자체가 조국 사태 이후 이번 '아빠찬스' 의혹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정 후보자 자녀의 전형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병원장, 부원장으로 있는 곳에 자녀 두명이 모두 편입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정서상 용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이 억울하다고 하니 소명기회를 주는 것은 맞지만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을 무리하게 장관에 임명할 경우 그동안 당선인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관계자도 "여기저기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항의 투서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자녀 의대 편입 문제를 법적인 기준으로 볼 게 아니라 일반 상식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